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YTN 사장이 해직언론인 복직과 투명한 사장 선임 절차를 요구한 주주들에게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 대표이사로서 역할을 방임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조 사장은 프로그램 외주제작 업체 선정 과정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감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조 사장은 24일 오전 10시 서울 상암동 YTN미디어센터 1층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 인사말에서 국내 경기부진과 종편, 보도전문채널과의 경쟁 속에서도 영업흑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보도 부문에 대해 정확하고 품격 있는 뉴스를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또 경쟁력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해 시청자들로부터 관심을 끌어왔다고 말했으며 노사 화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24일 오전 10시 서울 상암동 YTN미디어센터 1층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서 인사말 중인 조준희 사장. (사진=언론노조 YTN지부)

이날 주주총회가 시작되기에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박진수) 집행부는 총회장 앞에서 ‘해직기자 사태’, ‘불투명한 사장 선임’ 등의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피케팅을 진행했다. 이후 이들은 사원 주주 대표 자격으로 주주총회에서 참석, 조 사장에게 해당 문제들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9일 열린 YTN에 대해 3년 재승인을 결정했다.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은 “(YTN 해직 기자에 대한) 법적인 판결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당시 사장임용 반대투쟁은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 봐야한다. 원인제공은 정치권, 정권이었다”며 “화해와 통합을 위해 해직자들을 복직시키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조 사장은 “해직자 문제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났기 때문에 그 판결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문제가 직원들이 화합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지혜를 모아 이 문제를 해결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유신 기자협회장이 조 사장이 임기 2년 내내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며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실천 할 때라고 지적했다. 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이 조 사장에게 해직자 문제에 대해 재차 물었지만 “참고하겠다”는 말만 거듭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집행부가 24일 오전 서울 상암동 YTN미디어센터 1층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 자리에서 '해직기자 사태', '불투명한 사장 선임' 등의 문재 해결을 촉구하며 피케팅 하는 모습.(사진=언론노조YTN지부)

YTN은 한국언론재단이 매년 발표하는 ‘미디어어워드’에서 지난 2015년까지 9년간 공정성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해왔다. 2016년 어워드에서 공정성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면 10년 연속 1위라는 큰 명예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YTN은 지난해 12월 열린 어워드에서 JTBC에 밀리며 이를 놓쳤다. 또 뉴스 시청률에서도 부진했다.

조 사장은 9년 연속 ‘공정성 1위’가 깨진 것에 대해 “승부는 오래하다 보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올해 열심히 해서 다시 이기면 된다”고 말했다. 뉴스 경쟁력이 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보도 방식은 보도본부장 체제 아래 전체 의견을 듣고 존중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YTN은 조 사장의 3년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새 사장 선임을 진행하게 된다. 상법상 YTN은 민간 기업으로 분류되지만 외환위기 이후 자본금 잠식 상황이 발생하며 한국전력공사, 한국마사회 등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언론노조 YTN지부에 따르면 YTN은 2008년 구본홍 전 사장 선임 당시까지만 해도 공공기관 사장 선임 규정에 준해서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 및 운영했으며 이에 따라 모집 공고를 내고 후보들로부터 지원서를 받는 절차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구 전 사장 사퇴 이후 배석규 당시 전무가 이사회의 의결로 사장 직무대행으로 오게 되며 이 같은 절차가 사라져버렸다.

이날 조 사장은 선임되는 과정에서 사장후보추천위도 없었고, 모집 공고도 내지 않았으며 자신은 이력서조차 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박 지부장은 “국민의 세금인 공적 자금이 투입된 회사 사장 모집에 공고도 없고, 사장 지원서 한 장 없이 사장으로 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사회 의결로 ‘사장후보추천위’를 두고 구성 및 운영을 정관에 넣어달라고에게 요청했지만 조 사장은 “참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박진수 YTN지부장이 24일 오전 10시 서울 상암동 YTN미디어센터 1층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준희 사장에게 질문하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YTN지부)

조 사장은 자신이 주도적으로 제작한 <강소기업이 힘!이다>란 프로그램에 대한 외주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외주제작 업체 선정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감사 해달라”고 요청했다.

언론노조 YTN지부 관계자들은 주주총회가 끝나고 기자들을 만나 “사규에 따라 외주업체 선정할 때는 경쟁 입찰을 하게 돼 있는데, 내부에서 ‘사장이 한 업체를 찍었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사장이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했으니 감사 진행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또 보도경쟁력 약화에 대한 조 사장의 답변에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가 그런 식으로 답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보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추후 사장 선임 절차에 대해서는 “YTN은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기업이기 때문에 이에 맞는 사장 선임 절차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직자 복직에 대해서는 “조 사장이 면피성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해결 방법도 제시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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