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자신의 대선출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에 이어 제2의 '반반행보'라고 볼 소지가 적지 않다.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현 상황에서 내각에게 주어진 책무는 막중하다"면서 "새로운 정부가 안정적으로 들어설 수 있도록 공정한 선거관리 등 헌법과 법률에서 부여된 책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내부적 갈등이 격화되지 않도록 사회질서를 관리하는 등 국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국민들의 불안과 국제적 우려의 시선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행정자치부 등 관련부처에서는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 남은 기간이 짧은 만큼, 선거일 지정 등 관련법에 따른 필요한 준비를 서둘러 주기 바란다"면서 "선거과정에서 공직자들이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점검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 권한대행은 "다음 정부 출범 초기 혼란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정권인수인계 작업에도 각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얼핏 황교안 권한대행이 조기대선의 관리인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주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부처 공직자들에게 당부하는 발언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연합뉴스)

황교안 권한대행의 애매한 발언은 계속됐다. 이날 오후 5시 대국민담화에서 황 권한대행은 "혼란을 넘어서 화합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국정안정과 공정한 대선관리는 이룰 수 없다"면서도 "전 내각과 함께 혼신의 노력으로 국정을 챙기기 위해 힘써 왔다. 국민 여러분의 협조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안정적 국정운영을 적극 도와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보기에 따라 마치 지금이라도 대통령 권한대행 직을 내려놓을 것 같은 발언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국민담화 말미에 "온 국민의 단합이 필요하다"면서 "국민 여러분의 협조를 거듭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국정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모호한 발언은 대선출마에 대한 각종 추측을 양산해 국정운영을 흔드는 것은 정작 황 권한대행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당은 황교안 권한대행의 명확한 대선 불출마 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10일 오후 국민의당은 김형남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황교안 권한대행은 박근혜 탄핵 국정농단의 공범"이라면서 "그런데 박근혜 탄핵 헌법유린에 죄가 있다면 그 누구보다도 큰 죄가 있는 황 권한대행의 대선출마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정말 어처구니 없다"고 밝혔다.

김형남 부대변인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해 아바타 황교안의 책임은 그 누구보다 중대한 것"이라면서 "황 권한대행은 탄핵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국민에게 국정운영을 차질 없이 하겠다는 의지를 납득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가에서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보수진영의 대선후보로 나설 것이란 예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황 권한대행은 10% 이상의 지지를 받으며 2~3위권을 유지하고 있어 보수진영 대선주자들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이미 대선캠프를 마련했다는 후문도 무성하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국정안정을 원한다면 자신의 대선출마 여부부터 국민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오며 궁금증만 증폭시키고 있다.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시간을 갖지 않은 채 브리핑룸을 떠났다. 황 권한대행의 '반반' 대선행보에 국민들의 답답함만 늘어가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