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권상우를 앞세운 <추리의 여왕>이 첫 주 방송을 마쳤다. 추리를 앞세운 드라마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지만 그만큼의 성과는 아닌 듯하다. 추리극의 재미는 결국 사건이 얼마나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런데 <추리의 여왕>엔 가장 중요한 초반 사건이 없다.

사건 없는 추리극;
최강희와 권상우의 캐릭터는 잡혀가지만 시청자 사로잡는 사건이 보이지 않는다

시장 보관함에 담겨 있던 마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은 <추리의 여왕>을 이끄는 큰 사건이다. 이 사건은 유설옥과 하완승, 홍준오, 정지원, 장도장 모두가 모일 수 있게 만들었다. 조폭 두목인 장도장과 그를 변호하는 정지원, 도장을 잡고 싶은 완승은 오래된 악연을 가진 인물들이다.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어 동네 사건들을 찾아다니던 설옥은 새롭게 동네 파출소장으로 부임한 준오와 환상의 커플이 되었다. 첫 사건 해결 후 설옥을 완벽하게 믿은 준오는 언제나 그의 해박한 지식과 감각에 도움을 받는다.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

모두가 주목하지 않은 동네 사건들을 챙기는 설옥의 역할은 그래서 준오에게 반갑다. 파출소에서도 동네 사건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상황에서 설옥의 적극적인 참여는 준오에게는 행운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장 보관함 파괴 사건은 설옥과 준오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모이는 이유가 되었다.

1회와 2회는 유기적인 시간의 흐름이 아닌 배열의 재조합을 통해 이야기를 극대화하는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그리 매끄러운 전개는 아니었다. 완승과 도장의 악연은 시작부터 화려하게 이어졌다. 마약 사범을 잡기 위해 조폭 사무실을 찾아간 그들은 극단적인 폭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일당백 완승을 잠재운 것은 미성년자였다. 쇠파이프로 머리를 맞은 완승은 깨어난 후 그를 제압했지만 이 모든 과정은 CCTV로 잡혀있었다. 현행범으로 장도장을 잡아냈지만 이 모든 상황에 대비한 그들에 의해 오히려 완승은 파출소로 쫓겨나게 된다.

완승이 형사가 된 이유는 그의 기억 속에서 드러났다. 연인인지 동생 혹은 누나인지 알 수는 없지만 여성의 죽음이 완승의 지독한 트라우마로 남아 그의 현재를 지배하고 있다. 그렇게 형사가 되었고, 장도장은 뭔지 명확하지 않지만 완승의 과거 기억과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장도장을 돕는 로펌 '하앤정'이 왜 조폭을 돕는지 알 수는 없다. 마약 거래를 하던 장도장을 적극적으로 돕는 것은 뭔가 긴밀한 관계로 엮여 있음을 추측하게 한다. 완승과 만나지 말아야 할 장소에서 마주친 설옥. 그녀는 완승의 아픈 기억을 깨웠고, 이런 인연은 설옥의 남편인 검사 호철과는 악연으로 이어진다.

기본적인 판은 첫 주 모두 드러났다. 출연했던 모든 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게 연결된 인물들 사이에 새로운 사건들이 등장하고 풀어가며 핵심 주제를 함께 추적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추리의 여왕>은 아쉬움도 크다.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

첫 주 방송이 시청자들의 선택을 결정하게 한다는 점에서 <추리의 여왕>은 전략적인 선택을 잘못했다. 첫 주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1회 조폭들과 격투를 벌이고, 주부 추리 여왕이 날카로운 추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등장하기는 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추리라고는 하지만 이미 많은 추리극을 봐왔던 시청자들에게는 허무하게 다가올 뿐이었다. 그나마 무게감 있게 다가온 것은 시장 보관함 사건이기는 하지만 그걸로 시선을 끌어 잡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그만큼 정교하거나 흥미롭게 다가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추리에는 그만한 이유들이 등장해야 하고 보는 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선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추리의 여왕>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첫 주 방송된 이 드라마는 그저 식상한 형식의 범죄 수사물 정도로 다가올 뿐이었다.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

코믹이 전면에 깔리고 사건을 밝혀내는 주부 추리 여왕의 등장하는 형식은 참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 내용을 채워 넣는 과정에서 밀도가 떨어지면 시청자들의 채널은 다른 곳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초반 시청자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는 것은 큰 약점이 되고 말았다.

2회 마지막에 등장한 살인 사건이 어떻게 풀어지느냐에 따라 반전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얼마나 흥미롭고 재미있게 사건을 추리하고 밝혀내느냐에 따라 채널을 돌렸던 시청자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 수도 있으니 말이다. 셜록을 떠올리게 하는 설옥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는 했지만, 오히려 이런 시도가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더욱 떨어트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추리극에 정교한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 <추리의 여왕>은 첫 주 강력한 사건을 통해 시선을 사로잡아야 했지만 실패했다. 밋밋했던 시작은 큰 부담으로 <추리의 여왕>을 짓누를 수밖에는 없어 보인다. 그저 최강희와 권상우를 앞세워 시청률을 얻겠다는 전략은 더는 통할 수 없음을 제작진도 알아야 할 듯하다. 추리극에 추리할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최악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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