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가 <MBC스폐셜> ‘탄핵’편 불방 논란과 관련해 담당 본부장을 불러 소명을 들었지만 사실 관계 확인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안건 논의가 다음 회의로 미뤄졌다. 안광한 전 MBC 사장에게 지급되는 자문료 등에 대해서도 안건에 올라왔지만 여당 추천 이사들이 회의를 비공개 진행으로 밀어붙이자 야당 추천 이사들이 반발하며 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방문진은 6일 오후 2시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을 불러 ‘탄핵’편 불방 사태에 대한 소명을 들었다. 이운우 경영본부장으로부터는 안 전 사장에게 지급되는 자문료 등에 대해 보고를 받기로 돼 있었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사진=미디어스)

김 본부장의 말을 종합하면, <MBC스페셜> 담당 PD는 지난해 12월 당시 담당 다큐멘터리 부장과 콘텐츠제작국장에게 아이템 제작을 보고했고, 담당 국장이 김현종 당시 편성제작본부장에게 구두로 보고하자 김 본부장은 ‘탄핵되면 해라. 그때 한번 보자’라고 얘기했다.

이후 담당 PD는 지난 1월 9일 기획안을 부장에게 제출했고, 이 기획안은 국장 선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김 당시 본부장은 이 기획안은 확인하지 못했고, 그는 촬영이 시작된 지 3개월 가까이 지난 시점인 지난 2월28일 ‘보고서를 받은 적이 없다’는 이유로 ‘탄핵’편 방송을 거부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국장이 어떤 사유로 기획안을 본부장에게 전달하지 않았고 소통이 부재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기획안이 만들어져서 국장까지 전달됐는데 김 당시 본부장이 ‘받은 적이 없다’고 하면, 당연히 국장에게 (왜 기획안을 전달하지 않았는지) 물어봤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김 본부장은 당시 담당 국장이 다른 부서로 전보됐고, 이에 대해 묻기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야당 추천 이완기 이사는 김 본부장의 소명에 “담당 PD가 3개월 동안 4천여만 원을 들여가면서 제작을 해왔는데, 그간 부장과 국장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인지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탄핵’ 편은 지난달 13일 저녁 방송이 예정돼 있었으나 해당 방송은 불방 됐고 담당 PD가 비제작부서로 전보됐다. 사진은 '탄핵' 편이 돌연 취소되며 대체 방송된 '농부의 탄생 – 열혈 남한정착기' 예고편.

<MBC 스페셜> ‘탄핵’ 편을 제작하던 콘텐츠제작국 다큐멘터리부 소속 담당 PD는 지난달 10일 인사발령에서 MBC 내 대표적인 ‘유배지’로 꼽히는 ‘뉴미디어포멧개발센터’로 전보됐다. 해당 센터는 구로동 가산디지털센터 인근에 위치, 상암 MBC사옥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

이날 최 이사는 해당 센터에서 제작되는 프로그램 내용과 설립된 목적, 상암이 아닌 구로동에 자리한 이유 등을 질문했다. 이에 김 본부장은 “제작비는 올라가고 광고는 적어져 소수로 구성된 팀을 꾸려 적은 제작비로 제작할 필요성을 느껴 만들어진 센터”라며 해당 센터에서는 5월 말을 목표로 프로그램이 개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센터가 구로동에 설립된 이유에 대해서는 마땅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김 본부장이 이날 안건 내용들에 대해 사실 관계 확인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고 이사장은 오는 20일 열리는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김 본부장을 다시 불러 소명을 듣기로 결정했다.

이날 방문진은 이 경영본부장으로부터 안광한 전 사장 자문료 등에 대한 사전 보고를 받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여권 이사들이 회의 비공개를 주장하자 야권 이사들이 반대하며 양측 간에 고성의 말싸움이 오갔고, 결국 고 이사장이 회의를 종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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