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나혼자 산다> (4월 14일 방송)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

자취 12년차 이시언, 자취 5년차 헨리, 자취 17년차 박나래, 자취 1년차 기안84, 자취 7년차 한혜진. 무지개 모임 4주년 기념식에서 회장 전현무는 출연자들을 이렇게 소개했다. 다른 수식어가 아닌 자취 경력을 가장 앞에 내세운, MBC <나혼자 산다>다운 소개였다.

지난 14일 <나혼자 산다>가 방송 4주년, 200회 특집을 마련했다. 첫 방송한 2013년, 1인 가구수는 453만 명이었다. 현재는 520만 명. 무려 100만이 더 늘었다. 4년 전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듯했던 신예능 <나혼자 산다>는 어느새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예능으로 자리잡았다.

혼자 산다는 공통점만으로 모인 연예인들. 그들이 결성한 무지개 모임의 끈끈한 우정이 <나혼자 산다>를 200회를 이끌었다. 제작진은 무지개 모임의 제주도 여행을 200회 특집으로 기획했다. 그저 싱글 연예인들의 일상만 보여줬다면 이런 특집 방송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VCR만 보는 것이 아니라 스튜디오에 모여서 서로의 일상을 보며 티격태격하면서 우정이 쌓였고, 그 힘은 수학여행 같은 끈끈한 여행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

각자의 버킷리스트를 모아서 함께 이뤄나가는 공동체 정신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그림이었다. 한혜진의 버킷리스트는 보물찾기, 기안84는 아쿠아리움 방문, 박나래는 요가, 드라마 촬영 때문에 불참한 윤현민은 백사장에 글씨 쓰기를 소원으로 적어냈다. 각자 하고 싶은 것들이 모여 여행 그 자체가 되었다.

특히 출연자들이 버킷리스트를 선택한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박나래는 요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다 같이 모여서 하는 거 보니까 친해지더라”고, 한혜진은 보물찾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여러 명이서 뭔가 재밌는 걸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백사장에 글씨를 쓰는, 별 것 없는 버킷리스트도 한 사람이 한 글자씩 쓰면서 완성하는 묘미가 있다. 그동안 혼자 지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함께할 수 있는 것들. 그래서 촌스러워보일지 몰라도 의미가 있는 소원풀이였다.

베스트 장면5 같은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는 흔한 특집이 아니라, 멤버들끼리 우정여행을 떠나는 것은 <나 혼자 산다>만이 할 수 있는 특집 방송이었다. 공항 집합부터 회비 걷기, 공항 패션 등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하면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거부감 없는 특집 방송이라는 점만으로도 <나 혼자 산다> 200회 기획은 성공했다.

이 주의 Worst: 자기변명+예쁜여자=남자 원기 상승? <남원상사> (4월 8일 방송)

XTM <남원상사>는 남자들의 로망 실현, 남자들의 고민 해결을 기치로 내건 남자 원기 상승 주식회사를 콘셉트로 한 예능이다. 으리으리한 서재와 의자, 그 의자에 거만한 자세로 앉아 오프닝을 하는 남성 출연자들. 남자들을 대변하는 예능이 될까, 남자들을 변명해주는 예능이 될까.

XTM <남원상사>

첫 회는 후자에 가까웠다. ‘남자 원기 상승’을 방패막 삼아 남성 우월주의를 마음껏 뽐냈다. 제작진은 ‘남자들은 주차를 잘한다고 칭찬받았을 때 원기가 상승할까?’라는 주제로 몰래카메라를 진행했다. 여성 운전자가 낯선 남자에게 주차를 부탁했고, 이에 남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실험하는 것이었다.

질문의 유치함은 차치하고라도, 몰래카메라의 방향부터 잘못됐다. 진짜 제작진의 의도대로 ‘주차를 잘한다고 칭찬받았을 때 원기가 상승할까’라는 궁금증을 풀고 싶었다면, 주차 부탁에서 몰래카메라는 멈췄어야 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여성이 남성에게 연락처를 물어보게 요구했고, 연락처 요구를 받은 남성이 웃자 ‘원기 상승’이라는 자막을 전면에 배치했다. 여자의 연락처를 받고 좋아하며 돌아가는 남자의 뒷모습에 대고 ‘원기가 상승했다’고 쐐기를 박았다. 과연 남성은 칭찬을 받아서 원기가 상승한 걸까, 예쁜 여자가 연락처를 물어봐서 원기가 상승한 걸까. 물론, 딱히 궁금하진 않다.

애초부터 남자들의 원기를 왜 상승시켜야 하는지도 모르겠거니와, 그것을 상승시키는 방법에도 크게 공감되지 않는다. 그냥 ‘칭찬’이 아니라, ‘예쁜 여자들이 해주는 칭찬’이라는 점도 꽤나 불쾌하다. 남자들의 원기를 살려주는 것은 결국 여자의 외모라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XTM <남원상사>

팬티에 손 넣는 남편이 고민이라는 아내의 사연을 읽는 코너도 마찬가지였다. 고민의 요지는 남편이 시도 때도 없이 팬티에 손을 넣었다가 그 손으로 아기도 만지고 리모콘도 만져서 위생상 고민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출연자들은 의뢰인의 심정을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왜 남자들이 중요 부위를 수시로 만지는지 토론하고 그것을 이해해줘야 한다는 식으로 자기변명을 하기 바빴다. 결국 여성의 입장은 헤아리지 못한 채, 남자 음낭의 위치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다가 끝났다.

<남원상사> 제작진의 남성우월 시각이 가장 극단적으로 녹아있는 건, 장동민에 대한 수식어였다. 여성 혐오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장동민이 언제부터 “대한민국 상남자의 대표 아이콘”이 되었나. ‘남원상사는 여성동지들을 사랑합니다’라는 자막으로 무마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