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중도·범보수 선거연대 논의가 '반문(반 문재인)'을 기치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과 3지대를 묶어 단일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자유당-바른정당의 보수단일화 '순풍'

먼저 지난 15일 바른정당의 '대주주' 김무성 의원과 자유당의 유력한 대선후보 홍준표 경남지사가 만나 보수후보 단일화와 당 통합 논의를 하면서 보수단일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22일 홍준표 지사는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무성 의원과 만나 후보는 단일화하는 게 옳겠다는 얘기를 했다"면서 "대선 후 집권을 해 당을 통합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김 의원이 당을 나갈 때도 참 안타깝게 생각했고, 오죽 힘들었으면 나갔을까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이는 이혼한 게 아니다. 걸림돌만 정리되면 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왼쪽)과 홍준표 경남지사. (연합뉴스)

홍준표 지사는 김무성 의원 외에도 바른정당 관계자들을 지속적으로 만나 선거연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바른정당의 한 중진의원은 홍준표 지사에게 "대선 전 선거 공조, 대선 후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을 했다"고 말했고, 한 고위당직자는 "홍준표 지사와 자유당과 바른정당 통합문제를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무성 의원과 홍준표 지사가 단일화 논의에 대한 회동을 갖자, 바른정당 내부에서는 본격적인 단일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바른정당 중진 홍문표 의원은 "조기대선이 다가오면서 대선 국면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서 "보수대연합을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당에서도 26명의 초선의원들이 모임을 갖고 바른정당과의 선거연대를 당 지도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대 연대 움직임 '재점화'

보수단일화와 더불어 국민의당을 포함하는 반문연대 구성의 불씨도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바른정당은 다음달 12일 열릴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당에 선거연대를 제안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대선의 전초전이자 대선정국의 바로미터가 될 재보궐 국면을 중요한 실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있어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타진해보기로 했다"면서 "바른정당으로선 창당 후 첫 선거인 만큼 적어도 자유당 후보의 지지율을 넘어야 하고, 국민의당으로선 '호남정당'이라는 지역정당의 한계를 넘어 정치 주목도를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연합뉴스)

23일에는 제3지대의 핵심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조찬회동을 가졌다. 회동에 앞서 김종인 전 대표는 "대선이 길게 남지 않았으니 4월 15일 전에는 뭐가 돼도 되지 않겠나"라며 "일단 각 당 경선이 끝나야지 후보가 누가 되느냐를 협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바른정당 28일, 자유당 31일, 국민의당은 다음달 4일 각각 대선후보 경선이 종료된다. 김 전 대표가 이 시기에 맞춰 '반문' 단일 후보를 만들어내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정운찬 전 총리는 "(김종인 전 대표와) 앞으로 새로이 펼쳐질 정치에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제3지대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새로운 정치를 얘기했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단일후보에 대해 깊은 얘기는 나누지 않았지만, 항상 제가 말씀드리듯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3지대에 국한되지 않고, 보수를 포함하는 연정 등의 구상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바른정당은 최종적으로 반문연대 구성을 위한 '원샷 경선'을 치르는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당과 바른정당이 단일화를 이루고, 이후 국민의당, 장외 후보까지 연대 범위를 넓혀 한 자리에서 경선을 치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바른정당 관계자는 "문재인 후보에 맞설 후보를 만들기 위해 원샷 경선으로 후보를 단일화하는 구도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문연대, 그럼에도 쉽지 않다

그러나 반문연대 구성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관련 정당·인물들의 견해와 이해관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의 대선후보들은 자유당과의 단일화 자체에 의문을 품고 있는 분위기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보수후보 단일화라는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바른정당에 대한 해당행위"라고 강조했고, 유승민 의원도 "자유당에도 열려있다"고는 하지만 친박 세력이 척결됐을 경우를 전제했다.

▲왼쪽부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22일 오후 영남 방송3사 TV토론회에서 자유당 대선 경선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강성 친박' 김진태 의원은 홍준표 지사를 향해 "김무성, 유승민 의원, 두 분과는 같이 할 수 없다"면서 "홍 후보도 원칙을 갖고 대하라"고 훈계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선후보가 김무성을 만나고 다니면서 통합을 논의한다. 벌써 후보가 다 됐군요"라고 비꼬기도 했다.

국민의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손꼽히는 안철수 전 대표는 23일 조선일보가 김무성-홍준표-안철수 3각 연대설을 보도하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안 전 대표 측은 "정치인만을 위한 무원칙한 연대, 국정농단에 책임있는 세력에 면죄부를 주는 연대, 특정인을 반대하는 모든 정치공학적인 연대는 국민들에게 실망감과 분노를 안겨줄 뿐"이라고 밝혔다.

당초 연대의 명분으로 삼았던 '개헌론'이 무산된 것도 반문연대 구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유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3당이 대선 전 개헌을 주장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자,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은 안 된다"는 식의 특정인을 표적으로 삼는 정치 행태로는 민심을 얻기 어려울 거란 지적이 제기된다.

물리적 시간도 문제다. 김종인 전 대표 등이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연대는 국민의당 경선이 종료되는 4월 4일에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중앙선관위 대선후보 등록기간은 4월 15~16일이다. 열흘 남짓한 짧은 시간동안 뿔뿔이 흩어져있는 각 후보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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