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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변화로 본 극우화, 대안 찾아야경제력 갖춘 야권 지지 4, 50대와 취약계층된 청년·고령층 구도 경계해야
김민하 기자 | 승인 2017.03.22 13:45

인구 고령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발표할 때마다 언론은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식의 비슷한 해석을 반복한다.

조기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선 한 가지 방향의 해석이 더 붙여졌다. 인구 변화 추이를 유권자 구성의 변화로 보는 거다. 21일 행정자치부가 공개한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관한 보도를 보면 그렇다. 이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전체의 17%를 차지한 40대와 16.4%를 차지한 50대다. 그 뒤를 30대와 20대, 10대 및 60대가 잇고 있다.

연령대의 절대적 숫자로 보면 4, 50대가 다수지만 변동 폭으로 보면 노령층이 늘고 있고 아동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가 명확하다. 그렇기 때문에 고령화 추세가 명백하다는 결론이 가능한 것이다. 이를 앞서 언급한 세대별 인구 구성의 문제와 결합하면 심상찮은 결론이 나온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의 한국 정치에 결코 긍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4, 50대가 다수인 유권자 구성은 여의도 정치의 관점으로 보자면 야권에 유리한 소재다. 현재의 4, 50대들은 이른바 386 세대부터 그 바로 아래인 ‘IMF 세대’에 까지 걸친다. 군부독재와 그 후신들이 만든 한국사회의 모순을 실질적으로 체험한 세대다. 차이가 있다면 전자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과거 제1야당을 지지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소지가 많고 후자의 경우 진보정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봐도 이런 흐름은 뚜렷하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뚜렷한데다 수도권 인구 구성의 다수가 40대인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자리나 자녀 교육의 문제로 봤을 때 당연한 결론이다. 수도권 거주자들은 지역이슈보다는 중앙정치 이슈에 민감하다. 보통 중앙정치 이슈는 공격을 하는 입장인 야당보다 이를 막아내야 하는 여당에 불리한 경우가 많다. 앞서의 해설과 묶어보면 이 역시 전통적인 야권에 유리한 구성인 셈이다.

최순실 등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가 정국을 뒤흔드는 지금 여의도에서 이런 해석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 박근혜 정권의 비정상성에 60대 이상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세대가 거부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최순실’ 이름 석 자를 입에 올리며 눈살을 찌푸리는 판국이다.

지난 1월 17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연합뉴스)

문제는 이 수면 아래 자유주의적 정치관을 갖고 있는 구매력 있는 세대와 취약계층이 다수인 세대 간의 대결구도가 잠복해있다는 사실이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관련 자료를 보면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청년 인구가 4년 만에 최대치인 걸로 나타났다. ‘쉬었음’이란 분류는 일할 능력이 있고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그저 막연히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자료에 의하면 10대에서 20대까지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인구 숫자는 36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구직의사가 없기에 경제활동인구에 포함이 되지 않아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의 고용대책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청년 실업 문제가 확대되면서 고용 관련 통계 지표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앞으로도 경제활동에 참여할 의사가 없는 사람과 구직활동을 잠시 포기한 사람을 구분하는 게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통계 지표의 정비 문제와는 별개로 청년층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흐름의 주요 원인을 ‘구직 실패’로 보는 건 무리한 해석이 아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약 45% 정도가 올해 상반기 신입 사원 채용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했다. 대기업이 신규 채용에 소극적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 상황이 민감해 보이는 것은 이 문제가 정치적 사건과 함께 맥락화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과 ‘정유라’로 대표되는 정경유착과 맞물리면 구직에 실패한 청년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청년층이 구직을 하기 위해서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거주해야 하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다는 것 역시 문제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낸 세계 생활비 보고서에 따르면 133개국의 지난해 물가상승률 조사에서 서울은 6위로 나타났다. 1999년에 50위였다는 걸 고려하면 20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44계단을 뛰어넘은 셈이다. 이상의 근거들은 국내 청년층이 ‘프레카리아트’화 되고 있다는 기존의 사회적 담론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빈곤화의 위협으로부터는 고령층 역시 벗어날 수가 없다. 지난 1월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합동으로 실시한 ‘가계금융 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2015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61.7%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빈곤율은 중위소득의 50% 미만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데, 앞서의 수치는 은퇴 이후의 소득구조가 양극화돼있고 양 극단 중 가난한 쪽이 훨씬 큰 상태를 보여준 거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현재 고령층 인구는 소수를 제외하면 안정적 부를 축적할 기회를 갖지 못했고 사회보장제도 등의 인프라가 미비한 상태에서 은퇴 이후 경제적 대안을 찾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은 청년층과 고령층이 동시에 취약계층이 돼버릴 수밖에 없는 정치적 환경의 위험성을 상기시킨다. 더 문제인 것은 특히 고령층인 경우 다른 세대와 정보격차로 인한 벽을 느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2016 인터넷 이용실태조사 최종보고서’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스마트폰 보유 비율은 31.7%로 90%를 넘기는 비고령층과 큰 차이를 보이는 걸로 나타났다. 서비스별 이용 비율도 유사한 추세가 이어진다. 단, 고령층의 카카오톡 등 인스턴스 메신저 사용비율은 60%를 넘어 비고령층 사용 비율의 3분의 2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이는 고령층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접하는 정보의 획득, 유통, 검증 구조가 매우 제한돼있다는 걸 의미한다. 정치세력은 이 상황을 영리하게 이용한다. 21일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카카오톡을 통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공산주의자이고 거액의 비자금을 숨겨두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가짜뉴스’를 150여 명이 있는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에 올렸다는 보도가 나온 게 대표적이다. 그 150여 명의 연령대가 어땠을 지를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은 극우세력이 등장하고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서구에서도 이런 상황은 유사하게 나타났다. 브렉시트 투표의 경우 연령대로 보면 고령층과 비고령층, 지역별로 보면 금융화 된 대도시와 성장이 지체된 지방의 대립 구도였다. 프랑스의 ‘극우화 바람’을 이끄는 마린 르 펜의 지지층을 분석해 봐도 유사한 결론이 나온다. 박근혜 정권의 절망적 실정 덕에 그 어느 때보다도 야권 출신의 대통령 탄생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그가 짊어져야 할 정치적 과제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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