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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 '네거티브' 말고 비전을 말하라서로 상대 '비정상' 만드는 난타전, 공동체 도움 안 된다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7.04.10 11:46

한 달 남은 대선 구도가 요동치면서 여러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이 중에는 진지한 분석으로 대안을 내놓으려는 것도 있지만 일종의 아전인수에 해당하는 것도 있다. 어쨌든 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상승한 결과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안철수 후보 지지층 일부에서는 이 상황을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으로 정권교체 프레임의 영향이 줄어든 효과로 본다. 정권교체는 이미 분명해졌고 남은 것은 누가 더 좋은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 관점으로 본다면 문재인 대 안철수의 양강구도는 누가 더 나은지를 따지는 포지티브한 경쟁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뜨겁게 불붙고 있는 네거티브 경쟁은 과연 이런 구도가 작동하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아들인 문준용 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문제와 민정수석이던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인척의 음주운전 사건을 무마하는데 관여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는 주로 보수 정치권에서 제기한 것이다.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의 정치관이 편협하며 패권주의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주로 제기하고 있다.

6일 ‘안철수 조폭’이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한 것은 이런 흐름이 진영을 달리해 나타난 결과다. 구체적으로는 안철수 후보가 호남 지역에서 참석한 행사에 폭력조직과 관계된 이들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함께 사진을 찍었다는 정도야 단순한 해프닝에 그치는 문제일 수 있겠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차떼기 경선’으로 문제를 확대하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선관위가 국민의당 호남지역 경선 과정에서 투표자를 차로 실어 날랐다는 의심을 받는 관계자들을 고발한 사실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앞의 사건과 묶어 “조폭을 동원한 것 아니냐”는 논리로 공격한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이런 사례들은 현재의 문재인 대 안철수 구도가 ‘누가 더 나은 정치인인가’라는 것보다는 ‘누가 더 정상인에 가까운가’라는 질문 속에서 탄생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 ‘비정상’의 상징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에 집중돼있다. 정치권에서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는 데 쓰이는 어휘가 “참여정부의 김기춘 우병우”, “문준용은 정유라”, “문재인은 남자 박근혜” 등인 이유는 ‘문재인은 비정상’이란 인식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반대편에서 안철수 후보를 공격하는 논리 역시 마찬가지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층은 ‘적폐청산’의 대상 범위를 이른바 친박계를 넘어 친이계까지 확장시키고 싶어 한다. ‘이명박근혜 정권’이 모두 ‘비정상’이었기 때문에 이들 모두를 청산해야겠다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구 친이계와 가깝고 권력 쟁탈을 위해서는 조폭과도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란 식의 공격은 이 ‘비정상’에 안철수 후보가 포함된다는 논리를 형성한다.

이런 구도와 논리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유권자층에서 공유된다. 전통적인 보수정당 지지층에서 ‘비정상’은 ‘종북’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보수적 유권자들이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것은 문재인 후보를 ‘종북’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문재인 후보가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했다거나 북한에 ‘퍼주기’를 한 정권의 부역자라는 식으로 매도한다. 자유주의적 성향의 유권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볼 때 느끼는 이상한(uncanny) 느낌을 이들은 ‘종북’을 보면서 갖는다.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들이 음모론적 세계관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이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종북이 대한민국을 접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관념이 작용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오른쪽 세번째부터),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등이 지난달 8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제33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사드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성남시장. (연합뉴스)

이들의 고민거리는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더라도 ‘종북’의 공포로부터 해방될 수 없다는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허수아비다. 안 후보를 대선에서 찍으면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상왕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건 이 지점에 주목한 것이다. 국민의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했고 이후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계승한다고 망설임 없이 말하는 박지원 대표는 보수적 유권자들이 볼 때 ‘종북’의 범주에 포함되는 인물이다. 박지원 대표가 “홍준표 후보를 찍으면 문재인 후보가 된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한 것은 이에 대한 일종의 ‘역공’이다.

‘누가 더 나은 정책과 비전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덜 이상한가’를 겨루는 이런 선거 구도는 공동체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구도가 이런 식으로 형성되는 것의 이면에는 각 후보들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철학을 내놓고 이를 ‘정치캠페인’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다. 현안에 대한 입장도 있고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정책 공약도 있지만 이를 총론적으로 종합해서 제시하는 일에는 모두가 게으르다. 그나마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정도가 한국사회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제시하고 있으나 지지율이 너무 낮아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선거 구도를 생산적으로 만들기 위해선 미뤄놨던 일들을 재개해야 한다. 이 나라의 정치와 경제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를 유력 후보들이 선도적으로 제시하고 언론과 지지자들은 이를 신의성실하게 검증해야 한다. 마침 문재인 후보 측은 자신들의 경제정책을 ‘J노믹스’로 명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단기적 고통을 거쳐 지속 성장을 꾀하겠다는 것”이란 것 외에는 구체적 내용이 아직 알려진 바 없지만 이를 시작으로 좀 더 진지한 검증 국면이 이어질 필요가 있다.

민간 주도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겠다는 것 정도 외에는 화제가 된 게 없는 안철수 후보도 마찬가지다. 조속히 비전과 전망을 내놓아야 그에게 표를 줄지 갈등하는 보수적 유권자들도 마음을 정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쳐야 ‘문재인이 싫어서 찍는 후보’의 한계를 벗어나 진실한 의미의 양자구도를 자력으로 형성할 수 있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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