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기영 기자] 종합편성채널 4사 중 TV조선과 채널A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들여 방송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JTBC와 MBN의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율은 지난 2015년 기준 각각 96%, 84%인데 반해 TV조선과 채널A는 71% 수준이다.

종편4사 로고.

지난 24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 3사에 대한 재승인 심사를 진행하고 총점 1000점 중 심사 합격점인 650점에 미달한 625점을 받은 TV조선에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채널A는 661점으로 ‘턱걸이 재승인’을 받았고 JTBC는 731점을 받았다. MBN는 오는 11월 재승인 심사를 받는다.

종편 3사의 심사 점수를 항목별로 살펴보면 TV조선은 210점 만점인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과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항목에서 108점을 받아 과락을 겨우 면했다. 채널A는 124점을 받았고, JTBC는 148점을 받았다. 이 항목은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이 재승인 심사 직전 “총점이 합격점 이상이더라도 이 부문이 과락이면 재승인을 재고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TV조선은 막말·편파·오보 방송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시사·보도프로그램의 비중이 높은 점은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프로그램 제작 단가가 상대적으로 싸고 그 시점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내용을 다룰 수 있다. 실제 TV조선의 매출원가는 채널A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JTBC와 MBN 대비 13%~25% 가량 적었다.

눈에 띄는 점은 재무건전성 항목에서도 TV조선이 최하위점을 받았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종편 3사의 재무상태를 살펴보면 TV조선은 유일하게 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해 채널A도 33억원의 이자수익 덕분에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긴 했지만 영업손실은 8억원이다. JTBC는 56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하지만 매출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JTBC의 매출은 1972억원으로 TV조선과 채널A의 매출액 1139억원, 1137억원과 비교하면 173% 수준이다. 이는 JTBC가 타사에 비해 많은 콘텐츠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2015년 이행실적 점검결과에 따르면 TV조선은 476억원을 투자했고, JTBC 1천306억원, 채널A 600억원의 투자계획을 이행했다. JTBC가 타사 대비 훨씬 활발한 투자와 공격적인 경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종편 3사가 방통위에 약속한 콘텐츠 투자이행 계획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JTBC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도 종편 3사 중 가장 많다. 이는 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각사의 광고를 대행하는 미디어랩사를 제외한 계열사와 각 종편과의 내부거래로 인한 매출은 JTBC는 2015년 기준 약 269억원, 채널A 37억원, TV조선 11억원 수준이다.

종편사들은 방통위에 약속한 투자이행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과징금 등 징계를 받아왔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약속한 투자를 지키고도 수익을 창출할 만큼 안정된 종편사는 없다. 하지만 이번에 심사를 진행한 종편 3사 중 창사 이래 영업이익을 기록한 곳은 지난 2015년 TV조선이 유일하다. 종편사들은 지난 2011년 이후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계속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자산까지 감소세를 보여왔다.

이는 기업의 사업 진출 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금까지 나온 경영 성적표를 일반적인 기업의 관점에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공익성'과 '콘텐츠 투자'를 강조하고 약속한 종편은 일반기업과 차이가 있다.

TV조선은 190점 만점인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제작 및 공익성 확보 계획의 적절성’ 심사 항목에서는 95.67을 받았다. 이는 과락에 가까운 점수로 100점 만점 환산시 50점이다. 방통위원들은 심사위의 ‘퇴출 권고’에도 ‘조건부 재승인’을 승인한 것을 놓고 ‘TV조선의 개선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 바 있다.

방통위원들이 강조한 TV조선의 자구책을 고려하면 ‘50점 짜리’ 계획을 제출했던 TV조선이 심사위의 심사가 끝나고 청문과정 등을 통해 새로 ‘급히' 만든 계획을 가지고 ‘조건부 재승인’을 이끌어낸 셈이다. 이 항목에서 채널A는 109점, JTBC는 140점을 받았다.

또, 종편 3사 모두가 과락을 받은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 계획의 이행 및 방송법령 등 준수 여부’ 항목에서도 TV조선은 100점 만점에 34점을 받아 최하점을 기록했다. TV조선은 공적책임·공정성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이유는 방송심의위의 제재 건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콘텐츠 투자 계획 이행율이 더 낮은 JTBC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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