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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편 가르기 청산', 전략적 선택의 다른 버전대선 메시지 구도가 '적폐 청산' 대 '편가르기 청산'으로 선명해졌나?
문한별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4.11 10:40

오늘자 조선일보 사설 <"기득권과 대결"이란 文, "편 가르기 끝낸다"는 安>을 읽기 전에, 약 1년 전 쯤에 작성된 사설을 먼저 읽어 보기로 하자.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 안철수 대표의 우유부단한 태도를 꼬집는 사설이다. 제하여 <"부패 관련자 영구 퇴출", 安 대표 그간 약속 깡그리 뭉개나>(2016.06.29).  

2017년 4월 11일 조선일보 사설

내용은 간단하다. 국민의당 박선숙·김수민 두 비례대표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으로 실무관계자가 검찰에 구속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부패 관련자는 영구 퇴출시켜야 한다" "부패에 단호한 정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안철수 대표는 속히 그들을 쳐내지 않고 무엇하고 있냐는 것이다. 

"명백한 비리를 보고서도 이렇게 우왕좌왕해서야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얻겠는가. 이번 사건은 국민의당 창당 이후 첫 부패 사건이다.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국민의당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 대표와 국민의당은 적당히 넘어갈 생각을 말아야 한다"

상기한 사설에서 조선일보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분명하다. 부패와 비리를 확실히 척결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식으로 단호히 대처해야만 미래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요컨대, 부패 척결은 국민의 신뢰와 긴밀히 연결돼 있고 나아가 미래 지향적인 과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결코 적당히 넘어갈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자! 이 사설을 머리에 담아 두고 오늘자(11일) 사설을 감상해 보자. 사설은 문재안과 안철수의 대결이 각각 '부패 기득권 세력과의 대결'과 '편 가르기 정치와의 대결'임을 시사하는 서론. 이어 '적폐 청산'을 부르짖는 문 후보의 오만함을 타박하면서 동시에 안 후보의 '편가르기 청산'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아쉽다는 유감을 담은 본론, 마지막으로 대선 구도가 이처럼 '적폐 청산'과 '편 가르기 청산'으로 선명해졌으니 유권자들은 알아서 잘 판단하라는 결론, 이렇게 총 5문단으로 구성돼 있다.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문재인 후보가 주장하는 '부패 기득권 세력'과의 대결을 "자신들은 선이자 정의라고 생각"하는 "특권적 갑질"이자 "이분법 전략" 내지는 "진보좌파 기득권의 아전인수격 독선"으로 규정하고 이 때문에 한계를 넘지 못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한편, 안철수 후보에게는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협치가 펼쳐질 것이란 큰 그림은 제시돼야 한다"거나 "(편가르기 싸움이라는)이 고질은 안 후보가 당선되는 것만으로 고쳐치지 않는다"는 표현까지 써 가면서 그가 내세운 '편 가르기 청산'에 힘을 실었다. 

본론이 이러하니 결론은 보나마나다. 사설은 '적폐 청산' 대 '편 가르기 청산' 가운데 어느 것이 "나라에 필요하고 도움이 될지" 유권자들이 앞으로 한 달 동안 판단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상 대놓고 안철수를 찍으라고 떠미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상상력이 너무 과한 것 아니냐고? 사설 분석으로도 충분치 않다면 나흘 전에 작성된 사설의 한 토막을 가니시로 곁들여 보시라.

"많은 국민이 통합을 원하는데 문 후보는 반대로 갔다. 문 후보 주변의 완장 찬 듯한 오만한 언행, 상대를 증오하고 적대시하는 행태는 노무현식 편 가르기 정치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를 낳았다. 지금 대한민국엔 촛불과 태극기 대결이 만들어 놓은 분열의 골을 메우는 대통령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이 통합돼야 안보도 경제도 대처할 수 있다..."(사설, <대선 판세 급변, 文·安 민심 제대로 읽으라>, 2017.04.07)

조선일보가 문재인 후보를 격렬하게 싫어하고 안철수 후보를 공공연하게 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니, 이를 다시 강조한다는 것은 영양가 없는 일이 될 터. 다만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고 밀기 위해서 조선일보가 이전 사설에서 제시한 논리를 과감히 뒤집어버리는 무도한 행위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맨 처음에 소개한 <"부패 관련자 영구 퇴출", 安 대표 그간 약속 깡그리 뭉개나> 사설의 요지가 무엇인지 기억하는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당 내에서 벌어진 비리와 부패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 한다면 국민의 신뢰도 얻을 수 없고 미래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럴진대, 조선일보 논리대로라면, 촛불민심으로 드러난 박근혜·최순실 부역자들의 범죄와 부패 비리를 깨끗이 청소, 청산하는 작업이야말로 국민의 마음을 얻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길이라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미 부패한 기득권 세력의 일원으로서 '적폐 청산'을 부르짖는 문재인 후보가 마냥 두렵기만 한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항마'로서 안철수 후보를 띄우기 위해 뒷말이 앞말을 잡아먹는 식언의 묘기를 남발하고서도 제 스스로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이런 신문지가 '대한민국 일등신문'을 자처하고 있으니 이 나라 정치가 요 모양 요 꼴 아닌가.

문한별 칼럼니스트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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