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경을 여행했을 때 매우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만리장성이나 자금성같은 거대한 유산보다 북경의 뒷골목에서 아기자기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도 우도를 일주하는 버스기사 아저씨의 입담에 작은 섬 우도가 그렇게 정겹게 다가올 수가 없었다. 나는 라디오 PD로 ‘어떤 이야기가 우리를 즐겁게 하는가?’에 천착해서 ‘이야기’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마도 그것이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첫 발걸음이 되지 않았나 싶다.

달포 전 문화재청과 한국관광공사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주최한 문화유산 및 한류 관광지 스토리텔링 공모전에 한옥 골목을 소재로 한 스토리텔링을 어찌 어찌 출품을 하게 되었는데 그 공모전에서 문화재청장상에 당선되는 기쁨을 안았다.

‘어찌어찌’라는 것은 사실 어렵게 출품을 하게 되었다는 과정을 줄인 것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나 솔직히 말하면 그것이 무언지 명확한 개념을 모른다.

▲ ⓒ김사은 PD
방송에서건 관광에서건 문화산업이건 간에 막연하게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건 주지하고 있었어도 명쾌한 개념정립이 안돼 여기저기 관련 기사나 관련 서적을 읽으며 더듬더듬 혼자서 공부를 시작하는 수준이었다. 다만 이 공모전의 ‘한류관광’ 분야 스토리텔링이 관심을 끌었고 그동안 방송 해왔거나 준비하고 있는 것이 ‘한류관광’ 스토리텔링과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닿았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전라북도를 무지하게 좋아한다. 취재하느라 발로 뛰며 보고 느낀 애정은 넘친다고 자부한다. 특히 전주는 ‘가장 한국다운 전통 문화의 고장’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한 곳으로 나 역시 그 자긍심을 체받아 살고 있을뿐더러 전통문화에서 배우는 느림의 미학이나 전주 한지의 정신과 같은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이런 저런 상을 받아온 터라 계속해서 재미있는 얘깃거리를 발굴해 지역사회에 보은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도 갖고 있었다.

내가 생각할 때, 상은 개인에 주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방송작품이든 다른 유형의 공모전이든 ‘그래, 냉정하게 보고, 판단하니 네 주장이 타당하다’라고 하여 인정해주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러니까 내가 만든 작품이 상을 받은 것은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방송의 소재가 된 것에 대한 현상이 인정받았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따라서 나는 전라북도 전주의 유무형의 문화 자원을 밑천삼아 방송을 만들어 크고 작은 수상의 기쁨을 안았으므로 그 공은 당연히 내가 살고있는 터전에 돌림이 마땅하다. 한옥 골목도 비슷한 관점에서 시작된 작업이며 한옥 골목의 가치를 조명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제시한 다양한 사례를 유익하고 ‘재미있게’ 구성하는 일과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 방안을 위한 전략, 선진국의 사례 등을 타당하게 열거한 것이 설득력이 있다고 인정해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시상식 날 마침 문화재청과 한국관광공사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문화유산과 관광이 만나는 스토리텔링 페스티벌”이 시작돼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세미나에 참여해서 공부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스토리텔링, 문화유산에 숨을 불어넣는 일,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의 세계는 무한한 것 같다. 라디오방송과 스토리텔링도 뗄 수 없는 관계이고 다양한 계층에서 스토리텔링이 요구되고 있다. 아직도 스토리텔링은 잘 모르겠지만 간혹 전주 한옥 마을을 거니노라면 골목 여기저기서 무한한 얘깃거리들이 뛰쳐나와 속살거린다. 그 ‘무심한 산책’에서 많은 이야기를 주렁 주렁 건져올 릴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할 따름이다.

1965년 볕 좋은 봄, 지리산 정기가 서린 전북 남원에서 태어났다. 원광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행정대학원에서 언론홍보를 공부했다. 전공을 살려 지방일간지 기자와 방송작가 등을 거쳤고 2000년 원음방송에 PD로 입사, 현재 편성제작팀장으로 일하며 “어떻게 하면 더 맑고 밝고 훈훈한 방송을 만들 수 있을까?” 화두삼아 라디오 방송을 만들고 있다.

지역 사회와 지역 문화에 관심과 애정이 많아 지역 갈등 해소, 지역 문화 발전에 관련된 라디오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해왔다. 수필가로 등단, 간간히 ‘뽕짝에서 삶을 성찰하는’ 글을 써왔고 대학에서 방송관련 강의를 시작한지 10여년이 넘어 드디어 지식이 바닥을 보이자 전북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며 용량을 넓히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방송에서나 인간적인 면에서나 ‘촌스러움’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다. http://blog.daum.net/kse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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