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이 벌써 5일째를 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또한 물류수송도 늦어지게 된다. 이 같은 불편은 당연한 수순과도 같다. 국민들 또한 모르는 일이 아니기도 하다.

▲ 지난 26일 진행된 '서울지역 철도노동자 총파업승리 결의대회'의 모습ⓒ철도노조홈페이지

철도노조파업, 국민정서를 건들다… 누가?

이러한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수십만 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평생직장을 보장받는 공기업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은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경제적 손실이 있더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엄정한 대처를 주문했다.

또한 정운찬 국무총리 역시 “무리한 파업으로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은 국민들의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며 철도노조 파업을 정면에서 비판했다. 조중동을 비롯한 타 언론 역시 다르지 않다.

<중앙일보>는 27일자 ‘철도노조 파업, 법과 원칙대로 처리해야’ 사설을 통해 “‘회사야 망하든 말든 우리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집단이기주의나 다름없다”면서 “국민 편의를 볼모로 툭하면 벌이는 철도파업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특히 이번 파업은 국민 다수가 바라는 공기업 경영합리화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면서 “철도공사는 혹시라도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국민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대체인력 확보 등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 지난 27일 '중앙일보' 사설

모두들 한 목소리로 ‘시민불편’, ‘운송차질’, ‘공기업 노조’ 등을 중심에 두고 들고 나왔다. 철도노조의 파업이면 늘 나오는 레퍼토리와 같다. 그 안에 노조가 ‘왜’ 파업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리고 늘 언제나 그렇듯 파업을 한 당사자만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이상하리만큼 철도노조의 파업에는 ‘국민이성’이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비춰진다. 한번쯤 이들의 이야기도 들어주면 안 되는 걸까? 철밥통인데 무슨 파업이냐고 욕하기 이전에 이들의 노동환경이 어떤가를 한번쯤 생각해봐주면 안 되는 걸까?

철도노조 왜 파업에 들어갔나?

<한겨레>는 지난 28일자 ‘공기업 선진화가 코레일 파업 불렀다’ 기사를 통해 “노조가 파업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24일 팩스를 통해 전달된 회사 쪽의 단협 해지 통보였다”며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에 그 책임을 물었다.

실제 철도노조의 파업은 철도공사의 일방적인 임단협 교섭을 해지 통보에 있다. 그리고 임단협 교섭의 중점은 ‘근무형태’에 있었다.

2002년도의 일이다. 철도공사와 노조 측은 단체협약을 통해 24시간 맞교대제를 3조2교대로 전환하기로 합의했었다. 24시간 하루 꼬박을 일해야만 하는 근무였다. ‘사람이 24시간을 잠 안자고 일을 할 수가 있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게 하는 살인적인 노동환경이다. 이에 3조2교대로의 전환하기로 한 합의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였다고 한다.

<한겨레> 기사를 통해 노조는 “허준영 사장이 취임하면서 회사 쪽의 태도가 돌변한 것을 볼 때, 정부의 압력이 상당히 작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지난 28일 한겨레 9면 기사

이명박 대통령은 ‘공기업 선진화’를 이야기하며 철도공사 정원의 15%를 감축하도록 했다. 24시간 맞교대인 상황에서 인원감축이라니. 노동인력이 빠지는 순간 노동강도는 더 심해질 것은 뻔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15% 인원감축을 채우지 못하면 철도공사는 민영화대상인 된다. 민영화는 곧 철도이용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공석이던 철도공사 사장으로 ‘허준영’이란 인물을 내려 보냈다. 또 ‘허준영’은 어떤 인물인가. 경북고와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 경찰청장에 취임했다가 농민집회 진압 도중 사망자의 발생으로 사퇴했던 인물이 아닌가. 이렇듯 철도운영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허준영’이 철도공사 사장으로 왔다. 이 ‘공기업 선진화’의 임무를 위해 철도공사에 왔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당연히 임단협이 순조롭게 될 리가 없지 않은가.

이에 박수근 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공공기관으로서는 개벌 기관의 사정을 무시해 가면서까지 무리한 단협 개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 우려가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철도노조파업, ‘국민상식’으로 생각하면….

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정운찬 총리, 그리고 언론매체들. 이들은 모두 “철밥통인데 무슨 놈의 파업인가. 가뜩이나 취업도 힘든 시기에….”, “또 시민들의 불편은 어떻고, 물류운송은 떠 어쩌나 경제도 어려운데….”라고 이야기한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교통불편’, ‘취업’, ‘경제’라는 논리 말이다.

▲ 지난 26일 진행된 '서울지역 철도노동자 총파업승리 결의대회'의 모습ⓒ철도노조홈페이지

바로 이 논리들이 파업에 들어간 철도노조를 공격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바로 ‘국민정서’를 정면에서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앞서도 언급했듯 그 속에 ‘왜’ 파업을 하는가는 없다.

그러나 노조가 파업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고들면 이명박 정부의 무리한 ‘공기업 선진화’를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을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의 발언이나 언론매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만약 언론매체에서 이러한 상황들을 보태지도 말고 그대로만 전한다면 국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현재도 24시간 맞교대제로 일하고 있는 철도노동자들에게 더 높은 강도의 일을 하라고 요구할까? 이것이 알고 싶다.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정부는 언론을 이용해 건드리고 있다. ‘국민정서’를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들의 상식적인 ‘국민이성’이 작동되도록 언론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기대를 할 수 있는 언론이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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