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극적인 골로 아시아 선수 리그 최다골을 넣었다. 토트넘의 에이스 케인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원톱 역할을 해야 하는 손흥민에게 결승골은 무척이나 소중했다. 여전히 독주 중인 첼시를 넘어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2위를 굳히기 위해서라도 남은 경기 승리는 간절하다.

손흥민 추가 시간 만들어낸 환상적인 결승골, 토트넘에게 승점 3점 안기다

80분간의 경기는 스완지시티의 몫이었다. 탈락 위기에 빠져 있는 스완지로서는 토트넘을 꼭 잡아야만 했다. 양 팀 모두 놓칠 수 없는 경기이다.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팀들에게 승점은 너무나 소중하다. 케인이 부상으로 빠진 뒤에도 토트넘은 무너지지 않았다. 알리와 에릭센을 앞세운 팀은 여전히 강했다.

손흥민이 케인의 역할을 해주기를 원하는 이들은 많다. 하지만 아직 다득점을 이끌며 완벽한 팀 에이스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컵 대회에서 헤드트릭을 기록하며 주가를 올리기도 했지만 다음 경기에서는 골을 넣지 못하는 등 여전히 많은 검증을 받는 처지에 있는 손흥민에게는 여유롭지 못했다.

손흥민. [AFP=연합뉴스]

선발에서 제외되기도 했던 손흥민은 스완지 전에 선발로 나섰다. 케인의 자리를 대체한 손흥민은 경기 내내 부지런하게 뛰었다. 전반에만 최소 2, 3번의 결정적인 순간들이 있었지만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30여분이 흐른 후 공간 패스를 받아 슈팅을 했지만 살짝 빗나갔다. 물론 아쉽게 오프 사이드 판정을 받기는 했지만 손흥민의 상태가 좋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두 번째 기회는 평소에 친하게 지낸다는 수비수 데이비스가 극적으로 패스한 공이 골대를 넘어가는 슛으로 이어진 부분이었다. 왼쪽 수비수인 데이비스가 최전방까지 올라와 나가는 공을 살려 패스까지 한 것은 좋았다.

하지만 상대 수비와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애매하게 뜬 공을 처리하는 것은 쉬운 게 아니다. 골과 가장 가깝게 간 것은 47분경이었다. 손흥민이 중앙수비수 페르난데스를 앞에 두고 슛한 것이 손에 맞고 나가며 PK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전반 10분 라우틀리지에게 당한 골로 0-1로 끌려가던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스완지 선수들은 말 그대로 몸까지 날려가며 승점 3점에 대한 간절함을 보였다. 스완지의 운명은 주전 골키퍼인 파비안스키가 부상으로 나가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파비안스키 부상으로 지체된 시간으로 경기는 7분 추가시간이 주어졌다. 그리고 0-1로 뒤지던 토트넘은 후반 43분 기적을 쓰기 시작했다. 파비안스키가 교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도 후반 40분 결국 골키퍼는 교체되었고, 동점은 그렇게 3분 뒤에 만들어졌다.

스완지 골대 근처에서 혼전이 되는 와중에 에릭슨의 슛이 스완지 수비수들을 피해 골 사이드로 향했고, 이를 놓치지 않은 알리가 완벽하게 골로 만들어내며 87분을 지배하고 있던 스완지를 흔들어버렸다. 사력을 다해 승점 3점을 얻기 위해 노력했던 스완지는 몇 분을 버티지 못하고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손흥민의 슈팅장면 [AP=연합뉴스]

동점이 된 후 토트넘의 공격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제 승점 1점이 아닌 3점에 대한 갈망이 선수들 사이에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추가 시간이 주어진 46분 시소코를 대신해 들어온 얀센이 중앙에서 우측으로 빠져있던 손흥민에게 백패스를 하며 역전은 이뤄졌다.

얀센의 역할은 무척이나 중요했다. 얀센이 교체되어 들어오며 포지션 변경이 이뤄졌고, 손흥민은 제자리를 찾으며 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그 기회는 아주 짧은 순간 정교하게 이어졌다. 자신에게 주어진 패스를 망설이지 않고 공간을 만들어 들어가는 손흥민을 보고 백패스를 한 얀센. 정확하게 자신에 온 공을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한 손흥민의 결정력은 토트넘을 기사회생시켰다.

48분에는 에릭센마저 골을 만들어내며 토트넘은 3-1로 스완지를 무너트렸다. 경기 대부분을 지고 있던 토트넘은 남은 10여분 만에 3골을 몰아넣으며 승리로 이끌었다. 리그 2위 팀의 저력은 이렇게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나오기도 한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드는 토트넘 선수들의 모습은 그래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득점 후 기뻐하는 손흥민[AP=연합뉴스]

손흥민은 오늘 골로 한국인 EPL 최다골 주인공인 기성용의 8골 기록을 넘어섰다. 그 주인공인 기성용이 있는 상황에서 만든 결정적인 이 골로 인해 손흥민은 아시아 프리미어리그 선수 중 최초로 두 자리 골을 노리게 되었다.

손흥민의 감각은 여전히 뛰어나다. 빠른 주력과 감각적인 슛이 나무랄 데가 없었다. 많은 골을 넣지 못한 경기였지만 시종일관 공간을 만들고 상대를 위협해가는 손흥민은 분명 뛰어난 선수다. 케인이 돌아온 후에도 손흥민이 선발 라인업으로 뛰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골을 만들어내는 것 외에는 없다.

현재의 토트넘 포메이션에서 손흥민의 자리는 없다. 케인을 원톱으로 한 상황에서 알리와 에릭센이 고정된 상태에서 손흥민이 함께 뛸 수 있는 포메이션 변경 없이는 다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오늘 골은 중요했다. 과연 시즌이 끝난 후 손흥민의 최다골 기록이 몇 개까지 늘어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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