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기영 기자] 학계와 시민단체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특정 권력의 언론 통제 도구로 전락했으며, 순기능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한 존재 자체도 위헌이라며 심의를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더물어민주당 박홍근 의원,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언론단체들은 17일 국회에서 '미디어 주권자의 권리' 토론회를 진행했다.ⓒ미디어스

야3당 의원들과 언론단체는 17일 국회에서 ‘미디어 주권자의 권리’ 토론회를 열고 방통심의위의 개선 방안에 대해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방정배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는 “지난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두 번에 걸쳐 방송통신심의 기구가 패악질 하는 정권 밑에서 검열 행위를 하는 곳으로 변했다”며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권이나 미디어 주권이 많이 손상됐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정부가)문화·예술을 검열하고 대중의 합리적 의심과 의사표현을 차단하기 위한 사이버 검열을 병행했다”면서 “방통심의위는 저널리즘과 대중 통신을 옥죄는 검열의 중추 기구”라고 주장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고 김영한 비망록’을 예로 들어 청와대가 방통심의위를 이용해 언론을 겁박한 정황을 설명했다. 비망록에 따르면 박 대통령을 두고 ‘세습 발언’을 한 채널A의 프로그램은 방통심의위의 의견진술 요청을 계기로 폐지됐다. JTBC의 비판보도에는 일반인을 통한 민원이 제기됐다.

그는 해결책으로 “행정심의 대상을 최소한으로 축소하고 나머지 불만처리 기능은 시청자를 대표하는 법적 기구인 시청자 위원회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윤성옥 경기대 교수는 “방통심의위의 시정요구 처분이 법원에서 취소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밝혔다. 윤 교수에 따르면 방통심의위가 객관성 위반 등으로 판단한 내용들이 법원에서 공익성이나 객관성을 인정받아 ‘번복된’ 사례는 12건이나 된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2012년 'CBS 김미화의 여러분'이 선대인 경제전략연구소장을 출연시켜 정부의 축산정책과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방송을 한 것에 대해 객관성과 공정성 심의 조항 위반 등을 이유로 법정제재인 '주의'를 결정했다. CBS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이 사건은 3년에 걸친 공방 끝에 문제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윤 교수는 인터넷 규제에 대해 문제점도 지적했다. 윤 교수는 “지난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통신심의제도에 대해 ‘사실상 검열로서 표현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그럼에도 통신심의 규제는 보다 강화되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2015년 명예훼손 등과 관련된 정보 심의 신청 대상자를 당사자에서 제3자로 확대했고 올해 업무 계획에서 1인 미디어 규제 방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토론자로 참가한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최영묵 성공회대학교 교수, 최우정 계명대학교 교수 등은 방통심의위가 표현의 자유를 불분명한 잣대로 규제하고 있다는 것에 이견이 없없다.

최영묵 교수는 “방통심의위는 폐지되야 한다”며 “국가기관에 의한 검열, 규정의 불명확성, 정치적 비판 봉쇄를 위한 청부심의 등 방통심의위의 핵심 문제는 위헌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2년 서울 고등법원이 방통심의위를 ‘국가기관’으로 정의했고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통신심의를 ‘사실상의 검열’로 판단했다”면서 “방통심의위는 검열을 일삼고 있는 국가기관”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방통심의위가 방송·통신을 심의하면서 극우 사이트를 규제하거나 종편의 질을 높였느냐?”고 질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자율심의 제도’다. 방송사에서 자체적으로 자율심의를 실시하고 해당 기관에서 이를 관리·감독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 방통심의위를 개편하자는 주장도 제시됐다. 강혜란 대표는 “심의위원 규모를 15인 내외로 늘리고 다양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개선하는 안을 지지한다”며 “방통심의위 위원들의 정치적, 경제적 일탈이 방지될 수 있도록 위원 선임 전후의 정치활동 등에 대한 제한을 법률적으로 명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윤성옥 교수는 “사법부의 국민참여재판과 유사한 형태의 시청자 참여심의제도를 보완적 제도로서 고려해 볼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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