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홍준표 경남지사가 자신이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돼 도지사직을 사퇴하더라도, 고의적으로 경남지사 재보궐 선거를 치르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 (연합뉴스)

홍준표 지사는 20일 도청 확대 간부회의에서 "도지사 보궐선거로 200억 원 이상의 돈이 들기 때문에 보궐선거는 없도록 할 것이라고 한 달 전부터 얘기했는데 보궐선거를 노리는 꾼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면서 "그 사람들이 일부 기자를 선동해 보궐선거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지금 경남도정은 행정부지사 체제로 가더라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지사가 오는 5월 9일로 예정된 조기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4월 9일까지 도지사 직을 내려놔야 한다. 그러나 홍 지사는 선거법상 지자체장 사퇴 시점과 보궐선거 실시 사유 발생 시점이 다르다는 것을 악용하고 있다.

공직자의 사퇴는 소속기관의 장 또는 소속위원회에 사직원이 접수된 시점이 기준이다. 반면 보궐선거 실시 여부는 관할 선관위에 사임 통지가 된 때를 기준으로 정하게 된다. 따라서 홍준표 지사가 4월 9일 자정 무렵에 경남도의회 의장에게 사임을 통보하면 공직자 사퇴 마감을 지키게 돼 대선출마에 문제가 없지만, 경남도선관위는 10일 사임을 통보받게 돼 재보궐 선거는 없게 된다.

대선이 치러지는 해에는 보궐선거는 대선과 함께 실시된다. 조기대선일인 5월 9일 보궐선거가 함께 열리게 되기 때문에, 보궐선거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30일 전인 4월 9일까지는 보궐선거 실시 사유가 정해져야 한다. 경남도선관위가 10일 사임을 통보받으면, 경남지사 보궐선거가 열리지 못하는 것이다.

홍준표 지사가 고의적으로 보궐선거를 무산시키려 하자, 20일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경남도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 기만과 꼼수의 홍준표 지사는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홍 지사는 자신이 자유당 대선후보가 되더라도 도지사 보궐선거는 없다는 비상식적인 말을 했다"면서 "이는 현행 공직선거법 규정의 불명확성을 악용한 지저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선관위가 홍준표 지사의 꼼수에 놀아난다면, 앞으로 모든 공직자는 자신은 사퇴해서 원하는 선거에 출마하면서 법에 정한 보궐선거는 회피하는 황당무개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31일 자유당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꼼수를 버리고 즉시 사퇴하는 것이 국민과 도민, 공직선거법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밝혔다.

21일 정의당 경남도당도 기자회견을 열어 "경남도는 자유당과 홍준표의 사유물이 아니다"라며 "홍 지사는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경남도당은 "홍 지사는 공직선거법 규정을 악용해 법 위에 군림하려는 쿠데타적 발상을 하고 있다"면서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도정을 장악하고 자신의 인맥을 조정해 경남도정에 상왕 정치를 하겠다는 의도"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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