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국무회의에서 5월 9일을 대선일로 지정하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를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 행정자치부와 인사혁신처가 국무회의 안건 보고 절차를 마쳤음에도 이와 관련한 결정을 15~17일 사이에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한 것은 결국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 여부를 결단해야 하는 사정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 회의에서 “본인의 출마 여부를 고민하느라 대통령 선거 일정을 안 정하고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우스운 일”이라면서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대선일을) 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에 대해 황교안 권한대행 측은 “(황교안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에 대한) 개인적인 결단 여부와 관계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행정자치부가 실무 준비를 마쳤다고 해도 관련부처 의견을 듣고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등 절차가 남아있다. 대선일 지정은 20일까지만 하면 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최근의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황교안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가 이후 국면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는 자유한국당의 내홍 문제이다. 자유한국당은 12일 예비경선을 통해 예비후보를 3명으로 추리는 것과 동시에 예비경선을 거치지 않은 후보라도 본선에 나설 수 있는 특례조항이 포함된 대선후보 경선 룰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반발했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김진 전 논설위원은 현 상태에서의 경선불출마를 시사했고 김문수 전 지사는 당 비대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른바 ‘경선 새치기’ 논란이다.

이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 지도부 결정에 따라 특정인이 예비경선을 거치지 않고 본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결국 황교안 권한대행의 출마 결심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황교안 권한대행 출마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을 알려졌다. 이런 상태에서 황교안 권한대행이 ‘결심’을 하게 되면 그간의 경선 일정과 무관하게 황교안 권한대행이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이런 무리수를 두면서 까지 황교안 권한대행 출마를 모색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첫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성기(?)에 받았던 지지를 그나마 일정 정도 이상 건질 수 있는 것은 황교안 카드 뿐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는 적어도 ‘선거공학’을 기준으로 본다면 매우 당연한 결론이다.

두 번째는 자유한국당 성향 대권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안정적인 후보가 ‘1강’으로 형성돼있지 않으면 나머지 자유한국당 대권주자들이 통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는 홍준표 경남지사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 2심 무죄 판결을 받고 대선 출마를 시사하며 “친박 양아치들”이란 표현까지 동원해 연일 막말 논란에 불을 지핀 바 있다. 그 덕인지는 알 수 없으나 홍준표 지사는 자유한국당 성향 대권주자 가운데서는 황교안 권한대행에 이은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나마 홍준표 경남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으나 나머지 주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층에 대한 충성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날 언론을 통해 ‘삼성동 사저팀’의 법률 담당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김진태 의원 역시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는 점도 이후 상황을 전망하기 위해선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대선후보 경선이 ‘홍준표와 친박들’이란 그림으로 귀결되는 것은 자유한국당 지도부 입장에선 좋은 시나리오가 아니다.

물론 황교안 권한대행의 출마 여부가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사정과는 별개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황교안 권한대행의 처지에서 대통령 당선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출마를 결심한다는 것은 곧 정치인으로의 전업을 의미한다. 그런데 정치인으로서 소양이 없는 사람이 섣불리 이를 감행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문제다. 최근의 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반기문 전 사무총장보다 나은 정치적 소양과 재력을 갖췄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유일호 경제부총리, 이준식 사회부총리가 1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탄핵 선고 이후 처음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권한대행의 ‘망설임’이 느껴지는 대목도 있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행정자치부 등 관계부처는 공정하고 원활한 선거 준비에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면서 불법 선거운동을 철저히 단속하고 선거일정 및 투표절차 등 관련 정보를 상세히 알리는 일에 신경써줄 것을 관계 부처에 주문했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진 지난 10일 대국민담화를 통해서도 “위기는 하루 빨리 극복하고, 국정은 조속히 안정되어야 한다. 혼란을 넘어서 화합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국정 안정과 공정한 대선관리는 이룰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한 대선관리’를 강조하는 이러한 메시지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지금 시기에 밝힐만한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일부러 이 대목을 강조하고 있다는 뉘앙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만일 황교안 권한대행이 ‘공정한 대선관리’를 자신의 주요한 임무로 자각하고 있다면 대선 출마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해본다면 결국 황교안 권한대행은 결심을 하지 못한 상태이며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이 결단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언론은 늦어도 이번 주 안에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예비경선 일정이 17일이고 황교안 권한대행이 이 날까지 대선일을 지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를 보면 결국 ‘결단’은 17일에 내려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아직 이 ‘결단’의 내용이 무엇일지는 알 수 없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지난 2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한 바 있다. 결국 그의 출마 여부는 신만이 아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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