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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 vs ‘자체발광 오피스’, 변방에서 온 흑기사들의 역전 오피스 활극[블로그와]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7.03.17 18:27

MBC 수목드라마 <미씽나인>의 후속 작품은 공교롭게도 KBS2 <김과장>과 동일한 배경의 '오피스물' <자체발광 오피스>이다. 하지만 동일한 소재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김과장>이 17.1%(닐슨 코리아 전국)의 압도적인 1위를 선점한 가운데, 후속 작품 <자체발광 오피스>는 3.9%로 고전하는 중이다. 수목 드라마 1위와 꼴찌. 하지만 이 서로 다른 결과를 보이는 두 드라마를 들여다보면 오피스물이라는 공통적 소재 외에도 비슷한 점이 많다. 

수목 1위로 매회 속 시원한 사이다 한 잔을 쭈욱 들이키게 하는 <김과장>은 극의 구성이 2013년 <직장의 신>과 흡사하다. 비정규직 미스 김(김혜수 분)의 기상천외한 행보로 전형적인 갑을관계였던 직장 내 관계가 역전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직장 내 가장 존재감이 없는 비정규직이 가장 능력자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상황은 '갑을관계’와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던 당시 우리 사회의 문제를 '블랙코미디'의 형식으로 풀어가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관련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못지않게 권력승계를 위해 동조한 대기업의 부도덕한 행태가 공분을 사는 이 시점, 복마전인 대기업에 들어간 똘끼충만한 '김과장'의 사이다식 해프닝이 역시나 시청자들의 답답한 가슴을 확 뚫어주며 호응을 얻고 있다. 

변방에서 온 흑기사들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

그런데 일찍이 <직장의 신>부터 <자체발광 오피스>까지 주인공들을 보면 오피스물을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녀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왜 무슨 이유로 그런지 알 수 없는, 부장보다 이사보다 더 능력자인 미스 김. 하지만 그녀의 직책은 단기 계약의 비정규직이다. 이렇게 오피스물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들은 오피스의 ‘변방’에서 등장하다. 

<김과장>의 주인공 김성룡은 능력자 미스 김 못지않게 타고난 근성과 깡, 비상한 두뇌, 돈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과 재능을 지녔지만 지방에서 조폭들 자금 세탁이나 해주던 처지였다. 그러던 그가 자신의 꿈이었던 덴마크 이민을 위해 뜻하지 않게 도달하게 된 곳이 바로 '비리'의 온상 TQ그룹이다. 그가 들어간 곳은 비리 혐의로 쓴 채 식물인간 상태가 된 전임 과장의 후임. 회사에서 가장 대우받지 못하며 위에서 시키는 일을 하느라 식사하러 갈 사이도 없는 처지의 경리부다.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

이처럼 <직장의 신>이나 <김과장> 모두 주인공들은 '능력자'이지만, 그 능력에 대한 제대로 된 과정으로 오피스에서 대우받지 못하는 처지이다. 

그런가 하면 <자체발광 오피스>는 이 시대의 을인 청춘 세 명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집안이 어려워 학교 다니면서 스펙 대신 알바를 하며 겨우 학점만을 따야했던 여주인공 은호원(고아성 분)은 무려 100번의 입사 원서를 내지만 번번이 '노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실패한다. '스펙'이 만땅인 장강호(이호원 분)는 너무도 모범답안인 그의 스펙과 더더욱 모범답안인 면접 답안에도 불구하고 '소극적 태도'로 말미암아 역시나 번번이 미역국을 먹는 처지다. 서른두 살 먹도록 변변한 스펙하나 없이 시험 준비만 하다 여자 친구에게 차이고만 도기택(이동휘 분)이라고 나을 것이 없다. 

블랙코미디 현실의 판타지로서의 오피스물

MBC 새 수목 미니시리즈 <자체발광 오피스>

이렇게 현재 대한민국 88만원 세대의 가장 극단적인 모습을 지닌 세 명의 청춘이 바로 <자체발광 오피스>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각자의 사연으로 자살 시도를 했다 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인연으로, 급기야 서현(김동욱 분)의 배려로 하우라인 3개월 계약직에 위촉되게 된다. 그들이 들어간 곳은 하우라인 영업부와 판촉부, 거기서 그들을 맞이한 것은 비리와 갑을관계, 남녀 간의 불균형적 처지 등이 고스란히 집합된 전형적인 직장 부서이다.

이렇게 이들 ‘오피스물’의 배경이 되는 직장은 곧 현실, 바로 우리 사회로 등치되는 곳이다. 그리고 이들은 그곳에 정통이 아닌 존재로 등장하며,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회사의 일에 얽매이며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의 주도적 존재가 되어간다. 덴마크로 이민 가기 위한 한 탕 장소로 들어간 회사에서 그의 전직과는 전혀 다른 '의로운' 인물이 되어가는 김과장이나, 사실은 돌아갈 수 없는 기회를 잡은 3개월 계약직 <자체발광 오피스>의 은호원, 장강호, 도기택 세 사람 역시 '시한부'라는 설정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태도의 삶을 살아간다. 2회 회사의 고질적인 진상 고객을 자신의 처지로 설득해내는 은호원을 통해, 이들의 존재가 <김과장>처럼 역설적으로 '힘'이 될 것임을 드라마는 예고한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자신을 옭죄는 가족, 사회적 관계의 틀에서 옴짝달싹 못하지만, '이민'이라든가 '죽음'이라는 삶의 이탈적 요소를 지닌 주인공들은 그래서 용감해진다. 그리고 그 용감함이 그들의 삶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끌며 평범한 주변 인물을 독려함은 물론, 역시나 일상에 지쳐가는 평범한 시청자들에게 '삶의 사이다' 한 잔을 들이키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코믹한 요소들은 사실 '사이다'같은 시국과 맞물려 박수를 받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노오력'을 해도 쉽게 얻어지지 않는 기회, 고착된 갑을관계 속에서 나 하나의 도태 아니고서는 쉬이 변화를 바라기 힘든 블랙코미디 현실의 '판타지'이다.

MBC 새 수목 미니시리즈 <자체발광 오피스>

2013년 <직장의 신>으로 갑을관계라는 것이 전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현재 그 갑을관계는 더 고착되었다. 과연 <김과장>이 매회 권하는 이 '사이다'들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88만원 '노오력' 세대의 고군분투는? 아직은 사이다의 강렬한 시원함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그 의미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과제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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