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호남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60.2%의 지지를 얻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자, 보수언론이 일제히 '문재인 흠집내기'에 나섰다.

28일자 조선일보는 <압승 文, 이제 '운동권 정치' 접고 국민 안보 불안 직시해야> 사설을 게재하고 "문재인 전 대표는 지지율은 1위인데도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가장 큰 이유는 국가 안보를 맡길 수 없다는 불안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 전 대표는 한미 FTA 재협상 외에도 제주 해군기지 반대 등 자신이 몸담은 정권이 했던 일마저 부정하고 태도를 바꿨다"면서 "이번에도 '북한 먼저 가겠다', 사드 전면 재검토,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즉각 재개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8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여기에다 국민 편 가르기 발언이 문재인 전 대표 비토층을 더 키웠다. '대청소한다'는 등 마치 완장 찬 혁명 권력 같은 행태가 계속돼왔다"면서 "이런 문 전 대표의 모습에 철 지난 낡은 운동권 모습을 보는 듯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선일보는 "문 전 대표는 순간만 모면하려는 듯한 말도 여러 차례 해왔다"면서 "지난 총선 때 '호남 지지를 못 받으면 정계 은퇴하겠다'고 했다가 호남 총선에 대패했는데도 제대로 해명도 않고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제 대선의 관심은 '반문재인' 세력의 단일화 여부로 모이고 있다"면서 "단일화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문재인 전 대표는 '문재인만은 안 된다'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마음을 열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부터라도 국민 분열이 아니라 통합, 분노가 아니라 화해, 독주가 아니라 협치, 이념이 아니라 국익 우선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1위 후보 입에서 안보·경제 동시 위기에 대한 해법이 아니라 한풀이 발언만 계속되면 '반문'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도 <호남경선 압승한 文, 집권역량 검증의 길 들어섰다> 사설에서 "그동안 문재인 전 대표는 '뺄셈의 정치'만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면서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보다는 '적폐 대청산' 같은 과거에만 매달렸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사드 배치 같은 최대 안보 현안에는 별다른 대안도 없이 '차기 정부에 넘겨주면 잘하겠다'는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이래서야 불신과 불안의 '반문 장벽'만 견고히 할 뿐"이라고 말했다.

▲28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문재인 전 대표는 '더 준비된 대통령'을 내세운다. 변호사 활동, 청와대 근무, 국회의원과 정당 대표, 나아가 실패한 대선 후보 경력까지 참으로 다채롭다"면서 "하지만 그는 청와대 참모로서 대통령 측근 비리를 막지도 못했고, 사회적 갈등 해결에도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지금까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었지만 앞으로는 집권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이제부터라도 말로만이 아닌, 진정한 포용과 타협의 '덧셈 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이러한 '문재인 흠집내기'는 반문연대 구성을 위한 프레임을 구성하는 데 그 속내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문 전 대표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면서, '반문제인 세력의 단일화', '문재인만은 안 된다는 사람', '반문장벽' 등을 언급했다.

조선일보 사설의 경우 '운동권 정치'라는 단어를 사용해 또 다시 야당 후보에 대해 색깔론을 펼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보수언론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서 야권 후보들을 공격할 때 '운동권' 출신을 문제 삼는데 이건 색깔론의 일환으로 보인다"면서 "문 전 대표의 경우 운동권 경력도 사실 학생 때, 그것도 독재정권 시절이기 때문에 학생운동권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문재인 전 대표 주변 인물들도 이미 직업정치인으로 들어와 국민의 선택을 받았던 사람들인데, 이러한 행태는 수준 낮은 색깔론"이라면서 "기본적으로 사설은 언론의 이념지향에 맞게 비판하는 논조를 가지는 것이 문제는 없지만, 사실관계는 정확히 하고 비판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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