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 지지자들마저 '친박'을 외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31일 비박계 홍준표 경남지사가 자유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이날 홍 지사는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최종경선에서 54.15%의 지지를 얻어, 김진태 의원(19.5%), 이인제 전 최고위원(14.85%), 김관용 경북지사(11.7%)를 압도적 차이로 따돌렸다.

▲홍준표 경남지사. (연합뉴스)

자유당 대선후보 경선은 선거인단(책임당원 투표) 50%, 여론조사 50%를 각각 합산해 실시했다. 홍준표 지사는 선거인단 투표 61.6%, 여론조사 46.7%의 지지를 얻었다. 김진태 의원은 선거인단 21.1%, 여론조사 17.5%, 이인제 전 최고위원 선거인단 5.1%, 여론조사 24.6%, 김관용 지사 선거인단 12.2%, 여론조사 11.2%를 기록했다.

특히 '비박계' 홍준표 지사가 진성당원이라고 할 수 있는 책임당원 투표에서 61.6%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점이 눈길을 끈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김진태 의원과 김관용 지사, 범친박 이인제 전 최고위원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홍 지사보다 적다. 자유당 당원들마저 친박을 외면한 셈이다.

홍준표 지사가 자유당의 대선후보로 정해짐에 따라 '친박계'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홍 지사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보수단일화의 조건으로 내세웠던 '친박 청산'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 지사는 "보수정당의 분열은 처음 있는 일인데, 사실상 극히 일부 친박들의 패악 때문에 바른정당 사람들이 못 견디고 나간 것"이라고 호응한 바 있다. TV토론에서 홍 지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도 "친박 패권주의 때문"이라면서 "극히 일부의 양박(양아치 친박)들과 허접한 여자하고 정권을 폐쇄적으로 운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준표 지사가 경남지사 직을 정상적으로 내려놓을지도 관심이다. 홍 지사는 자신이 자유당 대선후보가 되면 고의적으로 경남지사 재보궐 선거를 치르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재보궐 선거가 조기대선과 함꼐 열리기 위해서는 선거 실시 30일 전에 보궐선거 실시 사유가 정해져야 한다. 홍 지사가 4월 9일 자정에 경남도의회 의장에게 사임을 통보하면, 경남선관위는 10일 사임을 통보받게 돼 경남지사 보궐선거는 치러지지 않게 된다.

한편 이번 자유당 대선후보 경선은 무관심 속에서 치러졌다. 책임당원 투표율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41.2%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8.7%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세월호가 1080일 만에 뭍에 닿으면서,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데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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