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의 잇따른 부당징계·부당전보 판결에도 MBC는 달라지지 않았다. 김장겸 사장이 7명의 PD와 기자들을 내부에서 ‘유배지’로 불리는 비제작부서로 발령 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반복적인 보복 인사의 피해자이며 한 차례 법원의 부당전보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김장겸 사장의 폭주를 국민의 이름으로 멈춰 세우고, 책임자를 단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일 오전 김장겸 MBC 사장이 사원 인사발령을 단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를 30분 앞둔 시각에 난 인사다. 인사 대상은 임채유, 이근행, 한학수, 허태정, 이정식 PD 그리고 김수진, 김민욱 기자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뉴스를 보도했던 이들은 비제작부서인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배치됐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13일 특보를 내고 "MBC사측이 법원의 '부당전보' 결정을 반복해서 무시하고 다시 인사 학살을 반복하는 '불법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장겸 MBC 사장이 지난달 28일 열린 취임식에서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사진=MBC 제공)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는 MBC 구성원들 사이에서 '유배지'로 불린다. 해당 센터는 기자와 PD, 아나운서들에 대한 대량 인사 학살이 한창이던 2014년 10월, 또 다른 유배지인 신사업개발센터와 함께 갑자기 신설됐다. 김주하, 이재훈, 허유신 기자와 강효임, 황순규 PD 등 많은 PD와 기자들이 이곳으로 쫓겨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에 따르면 당시 MBC 경영진은 "회사 밖에서 회사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고 수익모델을 개발하라"는 명분으로 해당 부서를 상암동과 차로 50분 거리의 구로디지털단지에 신설했다. 업무도 불투명한 데다 특별한 성과도 없었다. 회사는 이 부서에 예산 배정도 거의 하지 않았다. 사무실 유지에만 월 수백만 원의 예산이 쓰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인사에 포함된 7명 가운데 이미 부당전보로 현업에서 배제된 이들은 5명에 이른다. 이근행 PD는 2010년 노조 위원장으로 김재철 전 사장 선임에 반발해 파업을 이끌다 해고됐던 인물이다. 한학수 PD는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파헤친 MBC의 대표적 PD로, 복직 이후에도 제작현장에서 배제돼 왔다.

이정식 PD는 2012년 파업 당시 PD연합회장을 지냈고, 최근 대통령 탄핵 정국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중 돌연 제작 중단을 지시받고 이번 인사에 포함됐다. 임채유 PD 역시 지난달 말 김장겸 사장의 취임에 항의하는 피케팅에 참여한 이후 구로로 쫓겨났다.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피케팅과 1인 시위 등에 참여했던 김수진·김민욱 기자 대기발령, 신천 교육대, 경인지사 등의 과정을 거쳐 현업과 무관한 부서에 4년째 배치됐다가 이번 인사에 포함됐다.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를 담당하다 징계를 받고 대법원에서 ‘부당 징계’라는 판결을 받아낸 안혜란 PD는 심의국으로 배치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은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신사옥 로비에서 오전 8시30분부터 김장겸 신임 사장에 대한 출근 저지 투쟁을 진행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지난 5년간 MBC 구성원들에게 가해진 부당인사와 부당징계 등을 바로잡기 위해 제기된 소송은 사건별로는 22건, 재판으론 총 46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노동조합이 35개의 재판에서 이겼으며, 5개는 진행 중이다. 노조의 승소율은 89.7%에 이른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날 특보에서 “노동조합원들을 주요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하려는 의도가 다시 드러났다”며 “이번 인사 발령은 김장겸 사장의 폭주가 극단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 이제 국민의 이름으로 이 폭주를 멈춰 세우고, 책임자를 단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사법부의 부당인사와 부당징계 판결에도 불구하고 MBC 경영진은 판결을 제대로 이행한 적이 없다”며 “김장겸 사장 취임 이후 더욱 악질적인 위법 행위로 폭주를 거듭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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