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를 극소수 극우세력의 보루로 ‘알박기’하겠다는 의도”

지난 2월 말,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과 정수장학회가 김장겸 당시 보도본부장을 새 사장으로 선임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언론시민단체들이 한 비판이다. 김 사장 취임 후 한 달 동안 내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추려보면 이들의 우려가 과장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우선 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 15일 발행한 노보에 따르면 지난 13일 방송예정이었던 MBC<스페셜> ‘탄핵’ 편이 불방됐다. 지상파 KBS와 SBS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탄핵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앞다퉈 냈지만, MBC 전·후임 편성제작본부장들이 ‘탄핵’ 다큐를 승인한 적이 없고, 인수인계 받은 바가 없다며 방송을 승인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부당 전보’ 논란도 함께 일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 선고가 있던 10일 오전 사원 인사 발령이 났는데, PD와 기자 7명이 본래 업무와 관련 없는 ‘뉴미디어포멧개발 센터’로 발령 받은 것이다. ‘탄핵’ 다큐를 제작한 이정식 PD를 포함,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보도했던 한학수 PD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해당 부서는 내부에서 악명 높은 ‘유배지’로 불린다.

지난 17일에는 방송학회 토론회 발제자로 참석하기로 돼 있던 임명현 기자의 학회 세미나 참석을 가로막는 일도 벌어졌다. 이 토론회는 ‘공영방송 MBC의 인적, 조직적, 제도적 문제와 해법 모색’이란 주제로 열렸고, 임 기자는 최근 대학원에서 ‘잉여화, 도구화된 기자들의 유예된 저항 : MBC의 경우’란 제목의 석사학위 논문을 발표해 발제로 참석하게 된 것이었다. MBC는 임 기자에게 이 토론회에 참석하는 것은 ‘해사 행위’라며 참석시 징계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 22일 MBC TV 토론회에 나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MBC 정상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 전 대표는 “MBC가 심하게 망가졌다고 생각한다”며 해직 언론인 복직과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법안 통과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MBC는 22일부터 25일까지 문 전 대표에 대한 보복성 뉴스로 맞대응했다. 자사의 성명까지 보도하며 내부에서는 “표적 취재·전파 사유화로 보복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밖에도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이 지난 26일 저녁 방송된 ‘세월호 1073일만의 인양’이란 주제의 방송에 대해 비정상적인 검열을 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해당 리포트는 세월호 인양 결정이 미뤄진 이유와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조명했는데, 조 국장이 해당 부분들을 수정·삭제하지 않으면 ‘불방’시키겠다고 제작진에게 경고한 것이다. 그는 끝까지 불방을 고집했지만 제작진의 반발이 계속되자 결국 방송은 나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의 조급증이 화를 키웠다’는 보도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박상후 시사제작1부장이 자사 리포트를 ‘재활용’한 사건도 벌어졌다. 5달 전, 한 달 전에 <뉴스데스크>에서 리포트 됐던 내용을 기사 내용 일부 문구 순서와 표현만 바꿔 ‘재활용’한 것이다. 박 부장은 지난 21일 MBC TV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경선 주자들을 취재하러 온 촬영·카메라 기자들의 취재를 물리적으로 방해하고 말싸움까지 벌이기도 했다.

▲김장겸 MBC 사장이 지난달 28일 열린 취임식에서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사진=MBC 제공)

김 사장은 지난달 28일 취임사에서 “‘투쟁과 갈등’에서 벗어나 구성원들에게 창의력과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자. 과거에 매몰된 진영논리로 미래를 헤쳐 나갈 해법을 찾을 수 없으므로 1등 언론·방송이 되기 위한 지략을 모을 때”라고 했다.

하지만 김 사장의 취임 이후 MBC 내부 ‘갈등’은 더욱 불거지고 있다. 지난 한 달 김 사장 체제 아래 MBC는 보도·제작에서 ‘비정상적인’ 검열이 심화됐고, 향한 비판에 대해서는 귀를 막고 보도로 맞대응 해왔다. “MBC를 극우파의 저항 기지로 전락시킨 김장겸 사장은 시작과 함께 몰락으로 치닫고 있다”는 언론노조 MBC본부의 비판은 과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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