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3년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참 절묘하게도 대통령이 자신의 검찰조서를 7시간이나 검토했다는 날에 시작된 세월호 인양이었다. 국민 304명이 진도 앞 바다에 고통스럽게 잠겨갈 때 존재하지 않았던 대한민국 대통령의 7시간은 얼마나 길고 참혹했던가. 그로부터 3년 후 헌정사상 최초로 파면당한 전직 대통령이 검찰 조서를 검토하기 위해 보낸 참으로 꼼꼼하다 못해 집착을 보인 7시간이 있었다.

보통이라면, 상식적이라면 전자의 7시간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헌법재판관의 말처럼 그날은 너무도 참혹하고 고통스러워서 국민 모두가 그날의 일들을 시간 단위로 모두 기억할 정도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누군가에게만은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지난 4년 대한민국의 불행이었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진정한 의미의 '진실'도 함께 인양될 것인가

그렇게 박 전 대통령의 검찰나들이가 종료된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접하게 된 소식이 하나 있었다. 세월호가 시험 인양된다는 것이다. 날씨만 도와준다면 본격 인양까지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섞인 후속보도가 이어졌다. 마침내 3년간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9명이 땅으로, 가족 곁으로 돌아올 그날이 다가오는 것이다. 1073일만이다.

그리고 <뉴스룸>을 진행하는 손석희 앵커는 2014년 세월호 가족들로부터 받은 넥타이를 맨 모습으로 제일 먼저 세월호 인양 소식부터 전했다. 물론 타 방송이라고 다르지 않았을 것이지만 손석희의 세월호 보도는 조금은 더 자격 있고, 진실하다. 아직도 손석희 앵커의 울먹임이 눈에 선하다. 그토록 감정 제어를 잘하는 경험 많은 앵커의 눈물은 당시 정부가 외면한 세월호 참사의 무게를 간접적으로 전해준 바 있었다.

새벽 3시 경 수면 10여 미터 이하로 세월호가 오른 때부터 언론사들은 긴장한 채로 속보를 보냈다. 13미터, 7미터, 3,8미터. 그리고 마침내 새벽 3시 45분 세월호 일부가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해수부는 순조롭게 인양이 진행될 경우 오전 11경 수면 11미터까지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을 발표했다. 또한 오전 10시 공식 브리핑을 예고했다.

23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인양 현장에서 인양단 관계자들이 처참한 모습으로 수면 위로 올라온 세월호를 고정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뒤 이날 수면 위로 처음 떠오른 것은 정확히 1천73일 만이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렇게 쉬운데, 왜 박근혜 정부는 3년 동안 세월호를 바다 속에 가라앉힌 채로 두어야만 했을까. 또 다시 해묵은 의혹과 분노가 치밀 수밖에는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인양이 된 세월호. 우리는 1073일만의 세월호를 반기면서도 여전히 그 진실에 대한 우려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아무리 마음을 완곡하게 다스려도 세월호 인양이 늦어진 것은 기술이 아닌 정치에서 원인을 찾을 수밖에는 없다.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았어도 세월호가 지금 인양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매우 적을 것이다. 대통령 파면과 인양의 타이밍이 오로지 우연일 뿐이라고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그래도 여전히 중요한 것은 진실이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귀환이다. 여전히 그 7시간이다.

JTBC 뉴스룸 엔딩곡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은 이날 당연히 세월호를 말했다. 자신의 조서를 무려 7시간이나 검토한 전직 대통령을 챙기는 것도 빠트리지 않았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전임 대통령의 말처럼, 그리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그의 변호인의 말처럼 말입니다”

손석희 앵커가 전임 대통령과 그의 변호인에게 그들의 말을 다르게 논평하기보다 그대로 돌려준 데에는 감히 쓸 수 없는 말을 썼으니 도로 가져가라는 뜻이 담긴 것은 아닐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날의 <뉴스룸> 엔딩뮤직은 신해철의 ‘날아라 병아리’였다. 또 평소와 달리 배경으로 석정현 작가의 일러스트를 더했다. 여러 의미로 눈물이 핑 도는 순간이었다. 이제 아이들이 다 모여서 신해철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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