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문재인 후보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문 후보의 '확장성'에 의문을 갖는 시각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문 후보의 대선후보 선출 당일 안철수 전 대표가 양자대결에서 문 후보를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등장하면서 대세론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3일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 수도권·강원·제주 순회경선에서 60.4%를 득표해 22%의 이재명 시장, 17.3%의 안희정 충남지사를 따돌렸다. 문 후보는 전국 ARS투표, 현장투표, 대의원 투표 합산 57%의 지지를 얻어 대선 본선 직행을 확정지었다.

▲3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 (연합뉴스)

경선 직후 문재인 후보는 안희정 지사와 이재명 시장, 최성 고양시장을 끌어안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문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안희정의 통합정신, 이재명의 정의로운 가치, 최성의 분권의지 이제 저의 공약이자 우리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안희정 동지에게서 당당하게 소신을 주장하고 평가받는 참된 정치인의 자세를 봤다"면서 "패기와 치열함이 남달랐던 이재명 후보에게서 뜨거운 열정을 배웠고, 최성 후보의 도전정신도 아름다웠다"고 경쟁자들을 치켜세웠다.

문재인 후보의 발언은 경선과정에서 일어났던 네거티브, 지지자들의 비난문자 폭탄 등의 갈등 봉합과 함께 안희정 지사, 이재명 시장, 최성 시장에게 향한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의 지지층이 문 후보에게로 이동할 지는 의문이다. 특히 안 지사를 선택했던 중도·보수성향의 표심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같은 날 여론조사기관 디오피니언이 실시한 여론조사(내일신문 의뢰로 2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유선전화면접조사 39.7%, 모바일 활용 웹 방식 인터넷 조사 60.3%, 응답률 13.5%,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3.1%p)에서 지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 이후 처음으로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후보를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보수·중도 후보 단일화 등을 전제로 한 문 후보와 안 전 대표 양자대결 여론조사 결과 안 전 대표가 43.6%의 지지로 36.4%의 문 후보를 앞선 것이다.

문재인-안철수-홍준표 3자 가상대결에서도 안 전 대표는 32.7%의 지지로 36.6%의 문 후보를 바짝 추격했고, 정당별 5자 가상대결에서도 안 전 대표가 27.3%의 지지를 얻어 33.7%의 문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문재인 후보 측은 "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더문캠은 선관위에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 측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대선후보가 확정되는 오늘 한 언론이 상식적이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여론조사의 기본인 무선전화 조사는 아예 없었다"면서 "유선전화(40%)와 인터넷(모바일활용웹조사 60%)으로 단 하루 동안 조사가 이뤄졌다. 성별, 연령별, 지역별 조사대상의 대표성도 취약하다. 조사가 이뤄진 2일은 전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경기지역 경선에서 압승해 언론노출이 극대화된 날"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디오피니언 여론조사 외에도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후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여론조사는 이미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지난달 29일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가 발표한 여론조사(미디어오늘 의뢰로 지난달 28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 대상,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3.1%p)에서도 문 후보와 안 전 대표가 각각 48%, 42%의 지지를 얻어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8일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발표한 여론조사(국민일보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달 25~27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26명 대상, ARS 방식, 응답률 3.4%,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3.1%p)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두 사람만 출마한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문 후보라고 답한 응답자는 44%, 안 전 대표라고 답한 응답자는 40.5%였다. 조원씨앤아이 3월 1주차 양자대결에서는 문 후보46.5%, 안 전 대표 34.4%, 2주차 문 후보 45.7%, 안 전 대표 34.2%, 3주차 문 후보 47.1%, 안 전 대표 38.4%를 기록해, 점차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후보를 맹추격하는 대선구도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문 후보의 확장성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주 민주당 경선에서 연이어 문 후보가 압승을 거두자,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위를 유지하던 같은 당 안희정 지사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문제는 안 지사에게서 이탈한 지지층이 문 후보에게 이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 지사의 지지율 하락은 오히려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안희정 지사는 '대연정' 등의 발언으로 야당 지지층으로부터 비판을 사기도 했지만 민주당 경선을 중도·보수층까지 확장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의 승리가 유력해지자 안 지사를 지지했던 중보·보수층이 문 후보가 아닌 안철수 전 대표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20~40대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지지율이 높은 것에 비해 문재인 후보는 50, 60대에서 낮은 지지율을 보인다. 50~60대는 중도와 보수층이 많고, 인물에 따라서 지지가 변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안철수 전 대표의 확장성이 문재인 후보보다 넓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엄경영 대표는 "우리나라 유권자를 19세부터 1열로 세우면 중간 지점이 49세 정도가 되고, 여기에 세대별 투표율의 차이를 적용하면 실제 중간 연령은 51세 정도"라면서 "과거에 40대가 승패를 좌우했다면 이제는 50대 초중반이 승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 대표는 "이 연령층에 대개 중도가 많다"면서 "이 연령층을 잡아내느냐 못하느냐가 확장성의 지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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