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우리 서지니가 달라졌어요 <윤식당> (3월 24일 방송)

tvN 새 예능프로그램 <윤식당>

또 요리? 또 해외? 또 이서진? tvN <윤식당> 방영 소식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이었다. 발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콘셉트의 예능인데 이서진, 윤여정, 정유미가 출연한다. 그동안 tvN에서 만든 나영석 PD의 예능을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하면 이랬다. 여행과 요리. <윤식당>은 그 두 개를 합쳐놓은 예능이었다. 이제는 나영석의 블루오션이 나오겠거니 생각했는데, 역대 예능의 반복 혹은 복습일 것이라는 생각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다.

그러나 나영석 PD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익숙한 콘셉트와 익숙한 사람을 데리고 전혀 다른 느낌의 예능을 만들어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애” 이서진을 성실한 음료 제조가이자 승진욕구 넘치는 직원으로 만들었다. <꽃보다 누나>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남성 중심의 예능이었는데, ‘윰블리’ 정유미라는 새로운 여성 예능인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요리 힐링 예능’인 줄 알았던 <윤식당>을 생각보다 훨씬 진지하고 치열한 리얼 예능으로 완성했다.

‘식당 개업’을 빙자한 발리판 <삼시세끼>인 줄 알았다. 현지 식당에 도착한 윤여정이 “어머머 뭐가 많다.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를 연발할 정도로, 제작진은 작정하고 제대로 식당을 준비했다. 기존 <삼시세끼>나 <꽃보다 00> 시리즈가 그들끼리 먹고 살거나, 그들끼리 여행을 떠나는 자급자족의 형태였다면, <윤식당>은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요리를 내는 일종의 비즈니스 예능이다.

tvN 새 예능프로그램 <윤식당>

그래서 ‘또 이서진?’이 아니라 ‘어라 이서진?’이 되었다. 프로그램 제목 그대로 삼시 세끼만 해결하면 됐던 <삼시세끼>에서 이서진은 입으로 요리하며 “아무것도 안하는 애”로 불렸다. 굳이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옥택연이나 에릭이 삼시세끼를 척척 만들어냈으니까. 그러나 <윤식당>에서는 이서진에게 명확한 미션이 부여됐다. 주문, 서빙, 음료 제조. 이서진이 이토록 적극적으로 나서서 스스로 뭔가를 하는 건 처음 봤다. 현지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스스로 파인애플 주스를 만들어보더니, 개업 하루 전날까지도 음료 제조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사장 윤여정이 “걔(이서진)가 사장이고 내가 바지사장이 됐다”고 인정할 정도로. 익숙한 캐릭터의 재발견이었다.

윤여정과 이서진이 웃음을 담당한다면 정유미는 엄마 미소를 유발하는 멤버였다. 까칠하고 직선적인 두 사람에 비해, 정유미는 ‘윰블리’답게 배려와 사랑의 아이콘이었다. 윤여정을 위해 와인은 기본이고 김도 종류별로 준비해오고, 식당 운영 때도 윤여정 옆에서 살뜰하게 조수 역할을 해냈다.

낯선 휴양지의 풍경을 비출 땐 여유롭고, 식당 운영이라는 미션을 수행할 땐 나름 치열한 장면도 나온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 존재하는 ‘돌직구’ 윤여정, ‘츤데레’ 이서진, ‘윰블리’ 정유미라는 전혀 다른 매력의 출연자들. 극과 극의 모습들이 교차하면서 <윤식당>은 묘한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주의 Worst: 무매너, 무배려, 무책임 김구라 <라디오스타> (3월 22일 방송)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

‘독설의 대가’ 김구라임을 감안해도, 이건 도가 지나쳤다. 지난 22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대한 얘기다.

시작은 게스트 이지혜의 뜬금없는 폭로였다. 김구라가 과거 서장훈이 이지혜 때문에 <라디오 스타> 동반 출연을 부담스러워했다고 운을 뗐다. 이에 이지혜가 “실제로 그 오빠가 날 좋아했다”고 폭로했다. 이지혜는 서장훈이 구두를 선물한 데다 새벽에 전화까지 걸었다면서 일종의 증거들을 나열했다. 여기에 김구라가 기름을 들이부었다. “서장훈이 이지혜에게 ‘결혼하자, 나랑 같이 살자, 대신 식은 못 올린다’고 말했다”고.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발언들을 아낌없이 뱉어냈다. “(서장훈이) 너무 갈기갈기 찢기고 있다”는 윤종신의 제지 발언에도 김구라의 폭주는 끝나지 않았다. 김구라는 “다 농담으로 한 얘기다”라고 급히 포장했지만, 윤종신은 “당사자 없을 때 하는 게 문제야”라고 일침을 놓았다.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윤종신이 맞다. 예능이니까 어느 정도의 폭로는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다. 실제 에피소드에 어느 정도의 방부제 역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의 문제다. 하지만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언급되는 남녀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다. 어떤 맥락에서 그런 말들이 나온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 채, “그냥 농담이었다”고 마무리하면 모든 오해가 사라지는 것일까.

무책임한 것도 모자라, 무배려의 모습도 나왔다. 광희는 추성훈에게 지디 스타일의 옷을 권유한 뒤 추성훈이 입지 않으면 자기가 입으려 했다는 얘기를 털어놓았다. 김구라는 광희에게 “그지(거지)니? 그지야?”라고 다그쳤다. 또 다른 지디 에피소드를 꺼내자 “그냥 뭐 재미는 있는데 좀 지친다. 여기 나와서 자기 얘기를 해야지”라면서 굉장히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윤종신이 “지디한테 뭐 달라고 한 자기 얘기 한 거야”라고 두둔했지만, 김구라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마치 취업 준비생에게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해서 화가 난 못된 회사 면접관 마냥, 게스트를 아래로 내려다보며 평가하는 듯한 태도였다.

이쯤 되면 비난을 위한 비난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발언을 한 뒤 책임감 있게 마무리를 짓지 않았다. 아무리 재미를 위한 공격일지라도 출연자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비난 일색이었다. 동료 MC들의 조언은 전혀 들리지 않는 듯 뻔뻔하게 ‘마이 웨이’를 추구했다. <라디오스타>는 엄연히 집단 MC 체제이고, 아무리 후배 방송인이지만 엄연히 게스트 대접은 해줘야 한다. 기본적인 선을 넘지 않아야 방송을 만드는 이도, 보는 이도 불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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