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상주기자단 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등장했다. 11일 외교부가 30년 전 외교문서 23만 쪽을 공개했는데, 출입기자 중 상주기자단 기자들에게만 우선 공개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기자단 투표를 통해 상주기자단을 선정한다. 기자단 투표를 통과하지 못한 언론사 소속 기자는 외교부를 출입하지만 외교부 백브리핑에 참여할 수 없고, 각종 자료를 배포받지 못하는 등의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 같은 관행은 외교부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외교부 브리핑 장면(연합뉴스)

이날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비상주기자인 모 경제지 소속 A기자는 "오늘 외교부에서 공개한 외교문서 관련 외교부 입장을 묻고 싶다"면서 "오늘 외교문서 30주년을 기념해서 1985~1986년 문서를 공개했는데, 외교부 출입기자들이 상주기자와 비상주기자로 대별돼 대우가 다르다. 비상주기자들에게는 전혀 아무런 어떤 사전정보가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A기자는 "오늘 오전까지 엠바고가 걸려있던 것으로 아는데, 지난 달에 이미 USB로 출입기자들에게 배포가 됐다는 얘기를 듣고 대변인에게 확인을 드린 바 있다. 대변인은 거기에 대해 조치를 해주겠다고 했는데 이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면서 "어제 대변인 사무관에게도 다시 한 번 확인을 했었다"고 밝혔다.

A기자는 "정보공개 사실을 몰랐던 것도 아니고 사전 인지가 된 상황에서 출입기자가 취재를 하고 거기에 대해 정보공개를 부탁했는데, 정보가 공유되거나 배포가 되지 않은 것은 언론에 대한 차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외교부에 묻고 싶은 것은 언론의 자유가 특정인이나 특정 언론의 자유가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국민 모두의 자유고, 국민의 알 권리라고 하는 것은 정부, 언론 등 특정 대상이 규제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기자는 "모든 언론사와 출입기자는 처음부터 어떤 제도권이나 기성언론, 상주기자단, 풀기자단으로 구별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는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A기자는 "(이런 기준은) 어떤 문화적으로 형성된 결과물"이라면서 "여기에 대해 상주기자단만을 위해 정보와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헌법이나 법률에 기반한 국민적 합의의 결과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A기자는 "제가 브리핑 시간에 이 말씀을 굳이 드리는 것은 앞으로도 이런 사례가 반복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정부의 정보공개원칙이 앞으로도 이렇게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라면서 "이번 문제에 대해 외교부의 입장을 부탁드린다"고 답변을 요청했다.

A기자의 비판에 대해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지금 말씀하신 사안에 대해 준비된 외교부 입장은 없어서 소상히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지금 말씀의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그간에 해왔던 것은 과거의 관례라든지 이런 것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말씀하셨기에 저희 내부적으로 개선방안이라든지, 여러 법률적 문제, 제도적 문제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해서 답을 드리겠다"고 답변했다.

A기자는 "기본적으로 기자단 운영원칙이라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 제가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자들, 언론의 속성이라고 하는 것은 속도가 생명이고 정보 공개의 시점이 생명"이라면서 "그런데 엠바고를 걸어놓고 거기에 대해서 엠바고 이후에나 출입기자로서 그 사실을 인지한다는 것은 출입기자로서 책임 방기이고, 사실 소속 언론사로부터 굉장히 책임을 추궁당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A기자는 "이런 부분은 어떻게 보면 정부가 조장한 상황"이라면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에 조준혁 대변인은 "잘 알겠다. 나중에 답변드리겠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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