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법원이 검찰이 청구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 기각은 검찰이 부실 수사로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선 것이라는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주춤했던 검찰 개혁안이 대선 시기를 맞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우병우 전 수석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박근혜 청와대의 민정비서관, 민정수석 등을 지낸 인물로 최순실 씨 등의 국정농단을 알고도 방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특히 우 전 수석이 박근혜 게이트가 촉발된 이후 김수남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와 수차례 전화통화를 한 정황 등이 밝혀졌다. 하지만 검찰은 우 전 수석과 김수남 검찰총장의 전화 통화 사실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

12일 검찰은 "다른 수사에서도 통화내역을 보고 의심하고 수사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꼭 그렇지는 않다"면서 "통화내역이라는 게 그 자체가 범죄 혐의를 추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민감한 시기에 수사대상이 수뇌부와 통화했다"는 지적에는 "통화를 한 내역이 있는데 거기서 무슨 혐의를 추론할 수 있느냐"고 답했다.

검찰은 "수사 외압이나 수사 무마 등을 하려고 했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기자들이 재차 질문하자 "직권을 남용하거나 그런 취지로 볼 수 있다는 말인가. 수사외압이나 무마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개별 사안 수사팀에 압력이 없다고 확인이 됐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이 같은 검찰의 책임 회피적 반응에 시민사회는 우려를 표명하며 검찰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12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검찰 수뇌부 조사 없이는 우병우 범죄사실 입증은 미완성일 수밖에> 논평을 내고 공수처 도입 등의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최순실 국정농단 등 박근혜 게이트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들 중 하나인 우병우 전 수석의 범죄 사실이 아직도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고 토로했다. 참여연대는 "검찰이 무능했거나, 부실 수사를 했다는 반증"이라면서 "검찰 수뇌부와 현직 검사들에 대한 조사와 국정농단의 공범, 검찰에 대한 개혁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박근혜에게 뇌물을 제공한 기업들이 피해자가 아니듯,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지시'에 따른 검사들도 단순히 피해자라고만 볼 수 없다"면서 "이러한 의혹이 현직 검사들에 대한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그러나 언제나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한 검찰에게 이 같은 수사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면서 회의감을 드러냈다.

참여연대는 "지난 국회에서 공수처 도입이 또 다시 좌절된 것이 매우 통탄스러운 이유"라면서 "현직 고위 검사들에 대한 수사가 즉시 이뤄져야 한다. 검찰이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국회는 공수처를 한시라도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수처 신설과 함께 '검사장 직선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2일 한국일보 주최 '2017 한국포럼'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선대위 본부장은 "가장 확실한 검찰 개혁은 검찰이 국민 눈치를 보게 하는 것이다. 지방검찰 검사장을 주민이 직접 뽑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송영길 본부장은 "우리나라 핵심 권력기관이 검찰, 법원인데 국민이 뽑지 않은 검사, 판사가 사법고시를 패스했다는 이유로 국민의 신체 자유를 좌우한다는 게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송 본부장은 "정치권력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는 건 당연하다"면서 "검찰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려면 국민이 검찰을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민석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우병우 전 수석의 경우만 보더라도 공수처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공수처 도입은 해야 하는데 누구로 구성할 것인가가 문제"라면서 "공수처를 신설하고 상피제를 도입해 검사를 조사할 경우 검찰 경력이 없는 사람이 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피제는 고려·조선시대에 친족 간 같은 관청에 근무하지 못하게 했던 제도로, 이를 현대적 의미로 공수처에 적용해 같은 기관에서 근무했던 인사들이 서로 수사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민석 사무총장은 검사장 직선제에 대해서도 "필요한 제도"라면서 "적어도 검사장이나 법원장은 지역주민이 뽑게 해야 권력의 눈치를 안 보고 소신 있게 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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