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고 한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현실은 작가보다 배우 캐스팅에 더욱 열을 올리는 것 같다. 그러나 배우는 또 작가 혹은 작품을 보고 출연을 결심하게 된다. 결국 뱀 꼬리를 잡는 돌고 도는 요지경 속사정 같기만 한데, 바로 <추리의 여왕> 때문에 이런 시답잖은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부분적으로 어색하거나 허술한 구석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최강희와 권상우의 연기와 케미가 너무 돋보여 딱히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이래서는 드라마는 작가놀음이라고 할 수 없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최강희와 권상우의 조합은 최강의 엔터테인먼트를 보장하고 있다.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

그럴 만큼 일단 <추리의 여왕>은 재미있다. 러닝타임 한 시간의 감각은 거의 2,30분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이렇다 할 액션이나, 명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가슴을 뭉클하게 끌어당기는 명대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홀린 것처럼 드라마에 빠져들게 된다. 대신 명연기가 전편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거창하지 않은 소소한 일상의 연기톤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그만큼 이 드라마가 독특하고 또 재미있다는 것인데, 이상하게도 시청률은 제법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아마도 많은 시청자들이 이 낯선 장르의 드라마에 낯설어하는 것은 아닐지 모를 일이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보수적인 것이 드라마를 보는 한국 시청자 성향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국은 장르의 다양성이 자주 봉쇄되곤 한다. 이번에도 그럴까 걱정이 앞서는 현상이다.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

특히나 <추리의 여왕>이 전작인 <김과장>과 마찬가지로 연애 없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걱정이 더 클 수밖에 없는데, 이는 완승(권상우)과 장도장(양익준)의 오랜 원한관계가 좀 더 구체화되면 비록 과거형이기는 하지만 로맨스를 애틋함으로 대신할 수 있기를 기대해봐야 할 것이다.

다만 1,2회 전체를 쥐고 흔들고 있는 설옥의 캐릭터가 현재로서는 너무도 기발하고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무엇을 말해줄 것이냐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 설옥은 자신을 희생해 남편을 검사로 만든, 다분히 20세기적인 여성이다. 헤어스타일조차 20세기를 넘어 구한말 신여성을 연상케 할 정도다. 게다가 시어머니와 시누이까지 모시고 사는 이 구시대적 여성의 이중생활이 드라마 주 시청층인 여성들에게 어떤 공감과 해방감을 줄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남게 된다.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

그것은 지금으로서는 알 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될 것이기는 하다. 그걸 다 알고 나면 더 이상 드라마를 볼 의미도 재미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트에서 타임세일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고 카트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우연히 들른 절도현장에서 살인을 읽어내는 동네 아줌마의 색다른 모습만으로도 최소한의 카타르시스는 가능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일상에 밀착된 관찰과 추리로 왠지 아줌마 탐정의 개연성에 빠져들기까지 한다.

1,2회에서 받은 흥분할 정도로 신선했던 느낌으로는 걱정보다는 기대라고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이상하게도 시청률이 떨어진 것이 불길할 뿐이다. <추리의 여왕> 1,2회를 보면서 해외의 많은 수사극들이 그렇듯이 시리즈화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푹 빠져 본 사람으로서는 살짝 허탈할 지경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은 나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니까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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