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정했다. 헌재는 “박 대통령은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했다”며 탄해 결정의 핵심 근거로 ‘국정농단 은폐·헌법수호의지 결여’를 내세웠다. 실제로 다수의 언론들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특검 수사 등을 집중 보도하며 헌재의 탄핵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공영방송 KBS·MBC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정농단·탄핵 국면에서 촛불·태극기 집회를 공방으로 처리하고 특검 수사 흠집 내는 보도를 일삼으며 ‘박근혜 비호 방송’이란 안팎의 지적을 받아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헌재의 결정은 ‘박근혜 방송’ MBC에 대한 동시 탄핵”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MBC가 공영방송사로서, 언론사로서 최소한의 선이라도 지켰다면 오늘과 같은 국가적 불행은 초래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지난 5년 MBC는 ‘언론의 길’이 아닌 ‘부역자의 길’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 KBS본부 관계자는 10일 “탄핵 결정과 관련한 노조 차원의 입장을 준비 중”이라며 오는 13일 공식 입장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이들은 “정권의 비리를 감시하기는커녕, 정권의 이익을 수호하는 친위대 역할을 했다”며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게이트 국면마다 사태의 본질을 왜곡‧훼손하고 정권을 대변하는 잇따른 보도 참사로 시청자들에게 고통을 안겼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근혜의 위헌‧위법 행위를 은폐하고 옹호하는데 골몰한 당사자들은 그 역사적 책임을 달게 받아야 한다”며 “오늘 탄핵과 함께, 박근혜 부역 체제의 산물인 MBC 경영진도 즉각 탄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12일 촛불을 든 100만명의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당시 언론은 일제히 광장에 나와 촛불시민들의 목소리를 카메라에 담았다. 하지만 KBS와 MBC 취재기자들은 현장에서 촛불시민들에게 욕설을 들으며 쫓겨났다. JTBC·한겨레·TV조선 등의 언론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소식들을 전할 때 KBS와 MBC는 이를 침묵하고 ‘정권 비호 방송’을 일삼았다는 비판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도 두 공영방송이 이번 사태를 다루는 논조는 변하지 않았다.

지난 1월 말, 언론은 특검 수사와 헌재의 탄핵 심리 등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이슈에 집중했다. 하지만 당시 KBS·MBC의 메인뉴스에서 이와 관련된 보도량은 눈에 띄게 줄었고, 심층 분석 보도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언론노조 KBS본부 공추위 정수영 간사는 “(KBS가)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관련 박근혜 정권과 그 측근들이 저지른 죄상을 적극적으로 파헤치려는 의지가 매우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MBC본부 민실위 이호찬 간사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보도의 의지 자체가 없고, 어떻게든 이 파장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데 혈안이 돼 있는 모습”이라며 “여전히 MBC는 박근혜 변호 방송, 청와대 방송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1일 KBS<뉴스9>, MBC<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갈무리.

지난 2월 중순, 박근혜 측 대리인단이 ‘고영태 녹취록’을 언급하며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고영태 씨 일당의 사기사건’으로 몰아가려는 양상을 보였다. 당시 KBS와 MBC는 대통령 측의 이 같은 주장들을 꼼꼼하게 보도하며 ‘박근혜 감싸기’를 이어갔다. 민주언론실천연합은 “KBS와 MBC는 헌재에서 일어난 일은 축소보도하고, ‘고영태 흠집 내기’ 관련 보도를 했다”며 “공영방송이 이제 노골적으로 대통령 측에 힘을 싣는 것은 아닐지 의심 된다”고 지적했다.

제98주년 3·1절인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일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와 탄핵에 반대하는 ‘맞불집회’가 열렸다. 3·1절이 탄핵 찬반 세력으로 쪼개진 것처럼 비춰지지만 탄핵 찬반 여론은 8대 2정도로 조사되며 여전히 찬성이 반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이날 저녁 KBS는 탄핵 찬반 집회 보도량을 맞추며 기계적 중립을 지켰고, MBC는 오히려 태극기 집회를 촛불집회 보다 1꼭지 더 많이 배치했다.

한겨레 김종구 논설위원은 지난 2일 칼럼에서 “촛불에 대항하는 태극기 집회가 늘어나면서 ‘촛불-태극기 양비론’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양비론은 겉으로는 객관성과 공정성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본질을 호도하고 상황을 왜곡해 국민을 현혹한다”고 썼다. KBS와 MBC 뉴스 보도에 꼭 맞는 지적이었다.

▲지난 6일 KBS<뉴스9>, MBC<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갈무리

지난 6일, 박영수 특검이 90일간 진행된 국정농단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KBS는 이와 관련해 단 1꼭지 8번째로 배치했고 뒤이어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특검 수사 결과를 비판하는 내용을 실었다. 반면,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소식은 총 10꼭지를 배치했다. MBC의 보도도 이와 유사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7일 성명을 내고 “‘박근혜·최순실 일당의 죄상을 감싸고, 안보 불안감을 자극하는 KBS보도 책임자들의 편집 태도는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도 이날 특보를 내고 “특검에 쏠린 시청자들의 관심을 북풍으로 돌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위원장 김환균)은 10일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국민은 스스로 주권자임을 확인하고 국정농단 세력으로부터 무참히 밟혀 온 헌법 가치를 지켜냈다. 이제 지난 4년간 쌓인 적폐의 상처를 바로잡아야 할 때”라며 ‘박근혜 공범자·부역자’ 청산을 강조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축소·왜곡 보도하며 ‘박근혜 감싸기’를 주도해온 KBS·MBC 경영진들을 향한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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