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12일 오후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통합정부를 구성해 목전에 다가온 국가 위기를 극복해보겠다는 대선후보로서의 제 노력을 오늘로 멈추겠다"면서 "저의 호소는 늦었고 국민의 마음을 얻기에는 힘이 부족했다"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선언 후 정확히 1주일 만이다. 김 전 대표의 불출마 배경은 19대 대선 구도가 양강체제로 짜여짐에 따라 김 전 대표의 역할이 사라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종인 전 대표는 지난 5일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통합정부'를 강조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통합정부로 위기를 돌파하고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면서 "여러 정파와 인물을 아우르는 최고의 조정자로서 나라를 안정시키고 국민을 편안하게 해드리겠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이번 대선은 힘을 합쳐보겠다는 유능과 혼자 하겠다는 무능의 대결"이라면서 "제 출마와 선거운동은 통합정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연합뉴스)

하지만 민주당 경선에서 안희정 충남지사가 패한 이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지지율 반등에 성공, 문재인 후보와 양강구도를 이루면서 김종인 전 대표의 '통합정부론'은 힘을 잃었다. 안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각축을 벌이고 있다. 김 전 대표가 끼어들 틈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종인 전 대표 측은 "자신의 민주당 탈당으로 문재인 대세론에 제동을 걸고 양강구도를 만드는데 일조한 것으로 이미 대선 정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대표는 측근 인사들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문재인 후보는 안 된다는 인식이 싹트면서 내 역할이 있을 것으로 봤는데 너무 빨리 상황이 정리돼 안철수 후보로의 급격한 표의 이동이 이뤄져 대선 국면에서 내 역할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대표와 함께 회동을 갖는 등 대선 행보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던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도 대선 출마를 접었다. 홍 전 회장은 12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대통령 선거에 나가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홍석현 전 회장은 "우리나라가 어려운 국면이라 어느 분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나라를 끌고 가기가 힘들지 않겠느냐, 그래서 과거 선진국도 많이 있지만 정파를 초월한 통합정부가 구성돼서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난제를 풀어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 그런 위기의식과 문제해결에 대한 인식을 공유한 모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홍 전 회장은 대선 후보 지지여부에 대해 "어느 한 분을 공개지지 선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선국면에서 3지대 빅텐트, 반문연대 등의 구성을 시도하던 김종인 전 대표의 대선행보는 허무하게 끝났다. 김 전 대표는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남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를 향해 "한 나라를 이끌려고 생각하면 최소한 6개월~1년의 예측 가능성은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 예측 가능성도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국가를 운영하겠나"라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한 예측에 대해서는 실패했다. 그는 출마선언 1주일 만에 사퇴하고 말았다.

한편 김종인 전 대표와 홍석현 전 회장이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이들과 함께 회동을 가졌던 정운찬 전 총리의 대선출마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정 전 총리는 지난 3일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했지만, 아직까지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다. 대선후보들은 예비후보로 등록해야만 ▲선거사무소 설치 ▲선거운동 명함 배포 ▲전국 세대수의 10% 이내 홍보물 발간·발송 ▲어깨띠·표지물 착용 ▲직접통화방식 선거운동 ▲예비후보자공약집 1종 발간·판매 등의 일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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