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조선이 출연자와 진행자의 막말을 감시하고 정정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바로 옴부즈맨’ 제도가 사실상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출연자의 막말에 ‘면죄부’를 씌워주고 일관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바로 옴부즈맨’은 3월 종편 재승인 심사를 앞둔 TV조선이 방송심의에서 책임을 피해가겠다는 얄팍한 수작”이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이 지난달 1일부터 24일까지 TV조선 시사토크 11개 프로그램을 조사한 결과, TV조선은 총 34회에 걸쳐 ‘바로 옴부즈맨’ 정정자막을 내보냈다. <뉴스를 쏘다>가 9회로 가장 많은 정정 횟수를 기록했고 이어 <김광일의 신통방통> 8회, <고성국 라이브쇼> 6회, <뉴스10> 4회, <이봉규의 정치옥타곤> 3회, <뉴스특보>, <뉴스현장>, <이것이 정치다>, <최희준의 왜>는 각각 1회를 기록했다.

민언련이 총 34건 정정 자막을 분석한 결과, 방송에 부적절한 표현과 명예훼손성 발언 등이 23건(68%), 사실관계가 다른 내용이거나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단정적으로 표현한 방송은 11건(32%)이었다.

민언련은 “‘바로 옴부즈맨’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상습적 막말 출연자에게는 사전에 제대로 경고를 줘야 하며, 이런 행위가 계속되면 출연을 금지시켜야 한다”면서 “이 제도가 출연자들이 막말을 해도 제작진이 사후에 정정해주면 된다는 식의 ‘면죄부’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TV조선은 이 제도를 그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생색내기로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지난 2월3일 <뉴스를 쏘다>에 출연한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 총장에 대해 “이 사람 망했다. 종쳤구나”라고 발언했으며 바른정당에 대해 “이 사람들 완전히 지금 거덜이 난 거예요”라고 말했다. 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대해 “문재인 씨가 3학년이라면 안희정 씨는 한 5학년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라고 발언했다. 그는 ‘너무 극한 표현들을 사용했다’는 사회자의 지적에 “아무튼 따귀를 맞아도 금 숟가락으로 맞는 게 낫지, 나무 숟가락으로 맞는 게 낫습니까”라고 답했다.

▲지난 2월3일 TV조선 <뉴스를 쏘다> 방송 화면 갈무리.

이날 TV조선은 10분 동안 총 5회의 ‘바로 옴부즈맨’ 자막을 등장시켰고, 진행자인 엄성섭 앵커는 류 전 주필의 직설적 표현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한 비유적 표현이었다”며 사과했다. 이에 류 전 주필은 “미안합니다. 내가 엄성섭 씨 겁 줘서 죄송합니다. 방송심의위원 여러분 죄송합니다”고 말했다. 또 옴부즈맨에 대해 “법을 시행할 때도 시행착오 기간을 준다”면서 “그러니까 이건 치지 말고 다음부터 쳐달라”고 말했다.

민언련은 “진행자가 ‘바로 옴부즈맨’ 제도에 대해 방송시의 규정이나 종편 재승인을 앞두고 어쩔 수 없이 만들었다는 인식을 그대로 노출한 셈이고, 출연자는 이 제도에 대해 ‘봐달라’며 비아냥거린 셈”이라며 “진행자와 출연자가 합심해 방통위와 방통심의위, 그리고 시청자를 조롱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또한 ‘바로 옴부즈맨’이 보수정당과 정부를 향한 비판에 대해서는 즉각 정정을 시행했으나 야당을 향한 비판이나 막말에 대해서는 관대했고, 또 똑같은 막말에 정정을 내기도 하고 안 내기도 하며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방통심의위가 ‘기각’ 처리한 방송 민원 48건 중 27%에 달하는 내용이 ‘상반된 취지의 발언’도 있었다는 이유였다. 발언의 문제 여부, 심각성을 떠나서 다른 출연자나 진행자가 반대되는 발언을 했다면 문제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라며 “방통심의위는 사과 자막 등 제작진이 반성하는 태도나 의지가 엿보이면 민원 자체를 ‘기각 처리해왔다. TV조선이 ’바로 옴부즈맨‘ 제도를 만든 것은 방통심의위가 유도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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