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공영방송 KBS·MBC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아들 특혜 의혹’을 보도하며 ‘대선보도준칙’에 어긋나는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후보자에 대한 의혹 보도를 할 때는 철저하게 확인된 사실을 기초로 해야 하지만 두 공영방송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KBS<뉴스9>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3일까지 ‘문재인 아들 채용 의혹’과 관련해 총 4개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문 후보의 아들 취업 과정에 특혜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주된 내용이었고, 문 후보와 이해를 달리하는 정치 세력들이 일방적으로 제기하는 폭로성 주장이 담겨있었다.

▲지난 3일과 지난달 27일 KBS<뉴스9> 화면 갈무리.

지난달 27일 <文 아들 또 공방…“특혜 연수” vs “문제없어”>에서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문 후보 아들이 14개월만에 해외연수를 이유로 휴직한 것은 특혜성 휴직”, “미국의 한 업체에서 인턴으로 일했는데, 이는 공공기관 임직원의 겸직을 금지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3일 <‘文 아들 의혹’·‘사면 발언’ 난타전>에서는 “국민의당은 ‘제2의 정유라 사건’처럼 커지고 있다고 주장”, “자유한국당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국정 조사도 요구했다”고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5일 오전 성명을 내고 “폭로성 주장 받아쓰기 보도는 대선보도 준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KBS대선보도준칙은 사실 관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폭로성 주장은 보도하지 않도록 돼 있고, 후보자의 자질 검증에 관한 사항을 보도할 때는 확인된 사실을 기초로 해야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KBS가 문 후보를 깍아내리는 내용은 집중 보도했지만 자유한국당 후보에 불리한 뉴스들은 철저히 함구했다고 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지난달 29일 ‘문재인은 유병언 회사 파산관재인’이라는 가짜 뉴스를 말했다가 취소했지만 KBS는 이에 침묵했고, 자유한국당 소속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문 후보 관련 가짜 뉴스를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 단체채팅방에 전파하다가 고발돼 경찰 수사까지 시작됐지만 이에 대한 보도는 없었다.

▲지난 3일과 지난달 27일 MBC<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MBC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MBC<뉴스데스크>는 지난 3일 문 후보 아들 특혜 의혹과 관련 두 꼭지를 배치했다. <文 아들 특혜 의혹 "마! 고마해!" 기름 부은 정치권 공방>은 다른 정당들이 관련 의혹에 대해 공세를 퍼붓는 형식의 리포트였고, <채용부터 휴직까지…꼬리 무는 '文 아들' 의혹들>은 현재 제기된 의혹들을 정리하는 리포트였는데, 문 후보 측의 반론은 빠져있었다.

MBC<뉴스데스크>는 지난달 27일에도 해당 의혹(<“14달 일하고 23달 휴직”..‘황제 휴직’ 논란> )에 대해 보도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제기한 의혹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사실 확인의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제목에서 반론을 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공격’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는 “선거방송 준칙에 따라 MBC는 문 후보 아들 의혹에 대해 확인 취재를 거쳤어야 한다. 만약 사실 확인이 불가능했다면 충분한 반론 기회를 주거나 반론 기회 회피 사실을 적시했어야 했다”면서 “하지만 이 보도는 사실 여부 확인도 없었고, 충분한 반론도 싣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MBC 선거방송 준칙은 ‘정보제공의 의무’ 부분에서 주장, 폭로 등을 보도할 때 객관적으로 검증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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