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개헌을 고리로 하는 제3지대 연대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대연합론'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3지대 단일 대선후보가 탄생할 확률은 사라지고 있다. 각 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되는 4월 초 3지대의 키맨으로 지목되는 김종인 전 대표의 마지막 3지대 규합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홍준표 약진에 보수대연합론 등장

자유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홍준표 경남지사가 선전하면서 3지대 빅텐트 논의는 힘을 잃고 있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 바른정당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이 한 자리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홍 지사의 약진이 두드러지자, 자유당과 바른정당의 보수대연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출마선언하는 홍준표 경남지사. (연합뉴스)

지난 15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홍 지사의 지지율은 대폭 상승하는 추세다. 20일 리얼미터 여론조사(15~17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25명 대상으로 무선전화면접·유무선자동응답 혼용, 응답률 8.6%,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2.2%p)에서 홍준표 지사는 9.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특히 일간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황교안 권한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한 15일 7.1%에서 16일 10.1%, 17일에는 12.5%를 기록해 상승세를 보였다.

자유당과 바른정당의 보수대연합을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자유당 초선의원 26명은 의원회관에서 모임을 열어 바른정당과의 보수대연합을 결의하고, 이를 당 지도부에 건의했다. 강효상 의원은 "이번 경선과 대선 과정을 통해 바른정당과의 통합, 보수의 대통합, 이런 데 적극 노력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20일에는 바른정당 중진 홍문표 의원이 "조기대선이 다가오면서 대선 국면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큰 그림, 보수대연합을 진행 중"이라면서 "이번 달 말쯤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당과 바른정당의 대선후보 선출 시기에 맞춰 단일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유당은 31일, 바른정당은 28일 각각 대선후보를 최종 선출한다.

홍준표 지사의 정치적 성향이 비박계라는 점도 보수대연합의 현실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바른정당 입장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해 당을 창당한 상황에서, 친박계 후보가 자유당 대선후보로 선출될 경우 손을 잡기 어렵다. 그러나 홍 지사는 자유당 대선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3지대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바른정당이 자유당과의 보수대연합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경우 3지대 빅텐트 논의는 동력을 잃게 된다.

제3지대, 이해관계 '제각각'…김종인 "현재로서는 논의 불가능"

3지대 빅텐트 논의 자체도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3지대에 위치한 정당, 대선후보들 간의 이해관계가 제각기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3지대 논의의 키로 지목되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개헌을 고리로 하는 반문연대 논의가 가시화되는 듯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문병호 국민의당 최고위원,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윤여준 환경부 장관, 정운찬 전 총리,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등을 만나며 광폭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 16일 예정됐던 정의화 전 국회의장, 정운찬 전 총리, 남경필 지사 등과의 오찬회동이 불발되면서 김종인 전 대표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이후 3지대 연대 논의는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제3지대 빅텐트론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연합뉴스)

지난 18일 부산에서 김종인 전 대표는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3지대 빅텐트의 고리가 될 개헌에 대해 "3당이 개헌을 발의한다고 하지만 민주당 쪽에서 흔쾌한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대선 전 개헌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개헌을 조기대선 전략으로 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3당이 개헌에 대해 단일안을 마련했지만, 김종인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3당 소속 대선후보들마저 대선 전 개헌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손학규 전 대표 역시 "개헌을 대선과 같이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도 대선 전 개헌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유승민 의원의 경우 개헌의 세부 내용에 있어서도 3지대의 일반적인 개헌안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21일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유 의원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주장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는 3지대 광폭행보를 펼치던 김종인 전 대표의 의견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김 전 대표는 정치권의 대표적인 의회주의자로 내각제 개헌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종인 전 대표는 3지대 빅텐트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입장을 내놨다. 지난 19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종인 전 대표는 "지금은 각 당이 전부 경선 중에 있기 때문에 3지대 빅텐트에 대해서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현재로선 경선 중에 있기 때문에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종인 전 대표가 대선에 직접 출마하려고 하면서 다른 후보들과의 논의가 틀어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 대표는 대선 출마설에 대해 "솔직히 고민을 많이 했고, 혼자 힘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결심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종인 전 대표는 "각 당의 경선이 끝나고 후보자들이 결정되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려고 한다"며 3지대 빅텐트 논의에 대한 여지를 남긴 상태다. 김 전 대표는 3지대 정당의 대선후보가 모두 정해지는 다음달 초 마지막 3지대 논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달 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유당과 바른정당의 보수대연합이 현실화되면 김종인 전 대표의 3지대 규합 시도는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도 보수대연합의 편이다. 자유당 경선이 31일 종료되는데 반해 3지대의 한 축인 국민의당 경선은 다음달 4일 종료되기 때문에 보수대연합 논의가 먼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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