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뉴스가 ‘탄핵 기각’ 세력의 막말엔 침묵하거나 공방으로 처리하며 ‘물타기’ 보도를 한 반면 특검 수사에 대해서는 흠집 내는 보도를 일삼았다는 내부의 지적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6일 자사 뉴스를 모니터한 보고서를 내고 “박근혜 탄핵 기각을 선동하는 세력의 도 넘은 일탈에 KBS<뉴스9>은 입을 다물거나 공방 틀에 집어넣고 속 보이는 물타기를 자행하고 있다. 또한 특검 수사에 대해서는 흠집 내기 보도를 일삼았다”고 평가했다.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의 김평우 변호사는 헌재에서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시) 내란 사건 벌어진다”, “(강일원 주심재판관은) 국회의 수석 대리인”이라는 등의 막말을 쏟아내다. KBS<뉴스9>은 이에 대해 “대통령 대리인단은 강일원 주심 재판관이 국회측 수석 대리인 같다면서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해당 보도에 대해 “내란’, ‘수석대리인’ 발언이 단순 비난으로 치부할 일인가”라며 “대리인단이 저지른 범죄적 행태를 지적하고 문제를 비판해야 할 언론이 도리어 편을 들어주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극우·친박 단체 대표들의 막말은 25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박사모 정광용 회장은 “탄핵 인용되면 아스팔트 피가 뿌려질 것”이라고 말했고,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는 “당신들(이정미, 강일원 재판관)의 안위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이날 KBS<뉴스9>은 <태극기집회…”고영태 일당 음모.탄핵 기각”>에서 이 같은 발언들은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SBS는 해당 발언을 보도하며 “(이들이) 헌법재판관을 비난하는 원색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KBS는 이정미 재판관 살해 협박에 나선 범인 검거 소식은 단신 보도했고, 박영수 특검의 집 앞에서 야구 방망이 등을 들고 위협하는 사태는 보도하지 않았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뉴스9>은 박근혜 대리인단이 저지르는 반체제적 언행을 축소·왜곡·외면으로 일관했다. 또한 이들의 막말을 일삼는 원인 분석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2일부터 28일까지 KBS<뉴스9>을 모니터링 결과, “국정농단 관련 보도 37건(단신포함) 가운데 대리인단이 극언과 막말을 하는 원인을 다룬 것은 단 1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KBS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막말을 축소 보도하는 한편 특검 수사 연장을 요구해온 야권을 비판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한 지난달 23일 야권은 이를 비판했다. 하지만 KBS<뉴스9>은 “야권은 ‘권력의 꼭두각시, 부역자‘ 등 원색적인 용어로 비판했고, 특검 연장을 수용하지 않으면 탄핵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며 황 대행이 아닌 야권을 비판하는 논조의 보도를 내보냈다. 반면, 황 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 직함을 파넣은 시계를 만들며 논란이 일은 사태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또한 KBS<뉴스9>은 27일 특검이 수사를 종료하자 특검 수사 물어뜯기에 나섰다. 이날 <뉴스9>은 특검 수사에 대해 “롯데와 SK 등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는 언론에 조사 일정이 새나가면서 결국 무산”, “청와대를 강제 압수수색하려던 시도 역시 기싸움으로 끝나”라고 보도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특검의 재벌 기업 수사 확대,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이 가로막힌 것은 황교안과 박근혜 때문”이라며 “KBS가 이를 교모히 특검 잘못 때문인 것으로 엉뚱하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권력에 입맛에 맞는 기준으로 이번 사태를 외면하고 축소한다는 사실을 시청자와 국민이 모를 리 없다”며 “KBS의 미래를 팔아 영화를 누리려는 작태를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일선 기자들을 향해 “자신이 쓰는 한 줄 한 줄이 자신의 이름과 함께 역사에 기록 된다”며 “위에서 시켜서 했다는 이유로 부끄러운 보도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