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와 MBC 구성원들이 자사 뉴스 보도에 비판에 나섰다. 특검 수사 결과 발표는 축소 보도하고, 북한 미사일 발사는 집중 보도했다는 지적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7일 성명을 내고 “‘박근혜·최순실 일당의 죄상을 감싸고, 안보 불안감을 자극하는 KBS보도 책임자들의 편집 태도는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는 이날 특보를 내고 “특검에 쏠린 시청자들의 관심을 북풍으로 돌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지난 6일 저녁 KBS<뉴스9>과 MBC<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갈무리.

KBS<뉴스9>은 6일 저녁 90일간 진행된 특검 수사 결과 발표 내용을 단 1꼭지 8번째로 배치했다. ▲전경련 동원 친박 단체 68억 지원 ▲ 박근혜, 최순실과 573회 통화 ▲박근혜, 문체부 하나은행 인사 불법개입 등 적나라하게 드러난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실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9번째로는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특검 수사 결과를 비판하는 내용을 실었다. 반면, 이날 <뉴스9>은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총 10꼭지를 보도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삼성 총수를 구속하고 현직 대통령의 수백억 혐의를 파헤친 미증유의 수사 결과를 달랑 리포트 하나로 처리했다.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국정농단 정점에 대통령 박근혜가 있었다는 특검수사결과 핵심 메시지를 지워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13명을 구속하고 30명을 기소한 방대한 수사 결과를 박근혜 대리인단의 일방적 주장 몇 마디와 대등하게 다룬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북한 보도에 대해선 “난데없는 핵무기 해설 꼭지들을 5분30초가 넘도록 이어 붙여 당장 핵전쟁이라도 날 듯 한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며 “북한 미사일 발사 기회로 안보위기감을 고조시키려는 시커먼 속이 뻔히 들여다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 MBC<뉴스데스크>도 KBS와 유사했다. <뉴스데스크>는 특검 수사 결과 관련 1꼭지 배치했고, 뒤이어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반박을 실었다.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선 톱부터 9꼭지를 배치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중요한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은 저널리즘의 기본을 망각하고 <뉴스데스크>를 고의적으로 망가뜨린 행태”라고 비판했고, 양대 공영방송이 유사한 편집을 보인 것에 대해 “유무형의 보도지침이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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