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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월급 20%를 숙식비로 공제한다면[2주에 한번, 이주이야기] 이주노동자 숙식비 강제 징수 지침 철회하라!
박진우 / 이주노조 활동가 | 승인 2017.04.15 09:02

인터넷에서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검색해보면 흔히 나오는 일자리들이 건설 현장이나 제조업 현장이다. 보통 검색을 해보면 ○○업체 일당 11만원 / 4대보험 선택 가능 / 50명 / 잔업풀 /숙식무상제공 등의 내용이 나오기 마련이다. 일당이나 4대보험, 잔업특근 유무 등은 차이가 있지만 거의 모든 작업현장에서 숙식을 무료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숙식을 무상제공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그렇게 먼 거리를 출퇴근하기는 것이 불가능하거니와 교통비, 숙식비를 고려하면 실질임금이 삭감되어서 일할 사람 자체를 구하는 게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기숙사

하지만 이건 한국인 노동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뿐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숙식비 때문에 최저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경남 밀양의 깻잎 농장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의 사례만 보더라도 그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캄보디아에서 온 A씨(20대·여)는 하루 10시간 이상을 일을 하면서 깻잎을 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월급은 한 달 고작 100-120만 원에 불과하고 쉬는 날도 월 1-2회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녀가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비닐하우스인데 비가 오면 물이 새서 쓰레받기로 물을 퍼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화장실도 밖에 있는 간이 화장실을 사용해야하고 온수도 나오지 않는 등 기숙사라고 하기엔 너무나 열악한 시설이다. 심지어 이런 숙소의 월세로 1인당 30만원을 책정하여 받고 있으니 실제 받는 임금은 100만 원도 안 되는 것이다. 

특히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기숙사 실태는 더욱 열악하다. 대부분이 컨테이너 혹은 비닐하우스 안에 샌드위치 패널로 설치한 임시가건물형태로 지어져 있다. 여름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문을 열어놓고 자거나 겨울에는 전기장판 하나로 버티는 경우도 허다하다. 욕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서 흔히 ‘돼지꼬리’라고 불리는 막대형 가열장치를 이용하여 온수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감전, 과열, 화재 등의 위험이 상당히 크다. 화장실의 경우 재래식이 대부분이라서 배설물이 넘치거나 문짝이 부서지는 등의 문제가 있을 경우 인근 야외에 삽을 들고 가서 직접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열악한 기숙사 비용으로 한 달에 30~40만원을 평균적으로 사업주들이 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로계약서 상에는 ‘숙식제공의 범위와 근로자부담비용의 수준은 사업주와 근로자간 협의에 따라 별도로 결정’하기로 정하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 사전에 상호 합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금액을 정하여 공제하며, 이를 근로자에게 통보조차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주노동단체에서는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고용노동부 항의 방문, ‘이것은 집이 아니다 캠페인’ 등 수차례 열악한 이주노동자 숙식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항의행동을 이어나갔다. 고용노동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2017년 2월 7일,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실에서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을 시행하였다. 이 지침의 주요 내용은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에게 숙소와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 표준근로계약서에 관련 내용을 기재한 뒤, 근로자에게 서면동의서를 받은 뒤 임금에서 해당항목을 사전 공제하는 것이다.1)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근무기록

이 지침은 여러 가지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실질적으로 임금이 삭감될 수 있는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이주단체들로부터 즉각적인 철회의 목소리가 높았다.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2001. 10.23, 대법 2001다25184)을 근거로 서면동의서를 작성하는 경우 숙식비 사전공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장 선택의 자유가 상당히 제한되어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사업주와의 계약당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숙식비를 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는 일방적으로 숙식비를 임금에서 공제하는 강제징수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다. 고용노동부가 지침에서 밝히고 있는 상한비율도 사실상 표준비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숙소와 식사를 모두 제공하는 아파트 기숙사의 경우 통상임금이 300만원이라고 하면 최대 60만원까지 숙식비를 공제할 수 있는 것이 지침의 내용인데 일을 많이 해서 임금이 높을수록 숙식비를 더 많이 공제할 수 있다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근거한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위 사례에서 계속 언급한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와 같은 ‘임시시설’을 합법적인 기숙사로 인정하는 지침이 전면 시행되면 지금도 난립하고 있는 임시거주시설이 더욱 많아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으로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주거환경은 전혀 개선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용자가 합법적으로 임금을 빼앗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고용노동부 지침의 골자인 것이다.

경남 밀양시 한 깻잎 농장 농업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비닐하우스 숙소. 2017.2.3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제공=연합뉴스]

이주 제 단체는 고용노동부의 이번 지침을 사실상 “이주노동자 숙식비 강제 징수 지침”으로 규정하고 4월 30일로 예정되어 있는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의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로 지침 철회를 내걸고 투쟁을 할 예정이다.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사업장으로 변경 시에 최대 통상임금의 20%에 달하는 숙식비 징수의 두려움 때문에 분노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열악한 주거현실을 전혀 개선하지 못하고 오히려 합법적으로 숙식비를 갈취할 수 있는 고용노동부는 당장 이 지침을 철회해야만 한다.

이 글을 쓰는 도중 세계은행이 13일 ‘아태지역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서 “국가 간 노동 이동을 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성장을 이끄는 우수한 정책이다” “고용허가제는 뛰어난 정보 접근성을 확보해 아태지역 외국인 근로자들의 한국 취업 기회를 크게 늘렸다”며 호평을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세계가 주목하는 합리적인 이주노동자 관리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고용허가제를 자평했다고 한다. 아무리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상을 받는다 한들 바로 그 해외에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이 고통 받고 있다고 한다면 내허외식(內虛外飾),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한 것이다.

경남 밀양시 깻잎 농장에서 한 농업이주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제공=연합뉴스]

끝으로 밀양 깻잎 농장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캠페인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 양산, 창원, 밀양, 울산, 김해 등 부산울산경남지역 노동단체, 여성단체, 생협단체, 농민단체들이 함께 모였다. 여러 국적의 이주민 공동체들도 나섰다고 한다. 이른바 ‘밀양 깻잎 밭 이주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시민모임’이 결성이 된 것이다. 이 캠페인을 통해 우리가 먹는 깻잎 한 장이라도 이주노동자를 착취하지 않는 인권밥상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았으면 한다. 

☞ 밀양 깻잎 밭 이주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캠페인에 참여해 주세요(링크).


1) 지침은 공제할 수 있는 숙식비에 대해 아래와 같은 상한을 제시하고 있음. 
- 숙소와 식사를 모두 제공하는 경우

아파트, 단독주택, 연립․다세대 주택 또는 이에 준하는 시설 그 밖의 임시 주거시설
상한액: 월 통상임금*의 20% 상한액: 월 통상임금의 13%

- 숙소만 제공하는 경우

아파트, 단독주택, 연립․다세대 주택 또는 이에 준하는 시설 그 밖의 임시 주거시설
상한액: 월 통상임금의 15% 상한액: 월 통상임금의 8%

 

박진우_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 지 5년이 되어가지만 부족한 외국어실력 탓인지 가능한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 합법화 이후에 다음 역할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스스로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박진우 / 이주노조 활동가  pjww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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