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여성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국가의 품격과 대내외적 파장,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생각할 때 가혹한 처사..."

박근혜 전 대통령(이하 박근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한 조원진 자유당 의원이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내세운 청원의 변입니다. 조원진이 발의한 이 청원서에 현재까지 이완영, 박대출을 비롯, 의원 77명이 서명했다더군요.

이 자리에서 조원진은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경제적 이익을 취한 일이 없다"며 "무리하게 형평성을 기준으로 수의를 입히거나 포승줄로 묶는 것은 구속의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관련자 대부분이 구속돼 증거조작과 인멸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사택에 사실상 감금된 상황이라 도주 우려도 없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유한국당 조원진 의원(가운데)이 2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전직 여성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가혹한 처사"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읽었다. 조 의원은 이 청원서에 현재까지 의원 72명이 서명했고 계속 참여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왼쪽은 박대출 의원. 오른쪽은 이완영 의원. Ⓒ연합뉴스

그런데 한 번 물어 봅시다. 박근혜 구속영장 발부와 그놈의 젠더가 무슨 상관이 있기에 말끝마다 '여성 대통령' '여성 대통령' 노래를 부른답니까? 남성 대통령은 구속영장이 발부돼도 무방하고 여성 대통령은 그래선 안 된답니까?

오! 여성을 포승줄로 묶는 게 눈 뜨고 못 볼 만큼 참혹하고 가슴 아파서 그런다고요? 그러면 이전에 조윤선 전 문체부장관이나 김경숙 전 이대 학장,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 등에게 영장이 발부됐을 때는 그 단장의 고통을 어떻게 참았답니까?

아! 그들은 대통령이 아니라서 상관없고 오로지 박근혜한테만 적용되는 것이라고요? 박근혜 일 개인을 대한민국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인류의 모든 여성을 대표하는 성인의 반열에 올릴 참입니까? 대체 박근혜가 뭐길래? 아니, 뭘 했길래?

'세월호 7시간'의 비밀을 밝히라고 해도 '여성의 사생활' 운운하며 뒤로 숨고, 헌법무시와 최순실과 연루된 국정농단을 조사하려 할 때도 '여성에게 너무 가혹하고 모욕적이다'라고 항변하며 불응하더니, 범죄 피의자에게 발부되는 구속영장마저 '여성 대통령'이라 안 된다?

아니, 여성이 무슨 성역이고 훈장이랍니까? 여성이면 어떤 짓을 해도 면피되고 면죄돼야 마땅한 겁니까? 박근혜 때문에 여성의 '여'자만 들려도 거부감이 생기고 없던 혐오감마저 들려고 합니다. 제발 적당히 합시다. 여성이란 이름으로 차별받고 고통 받은 많은 이들이 들고 일어나기 전에 말예요.

바르게 말하면, 박근혜는 '여성 대통령'이 아니라 '참 나쁜 대통령'이고 '파면당한 대통령'입니다. 이런 사람을 오로지 그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싸고 변호하는 것이야말로 밖으로는 국격을 훼손하고 안으로는 법과 원칙을 짓밟는 행위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달 2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가의 품격? 그걸 바닥까지 끌어내린 사람이 바로 박근혜고, 그것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고 특검과 검찰이 이 고생하는 게 안 보인답니까? 탄핵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가 수갑 차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전 세계에 대한민국이 민주국가임을 널리 과시하는 자랑이 될 겁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그렇게 예의를 잘 따지는 인간들이 고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왜 그렇게 대했답니까?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차라리 입을 다물렵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법규정에 나와 있는 그대로 5년간 피 같은 국민 세금 들여 경호해 주면 됩니다. 그 이상 뭐가 더 필요합니까?

박근혜가 직접 경제적 이득을 취한 일이 없다? 박근혜가 뭐하러 직접 손을 댑니까? 가만있어도 최순실이 다 알아서 해 주는데! 박근혜와 최순실 관계에 대해서는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기 전에 이미 충분히 검토한 사항입니다. 오죽 했으면 "사안이 중대하다"고까지 했겠습니까?

무리하게 형평성을 기준으로? 형평성을 따지는 게 무리하는 겁니까? 법의 존엄과 권능은 일관성과 형평성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박근혜가 아직 대통령이면 모르려니와 파면당해 일반인 신분이 된 상태에서도 다른 재소자들과 달리 특권적 차별대우를 받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무리 아니겠습니까?

증거조작과 인멸이 불가능하다? 조원진 눈에는 박근혜가 헌재 판단에 불복하고 특검과 검찰이 제시한 모든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 모습이 안 보인답니까? 그가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언제든 공범들과도 말을 맞출 수가 있습니다.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한 사람 아닙니까?

사실상 사택에 감금된 상황이라 도주 우려가 없다? 집 안팎으로 친박회원들이 연호하고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8인의 '삼성동팀'이 박근혜를 호위하는 판에 '사실상 사택에 감금이라니, 지나던 개가 웃고. 닭이 트름할 소리입니다. 감금이 아니라 농성이고 진지 구축이라고 해야 정확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조원진 청원서에 참여한 박대출 의원도 박근혜를 수호하는 '삼성동팀'의 일원이로군요. 그 전에 박근혜 탄핵을 막는답시고 ‘진주 정신, 논개 정신’까지 외치다가 진주 시민들로부터 "불의에 항거한 논개를 범죄자 감싸는 데 이용하느냐"고 욕을 바가지로 잡수신 분이기도 하고요.

그 옆에 이완영 의원 이름도 보이던데, 이완영이야 이미 국정조사 청문회를 통해 '최고의 국민밉상'으로 등극하고, 여기에 더해 여기자 성폭행 의혹까지 더해진 스타(스스로 타락한 사람의 줄임말) 출신 아닙니까? 이것만 봐도 청원서에 참여한 면면들이 대충 감이 잡히죠?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냐 기각이냐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제 내일이나 모레 새벽이면 모든 게 결판이 나겠군요. 박근혜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거나 기각되거나,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또다시 이 땅은 소음과 폭력으로 얼룩지겠지요. 그래도 바람이 있다면, 임명권자에 대한 의리와 법과 원칙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한 김수남 검찰총장의 고뇌가 헛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부디 박근혜를 구속, 기소함으로써 땅에 떨어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기를, 그리고 여성의 불이익에 대해 어떤 관심도 보이지 않던 인간들이 유독 박근혜만 싸고돌면서 "여성 대통령이라 보호해줘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더티한 꼬라지도 더는 보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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