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 미디어스는 김길태 랭키스탁닷컴 대표의 기고를 통해 신문, 방송, 통신, 인터넷 등 미디어 관련 기업의 재무제표 분석에 들어간다. 첫 회에서는 재무제표 분석에 필요한 개념을 정리했다. 앞으로 이어질 재무제표 분석이 관련 기업의 현재와 미디어가 나아갈 바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SKT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이동통신기업이다. 조사 시기와 기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SKT는 가입자 기준으로 전체의 40%~5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들 중 40%~50%는 SKT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SKT의 별도 재무제표를 통해 살펴본 기본적인 재무구조는 다음과 같다.

SKT 자본, 부채, 매출액 현황 (랭키스탁닷컴)

SKT는 자본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며, 자본이 부채보다 많은 전형적인 우량기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연간매출액은 12조정도 되는데, 2010년도 이후 매출액은 정체되어 있다.

다음으로 SKT의 이익률을 살펴보자.

SKT 매출총이익률과 순이익률 (랭키스탁닷컴)

SKT의 매출총이익률은 2010년도 이후 95%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이는 100원짜리 물건을 팔면 원가는 5원이고, 매출총이익이 95원이라는 뜻이다. 이 매출총이익률 수치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이익률이 높은 기업들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SKT VS. 애플, MS, 버라이즌 매출총이익률 (랭키스탁닷컴)

위 그래프를 보면 SKT의 매출총이익률은 애플과 MS는 물론 미국의 대표적인 통신사인 버라이즌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95%라는 매출총이익률 수치도 매우 놀랍지만, 그 수치가 매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건 더 놀랍다. 그런데 막대한 매출총이익률에 비하면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그리 높지 않다. 매출총이익에서 판매비와 관리비(이하 ‘판관비’) 및 기타비용을 제하고 산출한 영업이익률은 15%이상 유지되고 있고, 순이익률은 2014년 최저점을 찍은 이후 현재는 10%를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매출총이익의 대부분을 판매비와 관리비로 사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 매년 어느 정도 순이익을 내고 있는지 살펴보자.

SKT 영업이익과 순이익 (랭키스탁닷컴)

SKT의 순이익은 2011년 연 1조5천억을 찍은 후에 2014년 연 7000억대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순이익은 점차 증가하면서 2016년에는 연 1조2000억 정도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앞서 LG유플러스 사례에서도 살펴봤듯이 2014년 이후 단통법 시행으로 인한 판관비 감소효과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순이익과 판관비 추이를 살펴보자.

SKT 순이익과 판관비 (랭키스탁닷컴)

위 그래프를 보면 판관비는 2014년 9월까지 급증하다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반면에 순이익은 2014년 9월 이후에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서 분석한 LG유플러스와 동일하다. 즉 매출액 증가로 인해서 수익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고, 단통법 시행으로 인한 판관비 감소로 인해 순이익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SKT의 매출총이익률은 왜 이리 높은 걸까? 항공산업과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항공산업의 경우 비행기를 구입하는 데 대규모 초기 비용이 들어간다. 항공기를 구입한다고 해도 매년 막대한 수리비를 필요로 하며, 시간이 지나서 항공기가 노후화되면 또다시 새로운 비행기를 구입해야 한다. 따라서 항공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하고, 이로 인해 매출총이익률은 낮아진다. 예를 들어 2015년 12월 기준으로 대한항공의 매출총이익률은 18%이고, 아시아나항공은 11%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연도에 따라 이익률 편차도 심한편이다.

반면에 SKT가 속해있는 통신산업의 경우는 초기 대규모 투자 이후 재투자 필요성이 적어진다. 한 번 망을 설치해서 사업을 시작하면 막대한 매출을 일으킬 수 있으나, 초기 투자 이후 추가되는 비용은 매우 적다. 또한 무선통신을 이용하는 국민들은 웬만하면 통신사를 쉽게 바꾸지 않기 때문에, 통신사업자는 꾸준하고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받는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SKT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원가율이 거의 제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 SKT의 총투자비를 살펴보자.

SKT 총투자 (랭키스탁닷컴)

이 그래프를 보면 SKT는 2011년 대규모 투자를 한 이후 매년 2조~3조 정도 투자비로 지출하고 있다. 매출액의 약 20~30% 정도를 재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매출원가율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걸 고려하면, 재투자부담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통신3사 과점체제도 SKT가 매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SKT가 막대한 판관비를 사용하는 이유는 오직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과점체제하의 준독점력으로 기업경쟁력이 유지되는 것은 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시장 질서를 훼손해서 경제주체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피해자가 바로 우리 국민들이다. 국민들은 과점체제로 인해 통신사 선택기회를 제약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통신요금의 무 차별성으로 인해 더 저렴하게 무선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했다. 원가율이 매우 낮다는 것을 보면 통신요금 인하 여력은 충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통신요금 중 기본료 항목은 이제 존재 의미를 상실했다. 무선통신의 원재료가 되는 전파가 공공재라는 측면에서 보면 국민들이 통신요금 인하 요구는 매우 타당하다.

결론적으로 SKT는 과점체제 하에서 시장지배력을 활용하여 매년 1조 이상의 이익을 내고 있으며, 이익 증가추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SKT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약 1조 2000억원인데, 당기순이익의 대부분은 SKT의 대주주인 최태원 등 사주일가(25%), 국민연금(8%), 외국인투자자(41.94%)에게 돌아가고 있다. SKT는 외국인 지분율이 가장 높고 현금배당성향 (배당현금/당기순이익)이 높기로 유명한 기업인데, 외국인 주주들은 오직 배당으로만 매년 2500억 이상 챙기고 있다. 국민들이 빠듯한 살림에 내고 있는 통신료가 재벌일가와 외국인투자가들만 살찌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현실을 만든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통신산업은 정부의 영향력이 지대한데, 정부는 단통법 시행, 과점시장 보호정책 등 친통신기업 정책을 펼쳤다. 정부가 국민의 편에 서지 않고, 통신기업의 이익만 챙겨주고 있는 셈이다.

또한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목소리에 대해 SKT를 비롯한 통신업계는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 통신산업의 특성을 모르고 하는 주장이라고 방어하고 있다. 올해 1월 SKT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향후 5G 등의 통신인프라 구축,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기술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SKT의 재무제표와 배당정책을 보면 이런 주장이 허언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경제학자인 장하준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기업 투자의 주요 재원은 사내 보유 이윤”이라면서 “그런데 배당금을 높이고 자사주 매입을 늘릴수록 사내 보유 이윤은 줄어들고 그에 따라 투자도 감소된다”고 설명했다.(장하준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에서 인용)

SKT가 정말 막대한 투자가 부담이 된다면, 국내 최고 수준의 배당성향부터 줄여야 한다. 당기순이익의 40%~50%를 주주에게 배당으로 지급하는 회사에서 투자비 부담이 크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말 투자비 부담이 크다면, 장하준 교수의 지적처럼 배당부터 줄이는 것이 맞다. 또한 SKT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자본금 446억에 이익잉여금이 약 16조 정도 있다. 자본금과 이익잉여금을 합쳐 총자본금이 16조에 이르는 것이다. 이익의 40~50%를 배당하면서도 이렇게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쌓아놓은 것이 놀라울 뿐이다. 따라서 미래 투자비로 인해 통신요금 인하가 어렵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김길태 랭키스탁닷컴 대표

ㅇ성균관대학교 통계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수리통계학 석사)
ㅇ한국신용평가정보 리스크컨설팅사업부 (2005년 ~2013년)
ㅇ現 상장기업 가치평가사이트 랭키스탁닷컴 (
www.rankystock.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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