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빈(수리고)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 최고점을 다시 한 번 갈아치우며 '톱10' 진입에 성공, 한국 여자 피겨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 2장을 안겼다.

최다빈은 1일(한국시간) 핀란드 헬싱키 하르트발 아레나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9.72점, 예술점수(PCS) 58.73점을 받아 128.45점을 기록했다. 최다빈의 이번 프리 스케이팅 점수는 최다빈 개인의 프리스케이팅 역대 최고점이다.

프리 스케이팅에 진출한 24명의 선수 중 13번째로 연기를 시작한 최다빈(배경음악: 영화 '닥터 지바고')은 첫 번째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 이은 트리플 플립과 더블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까지 무난하게 소화했다.

이어 플라이 카멜 스핀과 스텝 시퀀스로 호흡을 고른 최다빈은 트리플 루프, 트리플 너츠-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실수 없이 소화하면서 전반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후반부에 접어든 최다빈은 트리플 살코와 더블 악셀을 모두 성공시키며 점프 과제를 모두 마쳤고, 이어진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과 코레오 그래픽 시퀀스, 레이백 스핀으로 '클린' 연기를 마무리 했다.

연기도 연기지만 경기의 중압감을 이겨내는 멘탈 매니지먼트가 완벽했다.

피겨스케이팅 대표 최다빈(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지난 29일 열린 쇼트 프로그램에서도 기술점수(TES) 35.46점에 예술점수(PCS) 27.20점을 합해 총점 62.66점을 기록, 개인 최고점을 경신한 최다빈은 이로써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 합계 점수에서도 191.11점이라는 개인 최고점을 기록했다.

최다빈이 기록한 191.11점이라는 점수는 올해 2월 강릉에서 열린 4대륙 대회에서 세운 ISU 공인 개인 최고점(182.41점)을 8.70점 경신한 신기록으로, 김연아 은퇴 이후 한국 선수로서 ISU 공인대회에서 기록한 최고 점수다. 종전 기록은 작년 11월 박소연(단국대)이 기록한 185.19점이었다.

이와 같은 쇼트 프로그램, 프리 스케이팅, 함계 점수에서 모두 개인 최고점을 갈아치운 최다빈은 종합 순위에서 쇼트 프로그램 순위(11위)보다 한 단계 높아진 10위에 올랐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9위에 올랐던 와카바 히구치(일본, 65.87점)에 비해서는 3.21점, 10위에 올랐던 엘리자베스 투르신바예바(카자흐스탄, 65.48점)보다는 2.82점 뒤져 있었기 때문에 프리 스케이팅에서 역전시키기가 만만치 않았지만 결국 히구치가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를 연발, 122.18점을 받는 데 그치면서 128.45점을 받은 최다빈이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프리 스케이팅 순위만 놓고 보면 최다빈은 7위에 랭크됐다.

피겨스케이팅 대표 최다빈(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대회 여자 싱글은 현재 세계 '원톱'인 에브게니아 메드베데바(러시아)가 역대 여자 싱글 최고 점수(229.71점)을 깨고 세계 여자 피겨 역사상 초유의 230점대(233.41점) 점수를 받으며 우승했다. 2위는 케이틀린 오즈먼드(218.13점), 3위는 가브리엘 데일먼(213.52점·이상 캐나다)이 차지했다.

최다빈의 '톱10' 달성은 최다빈 스스로 내심 바랐지만 쉽게 입 밖으로 내놓지 못했던 목표를 이뤄낸 쾌거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었다.

올림픽에 걸린 30장의 싱글 출전권 가운데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4장의 티켓 주인이 결정되고, 나머지 6장은 오는 9월 예정된 네벨혼 트로피를 통해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출전권을 한 장도 얻지 못한 국가를 대상으로 1장씩 나눠준다.

최다빈이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한국은 내년 평창 올림픽 여자 싱글에 3명의 선수를 내보낼 수 있고, 순위가 3-10위 범위 안에 들면 2장의 올림픽 티켓을 확보할 수 있다. 그 이하 순위면 1장을 얻게 된다.

최다빈은 대외적으로는 일단 한 장의 평창 동계올림픽 티켓을 따내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최대한 톱10에 들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혀 내심 톱10 진입에 대한 야심을 품고 있었고,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면서 개인 최고점 경신과 평창 동계올림픽 티켓 2장 확보라는, 마음속에 품고 있던 목표를 달성했다.

최다빈이 아니었다면 한국 여자 피겨는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구경만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올림픽 티켓을 확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9월 네벨혼 트로피에서 한 번 더 올림픽 티켓을 따낼 기회가 남지만, 그 무대에서 티켓을 따내리란 보장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다빈이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당당히 톱10에 오르면서 한국은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3연속 출전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다빈이 거둔 성과는 '김연아의 나라' 한국의 피겨가 여전히 세계 피겨계에서 존재감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시킴과 동시에 한국 피겨가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 무대에서 축제의 주최자로서 당당히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또한 김연아 은퇴 이후 한동안 침체기를 겪은 한국 피겨가 유영, 임은수 등 '김연아 키즈' 2세대 선수들의 등장으로 평창이 아닌 베이징(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을 바라보고 있던 상황에서 '김연아 키즈' 1세대로서 두 장의 평창 동계올림픽 티켓을 따낸 최다빈은 한국 피겨에 구세주와도 같은 존재가 됐다고 할 수 있다.

4대륙선수권과 박소연 대신 출전한 동계아시안게임에서의 금메달, 그리고 김나현 대신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 최고점 경신과 톱10 진입, 평창 동계올림픽 티켓 획득까지 그야말로 숨 가쁘게 달려온 최다빈의 2016-2017시즌이었다.

피겨스케이팅 대표 최다빈(연합뉴스 자료사진)

생애 최고의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 최다빈은 소속사인 올댓스포츠를 통해 "목표가 올림픽 티켓 1장이었는데 2장을 획득하게 돼서 너무 만족스럽고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다빈은 "시즌 초에 결과가 좋지 않아서 힘들고 속상했는데 근래 좋은 결과들이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만족스러웠던 시즌이었다. 올림픽 시즌을 대비해 부족한 점들을 이은희 코치님과 함께 채워나가며 다음 시즌에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담담한 각오를 밝혔다.

최다빈은 경기 직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도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응원해 주셔서 좋은 결과가 있었어요!! 감사합니다."라고 팬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평창 동게올림픽에 출전할 2명의 선수는 7월 이후 국내 선발전을 통해 뽑을 예정이다. 이제 최다빈에게 남은 과제는 부상 관리와 표현력 보완이다. 이 부분이 순조롭게 보완되고 최다빈에게 맞는 프로그램만 구성된다면 최다빈에게서도 평창 무대에서 200점대 점수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일단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의 이야기다. 지금은 일단 모든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일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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