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현상이 이어진다. 잘나가던 작가가 벽에 부딪혀 힘겨워 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한세주에게도 재앙과 같은 저주는 피해가지 않았다. 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에 그에게 다가온 것은 유령작가였다. 뿌리치기 힘든 그 손을 잡은 세주의 변화는 <시카고 타자기>의 모든 것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고경표의 등장 의미;
영혼의 타자기가 만들어내는 기묘한 인연, 인셉션 같은 기이한 세상

진수완 작가 자신의 고민이 아니었을까? 한세주라는 걸출한 작가가 갑작스러운 슬럼프를 맞이한다. 이를 이겨내는 과정을 담고 있는 <시카고 타자기>는 수많은 작가들이 두려워하는 그 고통의 시간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첫 주 방송에 대한 호불호가 존재할 수는 있지만 분명한 것은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한세주를 위협하는 인물은 그가 생각한 설이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자신을 협박해왔던 스토커는 남자였다. 그리고 그는 사제 총을 만들어 세주를 위협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를 구한 것은 설이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설은 범인이 만든 총으로 그를 제어했다.

tvN 금토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문제는 설이가 총만 잡으면 기묘한 현상과 마주한다는 점이다. 세주가 30년대 경성을 떠올리듯, 설이는 총만 잡으면 그 시대로 돌아가는 환영을 본다. 설이가 잘나가던 사격 선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그 때문이었다. 설이가 이미 오래 전부터 그 기묘한 힘에 지배를 받고 있었다는 의미다.

현기증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침입자를 제압한 설이는 그렇게 세주의 집에서 머물게 되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세주의 손님방에서 깨어난 그는 타자기 앞까지 다가서게 되었다. 타자기가 이끄는 대로 움직인 설이지만 세주는 여전히 의심만 커질 뿐이다.

범인은 잡혔지만 그는 이상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 더욱 익명의 제보자는 가장 악랄한 기자에게 범인과 세주가 나눴던 이야기를 기사화했다. 설이까지 셋만 알고 있는 내용을 어떻게 기자는 알았을까? 고민하던 세주는 설이가 이 모든 것을 주도했다는 의심까지 하게 된다.

세주의 극심한 의심은 설이가 10년 동안 이어오던 덕질을 그만두게 만들었다. 순수했던 세주는 열정적으로 글을 써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섰다. 그런 그를 좋아했던 설은 너무 가까운 곳에서 그를 보며 자신이 알고 있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에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었다.

tvN 금토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긴 시간 동안 자신이 보낸 편지가 곧 세주의 소설이 되었다고 주장한 범인. 서로에게 뮤즈의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는 그 범인의 행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기자에게 제보한 것 역시 범인의 여동생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범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극단적 선택까지 한다.

이 모든 상황은 세주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수밖에 없도록 했다. 말 그대로 범인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목숨을 끊은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주는 극심한 슬럼프를 맞이했다. 아무리 글을 쓰려 해도 쓸 수가 없다. 사슴이 좋아 집안에서 사슴을 키웠지만, 그 조용한 사슴마저 글쓰기에 방해가 된다는 세주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오직 돈만 아는 세주 전속 출판사인 황금곰 갈지석 사장은 슬럼프에 빠진 세주에게 유령 작가 이야기를 꺼낸다. 한세주의 글이 아닌,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그의 이름만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세주의 고통보다 더 중요한 돈벌이를 위해 갈 사장은 은밀하게 유령 작가를 섭외한다.

갈 사장이 섭외한 유령 작가가 유진오(고경표)일까? 아닐 것이다. 유진오는 '시카고 타자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유진오라는 인물 역시 한세주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 모든 것이 바로 세주 자신이라는 것 역시 명확해 보인다.

세주가 차를 몰고 자신이 집에서 키우다 버린 사슴을 피해 절벽에서 떨어지는 장면, 그리고 그런 그 앞에 우비를 입고 삽을 들고 나타난 설이. 이 모든 것이 실제 일어나는 일일까? 아마도 슬럼프에 빠진 세주가 상상하는 꿈의 일부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tvN 금토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설이 등산을 떠났고 우연하게 실제 사고가 난 세주 앞에 등장했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흐름으로 보자면 영화 <인셉션>처럼 복잡하게 가기보다는 현실적으로 감당이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세주를 사고로 묶어두고 그 시간 '지니'처럼 타자기에서 나온 유진오가 대필을 해주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세주의 뮤즈는 진오일 가능성이 높다. 신기하게도 세주, 설, 진오가 모두 30년대 경성에서 함께했던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모든 것의 중심일 수밖에 없다. 과거와 현재가 기묘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점도 이런 특별함을 이야기해준다.

진오는 세주의 막힌 창작력을 깨우는 존재이자 그와 설이의 사랑을 연결해주는 큐피트이기도 하다. 이미 세주의 정신세계를 지배한 또 다른 자아인 진오로 인해 지독한 슬럼프를 벗어나고, 떠나버린 설이를 잡기 위한 그의 행동이 색다른 재미로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백태민 그리고 백도하와 그의 부인 홍소희. 일상적인 가족의 관계라 할 수 없는 이들이 행동은 과거의 기억들을 찾게 유도한다. 백도하 집안에서 벌어진 한세주의 아픈 기억도 현재의 그를 설명하게 해주는 답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올 듯하다.

유령 작가라는 소재는 흥미롭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유령작가>가 묵직한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재미를 이끌었다면, 진수완 작가의 유령작가는 자신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고통의 결과물로 다가온다. <인셉션> 같은 기묘함과의 조우까지는 아니지만 <시카고 타자기>는 누구나 한 번은 경험해 봤을 법한 슬럼프에 대한 이야기를 큰 줄기로 품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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