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부산 지역 언론들이 홍준표 경남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부터 ‘홍준표 대선 소환’ 보도를 일삼았고, 대선 경선에서 ‘진보 대 보수’, ‘지역주의’ 프레임을 강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7 대선미디어감시연대(대선감시연대) 부산시민모니터단은 지난 2월말부터 3월 중순까지 부산 지역언론을 모니터 한 결과, ‘홍준표 띄우기’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당원권 정지 상태였으나 2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에서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징역 1년6개월을 받으며 지사직 상실 위기에 처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18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뒤 당 경선에서 승리하며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에 올랐다.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인 홍준표 경남지사가 3일 오전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열린 한국지역언론인클럽 초청 후보자 인터뷰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4.3 hihong@yna.co.kr(끝)

대선감시연대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홍 지사가 2심 무죄 판결을 받은 지난 2월16일 이후, 부산 지역 언론들은 홍 지사의 대선 출마 여부에 몰두했다. 하지만 홍 지사가 어떤 면에서 결백한지 따져 묻거나 더 자세한 정보를 전달하진 않았다. 또한 홍 지사의 지지율이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자 과도하게 여론을 부추기는 태도를 보였다.

부산일보는 “홍 지사가 등장하자 (보수에서) 이제 해볼만하다는 분위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홍준표)”, “(황교안을 대신할) 구원투수”, “경선 흥행을 위해 홍 지사가 등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라고 썼다. 하지만 3월 초까지 여론조사에서 홍 지사의 지지율은 3%선에 불과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불출마(3월15일)를 선언하자 부산일보는 <보수세력 기댈 곳은 결국 홍준표?>, 국제신문은 <홍준표 ‘황교안 불출마’ 최대 수혜...보수 대표주자 되나>라며 홍 지사에게 보수층 결집이 일어났다는 분석 기사를 내놨다. 경향·한겨레·JTBC 등이 같은 여론조사를 두고 보수층 결집은 없었다고 보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선감시연대는 부산지역 언론들이 홍 지사를 대선 주자로 소환을 시도하며 ‘진보 대 보수’ 구도를 만들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부산일보는 지난달 3일 데스크칼럼에서 “말하지 않는 다수의 보수세력을 대변할 건전한 보수가 나와야 한다”며 “홍준표와 김태호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 본다”고 강조했다.

대선감시연대는 “(보수 대 진보) 프레임 속에서는 각 후보의 행적과 정책 등은 밀러나고 두 세력 간의 싸움이라는 틀로 선거보도가 이끌어간다”며 지역언론들이 이재명 성남시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은 밀려나고 새누리당 출신 보수 후보들을 조명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부산일보, KNN 등이 대선 후보를 출신지역으로 묶어내 보도하는 ‘지역주의’ 관행을 이어갔다며 “단지 부산경남 출신이 대권을 잡을 수 있을까로 묶어 보도하는 것은 없어져야 할 관행”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