▲ 전병헌 민주당 의원ⓒ오마이뉴스 유성호
14일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사실상의 ‘1사, 1렙’ 미디어렙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전 의원의 법안은 민주당 당론은 아니지만 당론에 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 전 의원 법안 이외에 다른 미디어렙 관련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는 소식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입장 변화에 대해 언론시민운동단체에서도 놀라워하는 분위기다. ‘아무런 설명 없이 입장 변경한 것’에 대해 비판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민주당의 당초 원안은 널리 알려진 대로 ‘1공영, 1민영’의 미디어렙 도입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전병헌 의원실측은 이번 법안의 핵심인 경쟁 유형을 ‘1공영, 다민영 법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렙의 업무 영역을 구분하지 않았으며 교차판매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 같이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두 개의 미디어렙이 경쟁하는 제한경쟁에서 완전경쟁을 의미하는 다민영으로의 선회는 사실상의 ‘1사, 1렙’이다. 전병헌 의원의 안에 따르면 미디어렙 쟁점사항인 방송사 소유지분한도를 30%로 규정하고 있다. 자산규모 10조 이하의 기업은 10%로 묶었다. MBC, SBS가 ‘1사, 1렙’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본다면 전 의원의 안은 MBC, SBS 각각의 미디어렙 소유를 허용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전 의원이 주장하는 교차판매 허용 또한 “‘1사, 1렙’법안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쟁관계에 놓여있는 MBC, SBS 각각의 미디어렙이 상대방의 방송광고 판매 대행에 얼마만큼 나설지 의문이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지사파방송의 경우, 3사가 콘텐츠 경쟁력을 갖춘 키플레이어”라며 “이들 방송이 방송사가 30% 이하의 지분을 갖는 미디어렙에서 다른 키플레이어 방송의 방송광고를 판매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렙 도입과 관련해 입장 표명을 꺼렸던 MBC 경영진이 ‘1사, 1렙’을 주장하며 내세웠던 근거가 SBS와의 경쟁이었다. 교차판매의 하한선과 상한선을 법으로 명시하지 않는 한 전 의원의 안은 ‘1사, 1렙’이다. 그러나 법으로 교차판매의 상하한선을 명시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전 의원이 ‘1공영, 다민영’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1사, 1렙’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문방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그동안 ‘1공영, 다민영’ 또는 ‘1사1렙’의 도입에 대해 강하게 반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전 의원이 그랬다.

9월 24일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전병헌 의원은 “종합편성채널을 허가되는 상황에서 ‘1사 1렙’이 되면 방송이라는 권력이 영업행위를 직접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곤혹스러워진다”고 지적했었다. 또한 10월 15일에도 “경쟁력을 갖춘 지상파 3사, 이중에서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방송국만 생존 가능하게 된다”고 했다.

이 같은 전 의원의 발언은 ‘방송의 공공성과 여론다양성 확보를 위한 방송광고판매제도 입법’ 공청회에서도 이어졌다.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지역방송과 종교 방송 등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여론의 다양성을 위한 방송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1공영 1민영 체제를 연구하겠다”면서 “1공영 다민영 체제가 되면 기자가 광고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게 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 변재일 의원도 “1사1렙 안을 골자로 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을 빼고 문방위원 거의가 방송광고시장 완전경쟁 방침을 한 목소리로 반대한다”고 주장했고, 장세환 의원 역시 “‘1공영 1민영’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언론관계법) 강행처리에 항의해 사퇴서를 제출하고 장외투쟁을 벌여온 천정배 의원과 최문순 의원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20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전화연결에서 천정배 의원은 “민영미디어렙 하나 공영미디어렙 하나를 하는 것이 옳다”면서 “적절한 질서가 지켜지는 가운데에 제한적으로 경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최문순 의원은 더 앞서 4월 14일 같은 라디오 방송에서 “가능하면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각 방송사가 광고대행사를 하나씩을 가지고 경쟁을 하게 되면 과열될 가능성이 많고 방송이 광고에 영향을 받게 되어 공공성이 깨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이처럼 '1공영, 다민영‘, ’1사, 1렙‘에 부정적이었던 전 의원과 민주당 문방위 위원이 ’1사, 1렙‘으로 돌아선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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