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박근혜의 파면에 JTBC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10월 말 <뉴스룸>이 보도한 최순실의 태블릿피시가 결국엔 이 국면의 스모킹건이 됐다. 이후에 다른 종편들이 처음과 달리 논조를 바꿀 때에도 변치 않고 전 대통령과 그 정부의 비위들을 보도해왔다. 세월호 참사보도에 이은 최순실 게이트에서의 <뉴스룸>의 역할과 영향은 손석희 앵커에 대한 신뢰도와 함께 JTBC는 무조건 믿고 보는 방송사로서 이미지가 완성되었다.

공영방송들의 공영의 정체성의 무너진 상황에서 JTBC의 존재는 더할 나위 없이 빛이 났다.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광장에서 JTBC 기자들은 아이돌처럼 환호를 받았고, <뉴스룸>의 보도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고 싶을 지경이 됐다. 물론 그런 오보를 하지 않을 거라는 강한 신뢰가 있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그렇지만 분명 누군가는 혹은 누군가의 가슴 한쪽에서는 의심과 우려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분명 JTBC의 모태는 중앙일보다. 조중동의 그 중앙일보. 분명 <뉴스룸>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스모킹건 그 이상의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이전에 세월호 참사에 그 어떤 제도 언론들과는 다른 보도 자세를 보여왔지만 그래도 불안은 늘 존재했다.

또한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도 그 불안을 부채질할지 모른다. 도대체 왜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손석희를 보도부문 사장으로까지 앉히면서 다른 종편들과 아니 다른 방송사들과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냐는 것이다. 손석희 앵커가 여러 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워치독’으로서의 <뉴스룸>은 또한 언제까지 유효한 것인가에 대한 것도 포함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바라기로는 JTBC가 적어도 보도부문에 대해서는 이대로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담보할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런 가운데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 최근 벌어졌다. JTBC 회장이 JTBC와 중앙일보를 사임했다.

중앙일보와 JTBC의 홍석현 회장이 사임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 소식과 함께 불거진 이슈는 소위 홍석현 대망론의 실체였다. 특히 중앙일보와 JTBC 직원들에게 보낸 퇴임사를 통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했다”라고 했던 말이 던지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에라도 홍회장의 사임으로 어떤 형태로든 이번 대선에서의 역할과 의미를 찾게 한다.

이제 대선까지 50일 남은 시점에서 현 국면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는 JTBC 회장 홍석현의 사임은 누가 보더라도 심상치 않은 사건임에 틀림없다. 정권교체라는 시대정신이 지배하고 있는 이번 대선과 그 정권교체를 가능한 것으로 만든 주력인 JTBC의 홍석현의 역학이 어떻게든 반응하게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문제는 홍회장의 사임과 손석희 사장의 입지라고 할 수 있다. 홍회장의 사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대선에 대한 영향보다도 어쩌면 손석희 사장에 대한 입지 변화 유무가 더 클 것이다. 그것은 또한 아직도 지난 공영방송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가운데에 JTBC가 여전히 ‘워치독’일 수 있겠냐는 우려의 반영이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물론 중앙일보와 JTBC가 공동으로 시작한 새해 캠패인 ‘리셋코리아’의 내용을 보면 모두가 기우일 가능성이 어쩌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홍회장이 직접 광화문의 촛불에서 집단지성의 힘을 확인했다는 등의 발언을 한 점을 감안한다면 또한 그렇다. 그러나 대선이라는 것이 워낙에 상식을 벗어난 일들을 가능케 하다 보니 어떤 두려움이 앞서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두려움의 진짜 원인은 방송이 정권에 의해서 장악되고, 악용된 이명박근혜 정권 9년의 경험 때문이다. 정권교체를 떠나서,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적어도 공영방송만이라도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국회에 볼모로 잡혀 있는 언론장악방지법의 조속한 통과가 절실한 이유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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