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광주 홈 경기에서 SK를 맞아 6-1로 승리했다. 홈 개막전의 선발 투수는 토종 에이스 양현종의 몫이었다. 대구 원정에서 외국인 투수 원투 펀치가 완벽한 투구로 승리를 이끌었던 기아로서는 양현종이 올 시즌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중요했다.

양현종 호투 이끈 서동욱 호수비, 나지완의 결정적 한 방, 홈 개막전 이끌었다

초반 분위기는 어느 팀이 승리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기아가 선취점을 뽑아 앞서나가기는 했지만 이내 반격을 한 SK의 힘 역시 초반에는 만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의 흐름을 바꾼 것은 서동욱의 환상적인 호수비였다. 그 수비가 없었다면 양현종은 초반에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었다.

선취점은 기아의 몫이었다. 1회 시작과 함께 장염으로 라인업에서 빠진 버나디나를 대신한 노수광이 사구로 나가며 경기는 시작되었다. SK 선발 박종훈은 후속 타자들을 잘 잡아냈지만 이적생 최형우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강력한 시프트 야구를 표방한 SK를 무기력하게 하는, 3루 라인을 타고 빠지는 최형우의 적시타는 타점으로 이어졌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 [연합뉴스 자료사진]

SK의 반격은 의외로 빨랐다. 2회 시작과 함께 4번 타자 김동엽이 2루타로 포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정권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손쉽게 동점을 만든 SK 타선은 양현종을 공략해갔다. 무사 1루 상황에서 이번 경기의 분수령이 된 결정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이재원의 잘 맞은 타구는 안타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2루수 서동욱이 몸을 날려 어렵게 잡아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잡자마자 글러브로 공을 2루로 들어오는 김선빈에게 토스했고, 이 공을 잡아 베이스 태그를 하고 1루로 송구해 병살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압권이었다.

만약 이 공이 빠졌다면 양현종은 조기 강판을 당할 수도 있었다. 2회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공이 SK 타자들에게 정타로 맞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도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동욱의 이 환상적인 수비 하나는 양현종을 지켜냈다.

양현종의 위기는 서동욱이 병살을 잡아낸 후에도 연속 볼넷을 내주는 과정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만큼 2회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2회를 힘들게 벗어난 양현종은 이내 자신의 모습을 찾았다. 공도 묵직해졌고, 제구력 역시 좋아지며 SK 타자들을 농락하기 시작했다.

KIA 타이거즈 서동욱 [연합뉴스 자료사진]

1-1로 팽팽한 승부를 하던 경기는 6회 경기는 한쪽으로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다. 1사 후 김주찬이 안타를 만들며 대량 득점이 시작되었다. 김주찬, 최형우의 연속 안타에 초반 기아 경기를 이끌고 있는 나지완이 챔피언스필드 가장 먼 곳인 중안 펜스를 직접 맞추는 역전 2타점 2루타로 경기를 지배했다.

김선빈의 적시타와 김주형의 적시 2루타에 이어 SK 유격수 박승욱의 송구 실책까지 이어지며 기아는 6회에만 대거 5득점을 하며 경기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SK 선발 박종훈은 5와 1/3이닝 동안 95개의 투구수로 4피안타, 2탈삼진, 5사사구, 4실점을 하며 패전 투수가 되었다. 6회 무너지기는 했지만 그 전까지 기아 타선을 잘 공략했다는 점은 위안이 될 듯하다.

양현종은 6과 2/3이닝 동안 97개의 공으로 5피안타, 8탈삼진, 3사사구, 1실점을 하며 홈 개막전 승리 투수가 되었다. 2회 위기를 넘긴 후 안정적인 피칭으로 상대를 압도한 양현종은 지난 시즌 200이닝 후유증은 보이지 않았다. 헥터, 양현종, 팻딘으로 이어지는 기아의 선발 3명의 모습은 최고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경기였다.

고향으로 돌아온 최형우는 이번 경기에도 2안타를 쳐냈다. 팀의 첫 득점을 만들어내기도 했던 최형우 영입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중심을 잡아줘 상대적으로 편안해진 앞뒤 타자들의 타격감도 살아나고 있으니 말이다. 나지완의 초반 페이스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초반 기아의 타선을 이끄는 것은 나비 나지완의 몫이기도 했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 [연합뉴스 자료사진]

주전인 이범호와 안치홍, 버나디나가 빠진 상황에서도 공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기아의 강점이다. 이범호의 자리는 김주형이 채우고 있고, 중견수인 버나디나의 자리는 노수광이 완벽하게 대신하고 있다. 안치홍의 자리는 서동욱이 대신하고 있다. 과거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가 너무 커서 불균형으로 팀 성적이 추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김기태 감독의 선수 육성이 기아를 더욱 강력한 팀으로 만들어준 셈이다.

양현종이 호투를 하고, 뒤이어 나온 한승혁이 150km를 가볍게 넘기는 강속구로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도 좋았다. 최형우의 이적 후 첫 홈에서 타점을 만들어내는 장면도 팬들에게는 중요하게 다가왔다. 여전히 강력했던 나지완의 결승타 장면도 환호를 받기에 충분했다.

화요일 광주 개막 경기의 진짜 영웅은 무안타의 서동욱이었다. 만약 서동욱의 그런 환상적인 호수비가 없었다면 기아로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유틸리티 맨인 서동욱은 전 포지션 수비가 가능한 선수다. 넥센에서 무료로 이적을 한 서동욱은 자신의 첫 프로 데뷔팀인 기아로 옮겨와 완전히 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가을 야구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서동욱의 가세가 중요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서동욱이 올 시즌에도 뛰어난 활약을 해주고 있다. 안치홍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우고 있는 서동욱은 메이저리그에서나 볼법한 환상적인 수비로 양현종과 팀 모두를 살리는 일등공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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