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PD연합회(회장 양승동)는 한나라당이 김경준씨 누나 에리카김씨를 인터뷰한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한 것은 “방송 간섭 시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PD연합회는 22일 오후 성명을 내어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에리카김을 인터뷰한 것은 시기적절했고, 언론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방송윤리, 편파적인 방송 운운하며 억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PD연합회는 “민주사회에서 가장 존중되어야 할 헌법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의도적으로 침해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한나라당은 언론과 방송에 대한 억지 주장과 모략을 중단하고, 즉각 언론과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오전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김경준씨 누나 에리카김씨를 인터뷰한 데 대해 한나라당은 범죄피의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방송했다며 법적대응 및 항의방문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음은 이날 한국PD연합회가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알권리 외면·방송 간섭 시도, 한나라당을 규탄한다!!!
-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에리카김’ 인터뷰에 대한 법적 대응에 직면하고

BBK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이 한국 사회의 핵심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이를 은폐하고 축소하기 위한 방송 간섭과 압박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22일 BBK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 누나 에리카김씨의 인터뷰를 방송한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대해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형준 대변인은 22일 오후 국회에서 진행된 의원총회 관련 브리핑에서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범죄피의자’를 직접 출연시켜 허위사실을 유포하게 한 것에 대한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하고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나경원 대변인도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김경준이 구속기소되면 범죄인 인도청구의 대상이 되는 에리카김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출연시킨 것은 방송윤리에 반한다”면서 방송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외국의 경우엔 테러리스트 등의 육성을 그대로 방영하지 못하게 돼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은 23일 오전 안상수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MBC에 항의방문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참으로 어이없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우리는 놀라울 따름이며, 방송에 대한 억지 공세와 이를 통한 언론통제 및 간섭 시도를 재연하려는 그들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유력 후보인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관련 여부는 대선을 앞둔 현 시점에서 모든 국민과 유권자의 관심사이자, 그들에겐 진실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이는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대통령 후보의 자질과 관련된 문제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풀리지 않는 의혹제기와 정치적 공방만 있을 뿐, 그 실체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어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게다가 21일 에리카 김의 기자회견이 예고되었으나, 정작 기자회견에 그녀가 등장하지 않아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은 증대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에리카김’을 인터뷰한 것은 시기적절했고, 언론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였다. 즉, 주요 이슈에 대해 그 이슈의 당사자 혹은 당사자에 준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과 인터뷰를 추진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적인 자세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방송윤리, 편파적인 방송 운운하며, 억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시선집중>에서 이미 방송 이틀 전 한나라당 측에 에리카 김의 출연을 통보하고 반론권을 보장해줬는데도 말이다. 이는 명백히 BBK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을 차단하고, 이에 접근하는 언론의 노력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음모에 다름 아니다. 이명박 후보가 떳떳하다면 어째서 이런 억지논리를 부리는 것인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외국의 경우, 테러리스트 등의 육성을 그대로 방영하지 못하게 돼 있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9.11 테러 당시 빈 라덴의 육성이 CNN을 통해 여과 없이 방송된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따라서 한나라당이 왜곡된 시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느니, 편파방송을 했다느니 하며 <시선집중>의 에리카 김 인터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전혀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언론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행위에 다름 아니다. 민주사회에서 가장 존중되어야 할 헌법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의도적으로 침해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는 한나라당의 언론과 방송에 대한 억지 주장과 모략을 중단하고, 즉각 언론과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진실규명의 차단을 시도하고, 언론에 대한 왜곡과 근거 없는 주장을 통해 국민을 기만하며, 언론을 길들이려는 작업을 즉각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방해하고 언론에 간섭하려는 그들의 검은 의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한나라당은 자기반성과 진실규명에 대한 노력 없이, 오롯이 이명박 후보의 대선승리만을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 언론을 통제하며, 여론조작에 앞장서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집권의 꿈은 그저 꿈으로만 존재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국민의 눈과 귀가 이번 사건의 진실에 주목하고 있음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2007년 11월 22일
한국PD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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