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40경기가 끝난 2017 KBO리그는 개막 첫 3연전 이후 처음으로 주중 및 주말 시리즈가 펼쳐졌다. 시즌 초반이지만 예상하지 못한 결과들이 속출하면서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4월 1주차 KBO리그의 주요 이슈들을 요약해 본다.

1. '환골탈태' kt 위즈 - 감독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김진욱 kt wiz 감독 Ⓒ연합뉴스

다른 종목이지만 최근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유임문제로 여론이 들끓었다. 이 과정에서 감독이 문제냐 아니면 선수가 문제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단 프로야구 kt 위즈만 놓고 보면 감독의 영향력은 결코 간과할 수 없어 보인다.

2015시즌 리그에 참여한 이래 2년 연속 최하위를 도맡았던(?) kt 위즈의 초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 감독을 역임했던 김진욱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영입한 kt는 스토브리그 동안 FA영입도 없었을 뿐더러, 별다른 전력보강이 이뤄지지 않았다. 용병도 눈에 뜨일 만한 대어급을 영입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올 시즌 완전히 다른 팀이 되었다. 특히 김진욱 감독은 베어스 시절에 유희관, 노경은 등을 주축투수로 키워내며 투수조련에 일가견을 보였는데 kt에서도 투수진의 안정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는 중이다. 특히 계투진이 올 시즌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발진도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좌완 정대현은 벌써 2승을 거두었다. 만년 유망주에서 한 단계 도약할 가능성이 보인다. 또한 고영표라는 새로운 선발자원을 발굴하였다.

이번 주 4승 1패를 기록하면서, 팀 창단 이후 최초로 시즌 중 단독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마인드를 개조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밝힌 김진욱 감독의 지도력은 일단 시즌 초반 kt의 변신에 순풍을 불어넣고 있다.

2. 야구 몰라요! - 빅볼로 반등에 성공한 넥센과 SK

넥센 이정후 Ⓒ연합뉴스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사령탑을 영입한 넥센과 SK는 시즌 개막부터 나란히 5연패 늪에 빠지면서 꼬인 행보를 지속하였다. 5연패를 당한 상황에서 양 팀은 지난 주말 지난해 한국시리즈 매치업이었던 디펜딩 챔피언 두산과 준우승팀 NC와 맞닥뜨렸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볼 때 넥센과 SK 모두 기나긴 연패의 늪에 빠져들게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그러나 야구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양 팀은 보란 듯이 입증했다.

연패탈출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가공할만한 화력이었다. 넥센은 챔피언 두산과의 주말 3연전에서 무려 33점을 쓸어 담았다.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들의 스트레스 지수는 절반가량 줄었을 것이다. 지난해 챔피언 두산을 상대로 시리즈 스윕이라는 큰 성과와 더불어 '바람의 손자' 이정후라는 물건을 발견하는 두 배의 기쁨도 누리게 되었다. 이정후는 자신의 아버지 이종범 해설위원의 야구센스를 물려받았음을 시즌 초반부터 입증해 보이고 있다.

SK도 지난해 준우승팀 NC를 상대로 2승 1패 위닝시리즈를 기록하면서 연패 늪에서 빠져 나왔다. 시즌 초반 힐만 감독의 무리한 수비 시프트가 도마 위에 오르긴 했지만 그런 논란들을 잠재운 것은 가공할 화력쇼였다. 중심타선의 최정과 한동민은 신들린 홈런쇼를 펼치며 각각 5개, 4개로 홈런더비 1,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였다.

시즌 초반 연패에 빠지면서 신임 감독들이 애간장을 태웠던 넥센과 SK의 반등의 원동력은 '빅볼'이었다.

3. 부자가 망하면 삼년은 간다던데...삼성의 추락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감독. [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 정도로 급속히 추락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 삼성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2연패 뒤 화끈한 방망이를 앞세워 시즌 첫 승에 성공했던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주 경기에서 단 1승도 건지지 못했다. 문제는 타선이었다.

투수진은 윤성환, 우규민, 패트릭, 최충연 등의 선발투수들이 선방하고 있지만 타선이 좀처럼 기를 못 펴고 있다. 박석민, 최형우 등의 중심타자들이 빠져나간 공백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김한수 신임감독의 현역시절 기운을 팀 내에 빨리 전파시킬 필요가 있다.

4. 엘롯기의 동반선전

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개막 5연승을 달성한 LG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즌 초반이지만 전통적인 인기구단 LG. 롯데, KIA가 나란히 6승 2패로 리그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주말에 주춤했지만 팀 창단 이후 최초로 개막 6연승을 구가한 LG는 경험을 쌓은 이형종, 서상우, 양석환, 문선재, 진해수, 김대현 등 투타에 걸쳐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에 더욱 기대를 키우고 있다.

롯데는 그야말로 '이대호 효과'를 제대로 맛보고 있다. 팀 전력뿐만 아니라 분위기 자체가 상승되었다. 로이스터 감독 시절의 화끈한 야구가 부활하고 있다. 그동안 사라졌던 로이스터 야구의 색깔은 이대호의 복귀와 더불어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타선뿐만 아니라 투수진에서도 김원중, 박세웅, 박진형 등과 같은 젊은 영건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송승준, 장원준 등이 팀내 주축으로 자리잡던 모습과 유사하다. 화끈한 롯데의 부활에 사직 노래방도 함께 들썩이기 시작했다.

KIA는 김기태 감독 부임 이후 꾸준히 추진된 젊은 선수들의 육성과 구단의 화끈한 투자가 맞물려 전력 상승 시너지 효과를 맛보고 있다. 특히 최형우 영입을 통해 타선의 견고함이 한층 더해졌다. 문제는 흔들리는 마무리 임창용을 과연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대한 해법이다. 승수는 쌓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모래성처럼 무너질 우려가 있는 장면들이 보이고 있다. 김기태 감독의 매직이 필요한 때이다.

이번 주 일정을 거치면서 과연 시즌 초반 판도가 어떤 모습으로 지각 변동을 일으킬지 관심이 더 모아지는 2017 KBO리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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