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27차 라디오연설이 나간 2일(오늘) KBS TV 및 라디오 PD와 보도국 기자 조합원들이 “사측이 노사합의를 통해 가을개편에 대통령 주례방송의 포맷을 변경하겠다고 한 약속을 무시했다”며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라디오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한 KBS 조합원들은 일방적인 대통령 주례연설 폐지를 주장해 왔고, 이에 대해 사측도 뒤늦게나마 문제를 인식하고 공정방송위원회(이하 공방위)를 통해 정치적 논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송으로 포맷 변경을 약속했었다”면서 “(그러나) 개편이후 처음으로 방송된 오늘 이명박 대통령은 일 년 전 첫 방송과 다름없이 일방적인 연설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오늘 대통령 주례연설에서는) 재보궐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이반과 미디어법에 대한 헌재의 무책임한 판결로 국민의 분노가 들끓는 상황에서도 오로지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만을 국민들에게 일방주입하기에 급급했고, 이 내용은 공영방송 KBS는 여과 없이 국민들에게 전달했다”고 개탄했다.

▲ KBS 라디오 PD들이 이병순 사장 등 경영진이 출근하는 본관 지하 1층에서 일방적인 대통령 라디오연설을 비판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KBS PD협회

이와 관련해 중앙위원 민일홍 라디오PD는 “지금은 (대통령 주례연설이)일방적인 연설형태로 나가 국민들이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방송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 부분에 대해서 사측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했고 공방위를 통해 가을 개편 때에는 바뀐 포맷으로 나가겠다고 약속했었다”고 강조했다.

민 PD는 “그렇기 때문에 라디오위원회에서는 ‘일방적 연설이 아닌 대담이든 토론이든 쌍방적인 방법이어야 할 것’, ‘청취자들의 의사가 전달되는 피드백 형태이어야 할 것’, ‘대통령 주례방송에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반론권을 보장할 것’이라는 변경포맷의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었다”고 밝혔다.

민 PD는 “그러나 가을개편을 했지만 (주례방송 포맷이 변경되지 않고) 다시 원점으로 했던 것처럼 진행이 된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노사합의 위반이며 이런 부분을 방기한 것은 현 사측이 공영방송 수호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병순 KBS 사장을 향해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도 능력도 없는 라디오 간부들에게 더 이상 무거운 짐을 지우지 말고 사장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라”면서 “KBS 취임 첫 작품이기도 한 대통령 주례방송을 해결하고 KBS 구성원 대다수가 바라는 대로 조용히 떠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한 “공방위의 노사합의 이행이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면, 당신들의 자리를 걸고 주례 연설을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미디어스>는 이와 관련해 KBS 사측의 입장을 듣고자 전화했으나 연결이 되지 못했다.

민주당, 27차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연설은 ‘최악’

한편, 민주당도 2일 브리핑을 통해 “시정연설 그리고 정몽준 대표와의 조찬 회동 때문에 라디오 연설이 묻혔지만 역대 라디오 연설 중에 (27차 라디오 연설이) 최악의 연설이었다”고 평가한 뒤,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27차 라디오연설에서) 신종인플루엔자에 대해서는 4줄이었고, 다음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는 주로 해외순방에서 만났던 외국 대통령과의 추억담이었다”면서 “누구와 형 동생을 맺었고 누구와 사이좋게 지냈고, 앙코르와트 사원에 가서 어떻게 놀았고 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 대변인은 “지금 대한민국에 세종시, 4대강, 신종플루, 전세대란, 고용난 등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이 소중한 전파가 대통령의 해외순방 뒷담화용으로 쓰여서야 되겠는가”라며 “이런 연설이라면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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