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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17.3.29 수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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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로프킨, 무패 기록 지킬 수 있었던 결정적 차이[블로그와] 임재훈의 스포토픽
스포토픽 | 승인 2017.03.19 22:13

한국계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게나디 골로프킨(카자흐스탄)이 19일 오후(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메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열린 다니엘 제이콥스(미국)와의 세계복싱평의회(WBC), 세계복싱협회(WBA), 국제복싱기구(IBO) 미들급(72.57kg) 타이틀전에서 3-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챔피언 벨트를 지켜냈다.

이날 경기는 당초 국제복싱연맹(IBF) 타이틀도 걸린 4대 기구 통합 타이틀전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계체량 문제에 있어 제이콥스의 체중에 문제를 제기한 IBF측이 타이틀전 승인을 거부, 결국 WBC, WBA, IBO 3대 기구 통합 타이틀전으로 진행됐다. 

이날 경기가 특히 관심을 집중시켰던 이유는 골로프킨이 당초부터 제이콥스에 대한 상당한 경계심을 드러내 왔다는 사실이 때문이다. 스피드와 유연성, 펀치력을 두루 겸비한 제이콥스의 기량이 최근 골로프킨이 상대한 그 어떤 선수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골로프킨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날 경기는 이전의 다른 어떤 경기보다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무엇보다 두 선수 모두 판정으로 승리를 거둔 기억이 희미할 정도로 오랜 전 일이라는 점에서 이 경기가 12라운드 종료를 알리는 공 소리를 듣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이 됐다.

골로프킨보다 1라운드 KO 기록에서 오히려 앞서는 기록을 가지고 있을 만큼 경기 초반 탐색전 없는 공격 일변도의 경기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던 제이콥스가 골로프킨을 상대로는 어떤 경기를 펼칠지 관심이 모아졌다. 

어쨌든 경기는 시작됐고, 예상대로 양 선수는 이전과는 다른 스타일의 신중한 탐색전으로 1라운드를 이끌어 갔다.

다운 빼앗아내는 골로프킨 (AP=연합뉴스)

경기 초반 경기를 주도한 쪽은 챔피언인 골로프킨이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아웃복서 스타일로경기를 펼치는 다니엘스를 상대로 골로프킨은 조심스럽게 접근전을 펼쳤고, 간간이 잽을 던져 제이콥스의 안면에 적중시켰다. 제이콥스는 아웃복싱을 펼치는 와중에 간간이 빠른 죄우 펀치로 골로프킨의 공격에 응수했지만 모두 골로프킨의 커버링 위를 때를 뿐이었다. 

그렇게 2라운드까지 경기는 탐색전으로 전개됐다. 그리고 3라운드 들어 골로프킨이 서서히 자신의 스타일로 경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적극적인 선제 잽 공격과 복부 공격으로 제이콥스의 예봉을 차단하고 그의 스피드를 낮추려고 시도했다. 그렇게 골로프킨의 공격을 수세적인 입장에서 받아내는 제이콥스는 이렇다 할 반격을 하지 않은 채 큰 펀치 한 방을 노리는 듯 잔뜩 웅크린 자세를 취했다. 

그러던 중 골로프킨이 제이콥스를 다운시켰다. 4라운드 경기 도준 제이콥스를 링 코너로 몰던 골로프킨이 제이콥스의 안면에 두 방의 오른손 펀치를 적중시켰고, 다소 당황한 제이콥스가 뒷걸음질 치다 바닥에 넘어진 것. 보기에 따라서는 골로프킨의 주먹이 아닌 몸에 밀려 넘어진 것으로 볼 수 있던 장면이었지만 심판은 주저 없이 제이콥스에게 카운트를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기선을 잡은 골로프킨은 4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공세를 이어갔고, 그와 같은 적극적인 공세는 5라운드 초반까지 이어졌고, 5라운드 초반에도 골로프킨의 체중이 실린 펀치가 제이콥스의 안면에 배달됐다. 

이때 제이콥스가 반격의 실마리를 잡기 위한 비장의 무기를 꺼내어 들었다. 오른손잡이 자세에서 왼손잡이 자세로 전환한 것. 골로프킨을 현혹시키기 위한 작전이었다. 골로프킨의 펀치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반면 자신은 그렇게 현혹된 골로프킨의 헛점을 파고들어 펀치를 날리겠다는 계산인 셈. 

제이콥스의 ‘플랜B’는 성공적이었다. 예상대로 골로프킨은 왼손잡이 자세로 전환한 이후 몸의 움직임까지 활발해진 제이콥스 상대로 펀치를 던질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고, 선제공격의 빈도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골로프킨의 선제공격이 줄어들자 제이콥스가 적극적으로 펀치를 날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6,7라운드는 제이콥스가 우세한 경기를 펼친 것처럼 보이는 라운드였다. 

문제는 ‘플랜B’가 가동된 이후에도 제이콥스의 빠르고 날카로운 좌우 펀치가 대부분 골로프킨의 철벽 커버링에 막혀버렸다는 점이다. 

간간이 제이콥스의 펀치가 골로프킨의 안면에 적중됐지만 골로프킨의 자세나 표정은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제이콥스가 한 대를 때리면 골로프킨 역시 그대로 돌려주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누가 더 우세한 경기를 펼친다고 평가하기 힘든 경기 양상이 12라운드까지 이어졌다.

게나디 골로프킨 [AP=연합뉴스 자료사진]

12라운드 경기가 모두 끝났을 때 골로프킨이 타이틀을 잃을 가능성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았다. 당초 경기가 열린 매디슨 스퀘어 가든이 제이콥스의 고향인 뉴욕에서 열리는 경기라는 점을 들어 판정으로 갔을 경우 제이콥스에게 유리할 것이란 예상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였지만 골로프킨에게도 ‘챔피언 어드밴티지’라는 것을 기대할 여지는 충분했다. 

하지만 골로프킨의 챔피언 어드밴티지를 감안하더라도 이날 경기 내용만을 놓고 봤을 때 4라운드에서 나온 다운 장면을 능가할 만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제이콥스가 경기의 양상을 바꾼 이우 골로프킨을 그로기 상태로 몰아붙인 장면이 단 한 장면이라도 나왔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 

12라운드 경기 종료를 알리는 공이 울렸고, 잠시 후 판정결과가 발표됐다. 채점결과는 골로프킨이 1-2점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왔다. 접전이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접전의 결과 제이콥스의 우세를 판정한 부심은 단 한 명도 없었다. 

1-2점이라는 점수차를 떠올려 본다면 4라운드의 다운 장면이 이날의 승부를 가른 결정적 요소였음을 알 수 있다. 제이콥스 생애 세 번째 당한 다운이었는데 결국 그 한 차례의 다운이 금세가 가장 위대한 복서를 잡을 수도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 됐다. 

이날 승리로 지난 8년간 이어진 골로프킨의 연속 KO행진은 ‘23’에서 멈췄지만 프로 통산 무패(37전 37승 33KO)의 전적은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이 경기에 대해 “골로프킨은 11년 복싱 커리어에 가장 힘든 경기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조만간 두 선수의 리매치 이야기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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