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민주화 이후 치러진 역대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지상파 3사 뉴스가 정당이나 정부 기관이 의혹을 제기하거나 폭로한 정치적 쟁점들을 보도할 때 스트레이트 기사로 단순 인용 보도하는 경향성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언론이 검증 없이 정당이나 국기기관의 관점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관행은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끼쳐 대의민주주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춘식 한국외대 교수는 7일 오후 3시30분 한국외대 교수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주관 세미나에서 ‘방송의 대통령선거 보도 관행 변화, 1992년~2012년’이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7일 오후 3시30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회관에서 한국방송학회 주관으로 열린 '방송의 정치 저널리즘 관행 변화, 1992년~2012년" 특별세미나. (사진=미디어스)

김 교수는 먼저 민주화 이후 대선 국면에서 정당이나 국가기관이 제기한 의혹이나 정치적 쟁점을 10꼭지 정도 추려, 지상파 3사가 어떤 구성으로 보도했는지 살폈다. 그 결과 1992년 대선까지는 단신 보도와 현장중계가 골고루 분포됐지만 1997년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부터는 현장중계 비중이 전체 뉴스 진행 방식의 80%를 넘었고, 2007년 ‘BBK 주가조작 사건’부터는 90%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 현장중계 방식은 취재원의 단순 사실을 전달하는 구성을 이루고 있어, 언론이 전달자적 성향이 강해졌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었다.

또한 지상파 방송사들이 제목을 선정할 때 ‘겹따옴표와 홑따옴표’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방송사들은 1992년에 전체 제목의 2.4%정도에 인용부호를 사용했지만 2007년에는 57.7%로 대폭 상승했고, 2012년에는 그 비중이 81.3%까지 치솟았다.

본문에 등장한 취재원 유형으로는 쟁점공방 개인정당, 검찰 관계자가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또 방송사들이 본문에서 취재원의 발언을 인용할 때 사용되는 서술어는 ‘말했다, 밝혔다’, ‘주장했다, 강조했다’, ‘촉구했다, 경고했다’ 순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결론에서 “헤드라인 인용부호 사용 관행은 언론의 역할을 ‘감시자’ 혹은 ‘해석자’가 아닌 ‘단순 전달자’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면서 “이런 관행은 언론이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을 맹신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영향을 줘 대의민주주의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대안으로 △과도한 출입처 의존 관행에서 벗어나기 △객관주의 원칙 개념에 대한 재해석 △정치인·정당 간 갈등 상황에 높은 가치 부여하는 관행 벗어나기 등을 제시했다.

지난 3일과 지난달 27일 KBS<뉴스9> 화면 갈무리.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번 대선 국면에서 특정 대선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방송사들이 기계적 균형으로 한 쪽의 공격을 받아쓰는 수준으로 옮겨 적고만 있다”며 “언론이 나서서 검증하는 태도는 볼 수 없고, 또 검증이나 해명을 했음에도 그것조차 전하지 않는 보도도 많았다”고 말했다.

한동섭 한양대 교수는 “저널리즘에서 사실과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사실은 다르다. 저널리즘에서 사실 보도는 기자가 의견을 보이지 않고, 인용을 한 것을 사실로 해주기로 약속한 것”이라며 “누군가 말을 한 것이 사실이므로 말한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는 상관없이 사실로 해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언론은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 해도 말한 사람을 단순 인용했기 때문이라며 빠져나갈 수 있고, 독자들은 그걸 보고 사실이라고 생각하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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