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15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3당이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을 내놓고 오는 5월 9일 열릴 조기대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런데 진보·보수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언론이 3당의 개헌 요구를 비판하고 나섰다.

▲16일자 한겨레 사설.

16일자 한겨레는 <'대선·개헌 국민투표' 동시 주장은 억지 중의 억지> 사설에서 3당의 개헌 국민투표 추진 방안에 대해 "현실성도 없고, 한심하기가 이를 데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차기 대통령을 뽑는 중차대한 기간에 헌법 개정 문제를 함께 논의해서 동시에 결정하자는 게 말이 되는 얘기인가"라면서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오직 정략적 이해에 따라 개헌을 입에 담는 정당과 국회의원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국회에 개헌특위가 구성돼 있지만 어떤 내용을 논의하고 있는지 국민은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 "그런데 국회의원들끼리 밀실해서 논의한 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개헌하자는 건 '주권재민'의 정신을 근본부터 짓밟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선거를 위해 이합집산을 하는 거야 정치인들의 자유라 치더라도, 그걸 위해 헌법 개정을 고리로 삼는 건 용서하기 어렵다"면서 "헌법 개정은 오직 국민의 뜻을 기반으로 시대정신과 미래의 지향을 올바르게 담아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대선일 개헌 투표하자는 3당, 시민은 안중에도 없나> 사설에서 3당의 개헌 투표 주장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이 어지러운 판에 느닷없이 개헌 합의라니 어안이 벙벙하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개헌을 추진할 의사가 있다면 대선 이후 시민의 뜻을 모으고 충분한 공론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정치권 일부가 뚝딱 합의해 추진할 일이 결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대선까지 남은 55일 동안 개헌안에 합의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조그마한 법 하나 바꾸는 데도 갑론을박하며 시간을 보내는 정치권이 언제 무슨 수로 합의를 보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개헌을 하려면 의원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줄 알면서도 제1당을 제외한 것도 의도를 의심케 한다"고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이처럼 되지도 않을 개헌을 3당과 민주당 일부가 추진하고 나선 의도는 뻔하다"면서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위시한 민주당 후보를 이길 방법이 없으니 개헌을 연결고리로 대선 판을 흔들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문재인 개헌연대'라는 정치공학적 접근으로는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면서 "정정당당하게 국가를 책임 있게 이끌 비전과 정책을 내놓고 경쟁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향신문은 "3당이 진정 나라와 시민을 생각한다면 정략적 개헌 논의를 즉각 중지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16일자 조선일보 사설.

보수언론도 3당의 졸속 개헌을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도 <대선 전 국회 개헌안 제시, 2018년 투표가 현실적이다> 사설에서 "개헌을 너무 서두르다보면 국가와 국민 아닌 다른 목적이 있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제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된 권력을 나누고 지방자치도 획기적으로 강화해 새로운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권형 개헌 필요성 자체에는 이미 국민적 합의가 형성돼 있다"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로는 도저히 더는 안 되겠다는 공감대"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개헌이 가능하겠느냐"라면서 "시간도 부족하고 개헌안 국회 통과에 필요한 국회의원 2/3도 제1당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렵다. 재적 과반 의석이 필요한 개헌안 발의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대다수 주요 대선 후보는 대선 후 개헌 논의를 본격화해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함께 국민투표를 하자는 입장"이라면서 "이렇게 또 개헌 기회를 날려버린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험한 갈등과 분열을 겪어야 할 지 모른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개헌을 반드시 성사시키기 위해선 국가와 국민을 앞세우고 정치를 빼야 한다. 시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6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도 <반드시 해야 할 개헌…그러나 야합은 안 된다> 사설에서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데다 주요 대선주자들이 반대하고 나서 합의대로 개헌이 실현될지 의문"이라며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동아일보는 "의석 165석을 가진 3당이 합의대로 추진한다면 국회 재적 과반의 서명을 받아 개헌안 발의는 무난하고, 민주당 개헌파까지 가세하면 의결 정족수 200석을 넘길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작 국민투표를 해야 할 국민이 구체적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원내대표들이 덜컥 합의를 한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한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어제 3당 합의에도 개헌안 마련에 국민 의견은 어떻게 수렴할 것인지에 대해선 한마디도 없다"면서 "그러니 민주당을 의도적으로 뺀 '신 3당 야합'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런 무리한 추진은 정치권이 정략적 '권력 나눠 먹기'에만 몰두한다는 인식만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