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오는 29일 오후 2시 언론관련법에 대한 선고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한국헌법학회장인 김승환 전북대 법대 교수가 “헌법재판소가 언론법에 대한 유효 판결을 내릴 경우 헌재의 공신력이 완전히 땅에 떨어지는 사태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27일 <미디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언론법 처리 과정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게 명백하다”며 언론법 무효를 주장했다.

경향신문과 공공미디어연구소가 지난 17일부터 이틀 동안 법학전공이 개설된 전국 100개 대학 소속의 법학교수 189명을 대상으로 ‘미디어법 처리 및 헌재 결정’에 대한 전화면접을 실시한 결과, 71%가 ‘대리투표, 재투표 등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으며, 61%가 ‘헌법재판소가 무효 취지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헌법과 법률 위반한 게 명백”

▲ 김승환 전북대 법대 교수 ⓒ송선영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일단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게 명백하다는 거다. (방송법과 관련해) 1차 투표 과정을 보면 법적으로 부결되었기 때문에 재투표할 근거는 전혀 없다”며 “설사 1차 투표가 부결된 것이 아니다 하더라도 재투표를 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은 없다. 국회법 114조 3항(투표의 수가 명패의 수보다 많을 때에는 재투표를 한다)이 재투표 할 수 있는 근거법이긴 하지만 전자투표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리투표 의혹과 관련해서도 “대리투표는 형법적으로 보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로 국회 법률안에 대한 국회의원의 표결 행위에는 어떤 범죄행위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어떤 행위가 있을 경우 그 행위의 정도를 가늠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행위 자체가 국회 전체 투표행위를 무효로 만들기 때문에 대리투표에 의한 법률안 처리는 무효”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0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공개변론에서 피청구인인 한나라당 쪽은 “불법을 저지른 자가 불법을 바로잡기 위한 행동을 비난하고 정당화 하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며 되레 민주당 의원들이 투표 방해 행위를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상대방에 대한 투표 방해 행위가 헌법 위반, 국회법 위반 등으로 나타난 법률안 의결행위를 정당화 시켜줄 수는 없다”며 “이는 별개로 투표 방해 행위가 어떤 법적 제재를 받게 된다면 이는 그것만의 문제이고, 이것 때문에 헌법적, 법률적으로 하자가 있는 부분이 없어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부분적으로 무효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세 가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나는 ‘요건이 안 된다’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각하 결정내리는 것, 다른 하나는 청구 인용 결정, 마지막은 무효 결정.

그는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리투표라는 범죄행위를 합헌, 합치라는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과거 헌법재판소가 내렸던 결정에 비춰봤을 때 ‘꿰맞추기식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헌법재판소가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때로는 법 이론에서 벗어나는 결정을 선고한 역사도 있었다. 지난 2004년 10월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그 근거로 수도의 위치는 관습헌법에 해당하는 것이고,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이에 대해 당시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궤변’이라고 했는데, 헌법재판소의 논리는 헌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상상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희한한 논리였다. 그런 과거의 경력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결론을 상정해놓고 꿰맞추기 식으로 세우게 되면 지금까지 헌법이론서라든지 판례에서 전혀 등장하지 않았던 논리도 들고 나올 수 있다. 과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비춰보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를 헌법이론적으로 정확하게 분석해 들어가면 방송법 처리가 합헌이고, 법률에도 합치한다는 결론을 내리긴 어렵지 않겠냐”며 “백번 양보해서 피청구인(한나라당 쪽)을 옹호하기 위한 여러 논리를 세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무리가 따를 것이다. 대리투표라는 범죄행위를 합헌, 합치라고 판단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 김승환 교수가 지난 7월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결의대회에서 언론법 처리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송선영
“유효 판결 날 경우, 헌법재판소 회의론 힘 얻게 될 것”

그는 헌법재판소가 언론법에 대한 유효 판결을 내릴 경우, 정권이 의도하는 대로 방송 질서 재편이 강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문제는 유효 판결이 날 경우 헌법재판소의 공신력이 완전히 땅에 떨어지는 사태가 온다는 점”이라며 “현재 일부에서 헌법재판소 존재 의의 등을 언급하며 좋은 의도이건 나쁜 의도이건 헌법재판소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데, 유효 판결은 이러한 헌법재판소 회의론이 상당한 힘을 얻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무효 취지의 결정을 내릴 경우, 향후 언론법 처리에 대해선 “방송과 신문 질서에 주는 영향이 큰 법률안일수록 충분히 시간적 여유를 갖고 반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최선의 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다수결이라고 하는 것은 어느 쪽이든 한 쪽이 많다고 해서 받아들어야 하는 숫자놀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다수결에서 말하는 다수라고 하는 것은 소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다수를 말한다”며 “민주주의가 기대하는 것은 성숙한 다수의 자세이다. 다수도 언젠간 소수의 의견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정치 권력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선 최고의 헌법 해석 기관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개개인의 양심의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헌법재판관 개개인 직무상 양심의 문제가 중요하다”며 “구성원으로서 자신들의 어깨 위에 얹혀 있는 책무와 사회적 책임감을 어떻게 인식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국민에게 법적 안정감을 주면서 존속해야 하고, 동시에 국가공동체를 유지해야 하는 것에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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